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공장(植物工場)을 아시나요? [방재욱]
식물공장(植物工場)을 아시나요?
2022.06.23
인류의 농업은 임야나 휴경지에 불을 놓아 밭을 만들어 가꾸는 화전(火田)으로 시작해 야생동물의 가축화로 이룬 축산(畜産)과 다양한 작물의 개량과 재배 그리고 자연환경에 대응하는 ‘시설재배’로 이어져 왔습니다. 최근에는 인구증가와 도시화, 기상이변, 환경오염 등으로 열악해지고 있는 농업환경에 따른 먹을거리 부족 위기 극복의 대안으로 ‘식물공장(植物工場)’ 시스템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식물공장(Plant Factory)은 특정 시설 내에서 광, 온도, 수분, 양분 등의 공급 조절로 작물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해 최대의 생산성을 얻는 새로운 농업 유형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러한 식물공장의 핵심기술과 기대효과는 무엇일까요.
식물공장을 유지하는 핵심기술은 식물을 의미하는 ‘PLANT’에 기반을 둔 장소(P, Place), 빛(L, Light), 자동화(A, Auto), 양분(N, Nutrient), 그리고 온도(T, Temperature) 등 5가지입니다.
식물공장은 장소(P)에 구애받지 않고 작물재배가 가능한 생산 시스템입니다. 그 실례로 남극 세종기지에 채소류 재배가 가능한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이 세워져 보급물자에 의존하던 채소류를 생산해 자급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식물공장은 수평적 재배가 아닌 빌딩과 같은 수직건물 재배도 가능하며, 50층 식물공장을 지어 작물을 재배할 경우 50,000명분의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식물의 성장과 개화, 결실 등은 그의 필수적 요인인 빛(L)의 세기와 노출 시간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식물공장에 이용되는 빛은 태양광과 인공 광, 혼합 광으로 구분이 되는데, 최근에는 인공 광인 LED(Light emitting diode)를 활용하는 시설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자동화(A)와 로봇기술 개발로 작물재배 작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이 크게 증대되고 있습니다. 식물공장 안에서 묘종을 옮겨 심는 로봇이 이용되고 있으며, 파종에서 수확까지의 과정을 자동화하는 자동이동 시스템의 개발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기존 작물재배에서 양분(N) 공급은 토양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식물공장에서는 작물의 생장과 결실에 필요한 양분을 포함하고 있는 영양액이 이용됩니다. 영양액을 사용할 경우 토양 오염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필요할 때 요구되는 양만큼의 공급도 가능합니다. 작물재배에 필요한 양분과 물의 흡수량 조절이 가능한 식물공장에서 당도가 높거나 맛이 좋은 작물재배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온도(T)는 발아 시기, 생육 기간, 꽃눈 형성과 같은 작물생육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식물공장에서 온도 조절을 통한 작물생육의 최적조건 제공으로 모든 기후대 작물의 재배와 수확이 가능한 시대가 열리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로 태양열이나 지열 등을 열 공급원으로 이용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식물공장 이용의 기대효과는 공장을 의미하는 ‘FACTORY’에 기반을 둔 신선한 농산물(F, Fresh), 농산업(A, Agri-business), 편리성(C, Convenience), 교육(T, Teach), 오아시스(O, Oasis), 자연 순환(R, Recycle), 연중 생산(Y, Year-round) 등 7가지입니다.
씨앗 뿌리기와 재배 및 수확이 자동화로 이루어질 수 있는 식물공장에서는 신선한 농산물(F)의 공급이 가능하며, 택배 시스템의 활성화로 소비자가 주문한 식물공장 채소가 수확 후 바로 배송되어 반나절 만에 식탁에 오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작물생산의 안전성은 신선한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여줍니다.
식물공장은 농업과 다른 산업이 융합된 농산업(A)으로 식물공장 전용 품종 개발로 소비자와 가까워지는 업종인 ‘전방산업’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IT 산업, BT 산업, 관광과 레저 산업과 연계된 소재산업인 ‘후방산업’과도 연계해 발전하고 있습니다.
자동화기술로 식물공장은 힘들고 위험한 일에서 벗어나는 쉽고 편리한(C) 농업 유형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자동화로 언제나, 어디에서나, 어떤 상황에서도 환경을 원격 조정할 수 있는 관리의 편의성과 함께 로봇의 도움으로 장애인이나 고령자가 작물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도심에 위치하는 다양한 규모의 식물공장은 소비자에게 작물재배와 연관된 견학, 체험, 학습 등의 교육(T)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식물공장에서의 작물재배에 대한 정보를 웹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송하면, 학생들이 교육 현장에서 환경과 식물 생장의 연관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도심 내에 설치된 식물공장은 도시민의 정서 안정에 도움을 주는 오아시스(O) 역할을 합니다. 이는 도심에 세워진 빌딩형 식물공장이 작물의 재배에 부가해 농업체험, 관광, 식당, 영화관 등이 함께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식물공장은 지구 자원의 순환(R)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물, 배양액, 에너지 자원 등의 재사용이 가능한 식물공장은 지구환경의 오염을 줄여주는 미래형 생산시설로 이용될 수 있으며, 식물공장에서 사용한 영양액을 2차에 걸쳐 살균소독해 재사용하는 순환기술도 개발되어 이용되고 있습니다.
작물재배 환경의 최적관리가 가능한 식물공장은 다양한 작물의 연중(Y) 생산이 가능한 해가 지지 않는 농장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식물공장에서는 단위 면적당 생산성도 매우 높아 330㎡(100평) 시설에서 연간 450만 개의 인공 씨감자 생산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식물공장에서 상추를 5단으로 재배할 경우 단별로 노지 재배보다 생산량이 6배 많아 30배에 달하는 수확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농업이 생명공학, 정보통신, 우주공학 등과 연계된 융복합 기술로 개발되어 운영되고 있는 ‘식물공장’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식물공장과 관련된 원천기술 개발과 확보에 주력해오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IT, LED 등의 신소재 산업과 공동으로 식물공장의 원천기술 개발과 함께 생명공학, 식품, 의약 등의 바이오산업과의 협력을 통해 식물공장 기술의 영역 확대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식물공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식물공장의 운영 및 관리에 대한 관련법과 규정의 제도화에 대한 정부 관련 부처의 적극적인 참여도 주요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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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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