이런! 임금이 낮지도 않은데 '일자리 미스매치'...구직자난 확산...왜

 

빈 일자리만 17만개…

“구직자가 없다” 소개소는 줄폐업

 

코로나가 촉발한 ‘일자리 미스매치’


3~4년 전 8만원 수준이던 일당, 12만원으로

올랐어도 사람 못구해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직업소개소. 책상 5개 중 2개가 비어 있었다. 이모(63) 소장은 “한 달 매출이 아예 없는 수준이라, 직원 2명이 얼마 전 그만뒀다”고 했다. 그는 “사람 구해 달라는 요구는 많은데, 정작 일하겠다는 사람은 없다”며 “소개를 성사해야 먹고사는데 주변 인력사무소 10곳 중 9곳이 적자”라고 했다. 실제로 취재진이 머무는 30분 동안 이씨에게 “사람을 구해달라”는 전화가 5분 간격으로 6번 걸려왔다. 이씨는 그때마다 “일할 사람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코로나와 韓·中 임금격차 축소로

조선족 근로자 유입 급감하고
청년층 인구도 크게 줄어든 영향

 

같은 날 근처 다른 직업소개소에서는 직원 4명이 김치와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있었다. 소장 김모(64)씨는 “전에는 오후 5시까지 사무실을 열었지만 요즘은 사람이 없어 오후 2~3시면 닫는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촉발된 구인·구직 시장의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일자리 미스매치는 일자리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어긋나는 것을 뜻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기업들의 구인 수요는 치솟았는데 정작 일하겠다는 사람은 없는 구인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일자리 미스매치는 심각한 수준이다. 고용노동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기업들이 적극적인 구인에도 채용하지 못한 인원이 올해 1분기 17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70% 급증했다. 낮아지는 추세였던 5인 이상 사업장의 미충원율(채용하지 못한 비율)도 올해 1분기 13.6%를 기록해 2013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식당이나 공장, 건설 현장 등에 인력을 알선해 주는 직업소개소는 직격탄을 맞았다. 소개소들은 하나같이 “업체에서 소개해 달라는 인력은 많은데, 일하겠다는 구직자는 잘해야 하루 1~2명뿐”이라고 했다. 서울 대림동 일대에는 직업소개소가 80여 개 있었는데 올해에만 약 10곳이 문을 닫았다. 직업소개소가 밀집한 서울 영등포구와 관악구 일대를 돌아보니 폐업한 직업소개소가 수두룩했다. 관악구 한 빌딩 4층에 있는 한 직업소개소 출입문 위에는 “전기요금 미납으로 단전(斷電)됐다”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

 

 

구직자 감소는 코로나 사태 때 두드러졌다. 임금이 낮아서는 아니다. 코로나 전에 8만원 수준이던 일당은 지금 12만원 수준까지 올라간 상태다. 서울 강남에서 가사 도우미를 주로 알선하는 직업소개소 강모씨(63)는 “가사 도우미 시급이 1만5000원이 넘는데도 일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일주일에 한두통 전화 오는 것이 고작”이라고 했다. 서울 종로의 직업소개소는 “식당에서 사람 구해달라는 문의가 하루에 30통씩 오는데 소개해 줄 사람이 없다”고 했다. 최저임금(시급 9160원)보다 일당을 더 주는데도 사람을 못 구하는 것이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가장 큰 원인은 외국인 근로자 유입 급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일하던 중국 조선족 인력이 상당수 중국으로 돌아갔고, 새로 오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한 소개소는 “조선족들이 중국에선 코로나가 잘 통제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명절에 돌아간 조선족들에게 ‘다시 와서 일해달라’고 사정해도 돌아오지 않고, 새로 입국하는 이들도 거의 없다”고 했다. “예전에는 한국에 와서 한 달 일하면 중국으로 돌아가 1년 먹고산다고 할 만큼 물가 차이가 컸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으니 굳이 한국에 안 오려 한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1~2년 사이의 산업 구조 급변도 이유로 꼽힌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급성장한 음식 배달 등 비대면 플랫폼 일자리로 빠져나간 인력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퇴직하는데, 이 자리를 채울 청년층 인구는 급감하는 것도 미스매치의 이유로 꼽힌다. 나영돈 한국고용정보원 원장은 “일자리 미스매치가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는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우리 노동 시장의 구조 자체가 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곽래건 기자
이희연 인턴기자(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 4년)
최주성 인턴기자(서울대 사회학 4년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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