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5년, 한국경제 폭망시킨 이유 나왔다
:文정부 최저임금 인상, GDP 1%·고용 3.5% 감소” 40대 경제학자 논문…SSCI 국제 학술지에 실렸다
SSCI급 경제 학술지에 게재
소득주도성장 첨병 최저임금 급속 인상 비판
경제 충격 없이 가능했던 인상률은 5.5%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급속 인상이 장기적으로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1% 감소시키는 효과를 냈다고 분석한 논문이 국제적 권위를 가진 SSCI(Social Sciences Citation Index) 등재 학술지에 게재됐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근로자들의 소득을 높여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는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의 골자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연구 결과가 글로벌 주류 경제학계에서 인정받은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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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최저임금의 급속 인상이 GDP 규모뿐 아니라 전체 취업자 수를 장기적으로 3.5% 줄이는 것에 영향을 줬다고도 분석했다.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기업이 생산성이 낮은 노동자들의 고용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저숙련 근로자들이 직장을 잃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 2018년에 장기적인 실질 국내총생산 감소 없이 가능했던 최저임금 최대 인상률은 5.5% 미만이었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 효과가 90%”라고 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진단과는 정반대의 연구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편의점에서 한 직원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뉴스1
22일 조선비즈는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가 쓴 ‘최저임금 인상의 거시경제 효과: 한국의 사례(Macroeconomic impacts of increasing the minimum wage: The case of Korea) 논문을 입수했다. 석 교수와 유 교수는 1970년대생으로 40대 소장파 거시 경제학자들이다. 지난해 이들은 문 정부의 수요 억제 정책이 집값 폭등의 계기가 됐다는 연구 결과를 한국 최대 경제학회인 한국경제학회에서 발간하는 SSCI급 학술지에 싣기도 했다.
최저임금 급속 인상의 거시 경제 파급 효과를 분석한 석 교수와 유 교수의 연구 결과는 이달 9일 SSCI에 등재된 경제학 학술지들 가운데 논문인용지수(impact factor)가 상위 25% 안에 포함되는 ‘이코노믹 모델링(economic modelling)’에 게재됐다. 이코노믹 모델링은 1984년에 창간된 학술지로, 정책 개발에 도움이 되는 대규모 거시 경제 관련 연구 결과를 주로 다뤄 온 학술지다.
지난 2017년 문 정부는 집권 첫해에 2018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을 16.4%, 다음해 10.9%씩 인상했다. 2018년 상승폭은 지난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인상률이며, 2019년은 그 다음으로 높은 인상 폭이었다. 최저임금은 문 정부 소주성 정책의 첨병이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급속한 인상으로 인해 고용 시장에서 생산성이 낮은 저숙련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미·중 무역갈등 외엔 특별한 경제 충격이 없었지만, 성장률이 2.9%, 2.2%까지 추락했다.
왼쪽부터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본인 제공
이 논문은 소주성의 핵심 도구였던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한국의 총 고용, 즉 취업자 수를 장기적으로 3.5%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자본 투자도 줄어들고, 종합적으로 한국의 GDP 규모를 1% 줄이는 효과가 발생했다고 봤다. 경제학에서 ‘장기’로 보는 기간은 정확하게 특정 연도를 지목하는 게 아니라, 경제 내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고 모든 가격과 거시경제변수들이 분석 대상인 경제 정책의 효과를 반영해 변화가 일어난 기간을 의미한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최저임금의 인상이 생산성이 낮은 저숙련 노동자들의 해고로 이어지는 데서 출발했다. 최저임금의 인상은 고용 감소와 기업의 투자 증가라는 두가지 효과를 낸다. 저숙련 노동자들은 일터를 떠나고, 그보다 생산성이 높은 노동자들만 일터에 남게 되므로 고용된 노동자들의 평균 생산성은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생산성이 높은 노동자들이 자본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은 자본 투자를 늘리게 되고 이는 생산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폭이 적을 경우 투자 증가 효과가 고용 감소 효과를 압도해 국내총생산이 증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폭이 커질수록 고용 감소 효과가 커지고, 고용 감소가 기업의 자본 투자 증가 효과를 점차 줄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거시경제 변수 충격 변화. 표 안에서 맨 왼쪽 벤치마크는 현재 한국의 노동 시장 환경을 상정한 값이고, 가운데는 한국보다 고용을 하는 기업이 우위인 상황, 오른쪽은 미국처럼 구직자가 우위인 노동 시장 환경을 상정하고 분석한 값이다./ 석병훈, 유혜미 교수
최저임금을 급속하게 인상했더라도 취업이 쉽게 되는, 즉 기업이 구인난을 겪는 상황이라면 부정적인 효과는 상쇄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의 구인난이 아닌 노동자의 구직난이 이어져 온 상황이기 때문에 2018년 최저임금 급속 인상의 거시 경제 충격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현재 한국의 노동 시장 상황을 배경으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분석할 경우 GDP가 1% 감소, 총 고용 3.5% 감소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미국처럼 오히려 구인난이 벌어지는 경제 환경을 상정하면 GDP는 0.75%, 총 고용은 3%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이 구직자에 유리한 환경일수록 최저임금 급속 인상의 충격도 덜 하다는 것이다.
논문의 저자인 석병훈 교수는 “본 논문은 2021년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 데이비드 카드의 ‘최저임금 소폭 인상은 고용 감소 효과가 크지 않다’는 실증 연구를 뒷받침하는 이론적 메커니즘을 포함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은 무조건 고용 감소를 일으킨다는 고전적 경제 이론에 경도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적정 수준의 최저 임금 인상은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으나, 2018년의 과속 인상은 장기적으로 경제 충격을 줬다는 연구 결과를 강조한 것이다.
세종=이민아 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