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매립지 위 골프장...혹시 밑에서 불쑥 솟아오르는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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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꺼지거나 터지거나?
쓰레기 매립지 위 골프장의 오해
우리가 쓰고 남은 쓰레기는 돌고 돌아 결국 태우거나 묻는다. 그러려면 소각장, 매립지가 꼭 필요하다. '혐오시설'이라며 꺼리곤 하지만, 주변엔 생각보다 그런 시설이 많다. 하얀 연기를 내뿜는 소각장도 있지만, 가족과 소풍 가는 풀밭(월드컵공원), '힙한' 분위기를 즐기는 문화 공간(부천아트벙커 B39)도 예전엔 그런 곳이었다.
인천 서구에 가면 한쪽은 폐기물을 바삐 묻는데, 다른 쪽에선 푸른 잔디 위 골프를 즐기는 풍경이 펼쳐진다. 서울·경기·인천 3개 광역지자체가 활용하는 수도권매립지다. 주변보다 높은 지대에 골프코스가 있는데, 쓰레기를 묻었던 곳이라고 설명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다. 하지만 골프장의 중심인 클럽하우스는 약간 거리를 둔 채 부지 하부에 있다. 거기엔 매립지라는 특수 상황에 따른 이유가 작용했다. 알고 보면 복잡하고 다양한 쓰레기 매립지·소각장, 그 속살을 들여다봤다.
매립 멈춘 땅,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다?
매립지는 묻을 때도, 묻고 나서도 강한 규제가 적용된다. 매립이 완전히 끝나도 30년간 안정화를 위한 사후처리가 필수인데, 이 기간엔 매립지 상부를 이용할 수 있는 용도가 극히 제한돼 있다. 폐기물관리법상 공원, 체육·문화시설, 신재생에너지 설비 설치만 가능하고, 다른 시설은 불법이다. 주민 안전과 환경 오염 방지, 부지 침하 상황 등을 고려한 규정이다. 넓고 평평한 땅이 비어 있어도 아무 시설이나 막 지을 수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2000년 매립이 끝난 수도권매립지 제1매립장에선 '드림파크CC' 골프장이 운영될 수 있다. 법적으로 허용하는 체육시설이라서다. 이곳에선 쓰레기를 실제로 묻었던 부지 위에 유일하게 들어선 시설이다. 기초 지자체, 민간 업체 단위로 들어서는 여느 매립장과 달리 대형 부지(409만㎡)란 점도 큰 골프장 조성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다만 일부 제한도 있다. 골프 코스는 모두 매립지 상부에 있지만, 이용객이 거치는 클럽하우스 건물은 부지 바깥(하부)에 따로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관계자는 "매립지는 계속 침하하기 때문에 20~30년 안정화 기간이 끝나기 전엔 안전 때문에 건물을 지을 수 없다. 법상 문제가 없는 곳에 클럽하우스 뒀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엄밀히 따지면 골프장(CC)이 아닌 코스만 실제 매립지 위에 있는 셈이다.
수도권매립지는 현재 3-1 매립장에 쓰레기를 묻고 있다. 4년 전 사용이 종료된 2매립장(378만㎡)도 곧 활용 방향이 결정될 예정이다. 공원과 태양광 설비, 골프장 등을 포함한 4가지 안이 검토되고 있다. 모두 법적 테두리 내 용도다.
쓰레기를 깔고 있는 골프장이지만 인기가 많다. 평일 예약 경쟁률도 수십 대 일에 달한다. 수도권매립지공사 관계자는 "초창기엔 매립지라고 알려주면 놀라는 골프 이용객도 있었는데, 요즘은 웬만큼 다들 알고 오는 것 같다"고 했다. 대전(골프연습장), 경기 성남(체육시설), 전북 전주(태양광 시설) 등도 몇년간의 안정화를 거쳐 매립지 상부를 다른 용도로 쓴다.
하지만 사용 종료 매립지 상당수는 접근성, 면적 등의 문제로 이마저도 활용이 어렵다. 그래서 수천, 수만평의 땅을 수십년간 풀만 무성한 유휴지로 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폐기물 업계에선 물류창고, 야적장 등으로도 사후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적으론 지역 주민 등에 영향 없는 수준에서 쓸 수 있다는데 실제로는 뭘 놓을 수 있는 게 없고, 경제성도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쓰레기 묻은 땅은 계속해서 꺼진다?
폐기물을 묻은 땅이 장기간에 걸쳐 꺼지는 건 피할 수 없다. 매립지엔 쓰레기만 막 집어넣지 않는다. 현행법상 하루 15cm씩 복토(흙을 덮음)하게 돼 있다. 쓰레기를 묻고 그 위에 흙을 덮고, 롤러로 다지는 식이다. 인체 유해성 등을 방지하고, 매립지 수명도 연장할 수 있어서다.
매립지가 사용 종료되면 흙과 함께 쌓인 쓰레기가 점점 눌리고 분해되면서 연간 수십cm까지 땅이 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부피가 컸던 종이·비닐 등의 크기가 줄어들고 가라앉는 식이다. 쓰레기에 따른 침출수나 가스도 꾸준히 배출된다. 하지만 만두처럼 매립지 상부를 차수막 등으로 싸매는 '캡핑'이 이뤄지기 때문에 땅이 갑자기 터지거나 푹 가라앉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다만 침하 속도는 변수에 따라 달라진다. 연구에 따르면 가연물이 많이 들어간 생활폐기물 매립장이 소각재·오니 위주인 산업폐기물 매립지보다 더 많이 꺼지는 편이다. 또한 매립 초반에 많이 침하했다가 나중엔 점차 덜 꺼지는 식이다. 수도권매립지공사 관계자는 "사용 종료된 1매립장 높이를 꾸준히 측정하고 있는데, 지금껏 7m 20cm 내려간 거로 파악됐다. 다만 최근엔 연 2cm로 속도가 많이 줄었다"면서 "매립지 침하는 시간이 갈수록 안정화된다"라고 설명했다.
드림파크 CC, 서울 난지도 위에 들어선 하늘공원 등도 꾸준히 침하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매립지 사후관리 규정이 강한데다, 한 해 동안 몇 cm 내려가는 수준은 눈에 보이거나 체감하기 어렵다. 안정성이 확보된 사용종료 매립지에 놀러 갔을 때, 안전 문제를 우려할 필요는 거의 없는 셈이다.
소각장은 일부러 24시간 돌린다?
"저기 소각장은 365일 24시간 풀가동해요. 기계 정비 아니면 계속 때우죠. 새벽에도, 저녁에도 굴뚝 연기 잘 보여요."
지난달 대형 소각시설이 운영 중인 마을에 사는 충북 청주시 주민의 말이다. 소각장 인근 주민들의 불만 중 하나는 쓰레기 태우는 시설을 24시간 돌린다는 것이다. 거기엔 오염물질이 쉴 틈 없이 배출되는 것 아니냐는 불신, 이익을 내기 위해 시설을 놀리지 않을 거라는 의심이 담겨 있다.
이들의 불만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도와 시설 구조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정부 규정상 소각시설은 850도 이상 고온을 유지하면서 쓰레기를 태워야 한다. 850~1000도 수준에서 운영해야 완전연소로 대기오염물질이 덜 나오기 때문이다. 온도가 떨어지면 불완전연소가 이뤄지기 쉽고, 각종 유해물질이 배출될 위험도 커진다. 또한 소각로 불씨를 꺼트렸다가 다시 온도를 끌어올리려면 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예전엔 24시간 가동하지 않는 소각시설도 꽤 있었다. 폐기물이 나오면 쌓아놨다가 일정량 모이면 8시간, 16시간씩 운영했다 멈추는 식이다. 이를 '준연속식'이라고 하는데, 제조업체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소각장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곳은 인건비, 기름값이 더 드는 등 채산성이 맞지 않아 자연스레 사라졌다. 더군다나 소각로 소재인 철은 불에 닿았다 안 닿기를 반복하면 금방 부식되고 수명이 확 짧아진다.
그래서 현재 있는 소각시설은 사실상 100% '연속식'이다. 24시간 운영하는 소각장만 남았다는 의미다. 다만 배출 규제가 있기 때문에 계속 돌린다고 오염물질이 더 나오는 건 아니다. 쓰레기를 잘 태워야 하는 법적 기준, 운영 비용을 아끼려는 경제성 등이 복합 작용하면서 불 꺼지지 않는 소각장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소각장에도 요소수가 필요하다?
싸고 흔했던 요소수는 지난해 11월 몸값이 확 뛰었다. 원료인 요소 수입 급감에 따른 부족 사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요소수 대란'의 이미지는 주유소 앞에 길게 늘어선 경유차들이다. 하지만 차량뿐 아니라 굴뚝 산업 대부분은 요소수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 매연에 포함된 질소산화물(NOx)을 줄이기 위한 필수품이라서다. 수많은 굴뚝을 가진 폐기물 소각시설도 그중 하나다.
쓰레기를 태우는 소각장은 엄격한 대기오염물질 배출 규제를 받는다. 요소수 공급이 지연되면 핵심 오염물질 중 하나인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을 못 맞추기 때문에 난리가 난다. 그래서 요소수 대란 때도 소각 업체들이 정부나 조합 측에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매일 쏟아지는 폐기물을 처리해줄 소각장이 멈추면 '쓰레기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부에서도 노심초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란은 오래 전 끝났지만, 앞으로도 요소수 공급이 쓰레기 처리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폐기물 업계 관계자는 "요소수 투입은 소각 용량에 비례해 늘기 때문에 큰 시설은 사용량 자체가 엄청나다. 모든 소각장엔 요소수가 없어선 안 될 필수품으로 보면 된다"라고 했다.
정종훈(sakehoon@joongang.co.kr) 미주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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