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 정권교체 돼도 힘든건 마찬가지 ㅣ 해외로 눈 돌린다

 

 

“새 정부 건설 호재? 그림의 떡이죠”

갈수록 힘든 중견건설사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방침에 건설업계 일각에서 사업 환경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지만, 중견건설사들의 근심은 커지고 있다. 대형건설사와 달리 서울⋅수도권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따른 수혜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방 분양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인상이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9일 KB증권에 따르면 삼성물산⋅현대건설⋅GS건설⋅포스코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DL이앤씨 등 7개 대형건설사의 국내 주택시장 점유율은 내년을 기점으로 반등할 걸로 전망된다. 7개사의 점유율은 2020년 30%대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30% 미만으로 감소한 후 올해도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이들의 주택 공급도 크게 늘어날 거란 분석이다.

 

“주택시장 규제 완화로 대형사 점유율↑”

중견사, 지방 미분양⋅원자재 쇼크 이중고

 

중견건설사, 정권교체 돼도 힘든건 마찬가지 ㅣ 해외로 눈 돌린다
대구 수성구의 아파트 밀집지역. /뉴스1

 

KB증권은 “‘수요에 대응하는 공급’이라는 정부 정책 기조상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대형건설사의) 정비사업 중심의 분양 물량 증가가 기대된다”고 했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개편,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 등을 추진 중이다. 모두 대형건설사가 아파트 브랜드 파워을 앞세워 장악하고 있는 서울⋅수도권 정비사업의 규제 완화책이다.

 

 

 

이는 뒤집어보면 서울⋅수도권 정비사업에서 소외된 중견건설사들의 시장 점유율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거란 전망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중견건설사들 사이에선 볼멘소리도 나온다. A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규제 완화를 싫어하는 기업은 없겠지만, 정책 자체가 대형건설사들의 리그인 수도권에 몰려 있다. 그들에게나 호재”라면서 “분양 물량이 대부분 지방인 우리에겐 남의 일, 그림의 떡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B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수도권, 나아가 서울 진입을 위해 정비사업 수주를 꾸준히 시도하고 있지만 자이, 푸르지오 같은 아파트 브랜드와 경쟁이 안 된다”고 했다. C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그나마도 대형건설사와 달리 큰 자금이 묶이는 대규모 정비사업엔 함부로 발을 디디지도 못한다”면서 “200가구 미만의 가로주택정비사업 같은 소규모 정비사업에 만족해야 한다”고 했다.

 

일례로 아파트 브랜드 ‘하늘채’를 가진 코오롱글로벌은 올해 들어 서울 동작구 노량진3구역 재개발, 노원구 월계동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수주전에 뛰어들었지만 각각 포스코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에 패했다. 중견건설사 중 유일한 톱10 브랜드 ‘우미린’을 가진 우미건설 역시 서울 외 수도권과 지방에 머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견건설사의 주무대인 지방 분양경기마저 침체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지방 미분양 주택 수는 2만4210건으로 1년 전인 지난해 4월보다 70% 늘었다. 수도권 미분양(2970건)을 크게 웃돈다. 전국에서 미분양 주택 수와 증가율이 가장 큰 대구는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분양한 아파트 10곳 모두 완판에 실패했다.

 

여기에 더해 일부 대형건설사가 브랜드 파워을 앞세워 지방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중견건설사의 입지는 더 좁아지고 있다(관련 기사: 지방 청약시장 찬바람 분다지만… 대형건설사 아파트 인기는 여전 < 2022.5.25 >). 또 수도권 정비사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주택 공급과 수요 모두 수도권 위주로 이뤄져 지방 시장이 더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분양 실적은 건설사의 유동성에 영향을 미친다. 건설사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공사비를 충당한 후 발주처에 분양수익이 들어오면 현금으로 정산받는 식으로 시공 사업을 벌인다. 분양이 안 되면 돈을 받지 못해 유동성이 나빠지고, 나아가 자금 부족으로 신규 수주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원자재 가격 인상도 중견건설사에게 특히 부담이 된다. 레미콘⋅철근콘크리트 등 하도급업체를 상대로 교섭력을 갖춘 대형건설사도 실적 타격을 호소하는데, 중견건설사는 교섭력마저 부족하다. 대형건설사보다 계약물량이 적어 단가가 더 비싸고, 계약주기도 더 짧아서 단가 인상도 더 빨리 이뤄질 수밖에 없다.

 

C건설사 관계자는 “그나마 중견건설사가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대형건설사 대비 내세울 만한 건 인건비 등 차이로 인한 값싼 공사비다. 통상 3.3㎡당 50만원 정도 더 낮출 수 있다”면서 “하지만 원가 부담이 커지면 이런 장점도 희석될 것”이라고 했다.

김윤수 기자 조선일보

 


 

대형社에 치이는 중견건설사, 

해외로 눈 돌린다

 

   그간 국내 사업에 매진해온 중견건설사들이 최근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9일 해외건설협회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엘티삼보(LT삼보), 부영주택, 태영건설, 자이씨앤에이(자이C&A, 구 에스앤아이건설), 도화엔지니어링, 코오롱글로벌, 일진건설산업, 벽산엔지니어링 등 중견건설사들이 2022년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액 상위 20개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엘티삼보는 싱가포르 지하철 터널·크로스 아일랜드 공사, 홍콩 국제공항 제3활주로 공사 등을 수주하며 9위(3억3167만 달러)를, 부영주택은 베트남 하노이 부영 국제아파트 개발사업에 힘입어 10위(3억1639만 달러)를 각각 차지했고, 방글라데시 하수처리장 공사를 따낸 태영건설은 11위(3억708만 달러)에 위치했다.

 

해외진출 한계 있어

조직력 관리 능력 등

(편집자주)

 

중견건설사&#44; 정권교체 돼도 힘든건 마찬가지 ㅣ 해외로 눈 돌린다
LG디스플레이 베트남 하이퐁 OLED 모듈 조립공장 착공식 매일경제 edited by kcontents

 

또한 자이씨앤에이는 LG디스플레이 베트남 공장 라인 클린룸 공사, LG화학 폴란드 복지동 공사, LG에너지솔루션 중국 남경 부속동 공사 등 LG그룹 계열사 일감을 통해 13위(2억2061만 달러)에, 도화엔지니어링은 일본 태양광 발전사업 등을 수주하며 15위(1억7265만 달러)에 각각 올랐다.

 

 

 

아울러 코오롱글로벌은 베트남·스리랑카 정수시설 공사 등을 따내며, 벽산엔지니어링은 몽골 지역난방사업 등을 수주해 20위권에 들었다.

 

부영주택, 태영건설, 코오롱글로벌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엔지니어링업체로 분류되는 기업이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먹거리가 줄어든 대형 업체들이 중견 업체들의 텃밭인 지방 사업,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에 뛰어들면서 내수 시장 내 경쟁이 과열된 영향이 상당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영환경 변화에 중견건설사들이 해외 진출로 대응하는 흐름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브랜드 아파트 부실시공, 하자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글과 무관 ⓒ pixabay

 

실제로 반도건설은 최근 미국법인 반도델라를 통해 현지 주택사업 부지 2곳을 매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델라는 연내 준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반도건설의 LA(로스앤젤레스) 주상복합 프로젝트 'The BORA 3170'을 수행하고 있는 업체다. 미국 시장에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계룡건설산업은 2020년 필리핀 클락 클락힐즈 2차 주상복합 프로젝트를 따내며 2004년 러시아 하바롭스크 주상복합아파트 신축공사 사업 이후 16년 만에 해외 주택사업을 수주했으며, 우미건설도 2019년 미국 LA 임대아파트 프로젝트, 2020~2021년 아마존 물류센터 건설 펀드 투자 등을 통해 해외사업 확대에 돌입했다.

 

이 같은 흐름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중흥건설의 대우건설 인수다. M&A 당시 중흥건설그룹은 대형 건설사들의 지방 시장·소규모 정비사업 진출과 택지 매입, 관계당국의 '벌떼 입찰' 규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후 일감 몰아주기 비판 여론 등으로 실적과 입지가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변화의 기로에서 중흥건설은 대우건설 인수라는 도전적인 옵션을 선택했고, 그 결정에는 대우건설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해외사업 전문 역량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정창선 중흥건설그룹 회장은 "해외 역량이 뛰어난 대우건설 인수는 제2의 창업과도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에선 이런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와의 경쟁으로 중견 업체들의 국내 일감이 크게 줄었다. 주력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뒤집어엎을 순 없는 노릇이고, 해외를 통해 먹거리를 얻는 게 유일한 대안"이라며 "우리나라 중견 건설사들의 토목·플랜트·주택사업 전문 역량과 기술력이 해외 업체에 많이 떨어지지 않는다. 향후 중견 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건 시대적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인건비 상승,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사업 추진 비용 부담이 내수나 해외나 큰 차이가 없어진 점도 있다. 문제는 해외에서의 영업 능력과 네트워크다.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매입한 것처럼 어느 정도 자본력을 갖춘 중견 업체가 해외사업 전문성을 가진 국내 또는 현지 엔지니어링사와의 M&A를 꾀하는 사례를 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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