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나! 일파만파 루나 사태...올해 들어 3배 늘어 28만명 투자자 패닉 상태

 

‘1테라=1달러’ 연동된 코인, 

큰손 1000억원 던지자 너도나도 탈출

투자자들, 사기로 권도형 고소

 

   스테이블코인(달러화 등에 가치가 고정된 가상화폐)이라던 ‘테라USD(이하 테라)’와 이 코인과 쌍을 이루는 ‘루나’의 폭락 사태가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한때 글로벌 코인 시가총액 순위 8위까지 올랐던 테라·루나 가격이 이달 들어 사실상 ‘제로(0)’가 되고 주요 거래소에서 퇴출당했다.

 

어쩌나! 일파만파 루나 사태...올 해들어 3배 늘어 28만명 투자자 패닉 상태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가상 화폐 거래소 고객센터 모니터에 루나 가격 그래프가 표시돼있다. 가상 화폐 ‘루나’ 가격이 이달 들어 폭락하면서 가상 화폐 시장 전체 불안을 키우고 있다. /뉴스1

 

테라와 루나는 한국인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개발한 코인이다. 1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루나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는 지난 15일 기준 28만명에 달한다. 작년 말 9만명이었는데 올 들어 3배로 급증했다. 이날 테라·루나 투자자들은 사기 혐의 등으로 권 대표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에 고소·고발했다. 테라·루나 사태의 전말을 5개의 문답으로 풀었다.

 

1Q. 스테이블코인이 뭔가

가격이 안정적(stable·스테이블)으로 유지되도록 한 가상화폐를 뜻한다. 비트코인같이 시세가 크게 오르내리는 코인과 달리, 코인 하나 값이 달러·유로 같은 법정화폐와 ‘1코인=1달러’처럼 유지되도록 설계됐다.

 

스테이블코인이 가격을 유지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1코인을 발행할 때마다 발행사가 진짜 1달러를 사서 적립하는 것이다. 코인 소유자는 언제든지 코인을 발행사로 가져가 1달러를 받을 수 있어 코인 가격은 1달러로 유지될 수 있다.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인 ‘테더’가 이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둘째 방법은 테라·루나가 사용한 이른바 알고리즘 방식이다. 실제 달러를 사서 적립하지 않고 프로그래밍을 통해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어쩌나! 일파만파 루나 사태...올 해들어 3배 늘어 28만명 투자자 패닉 상태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2Q. 알고리즘 방식은 지속 가능한가

테라를 포함한 알고리즘 방식의 코인 발행사들은 스테이블코인과 쌍을 이루는 루나 같은 ‘위성 코인’을 통해서 가치를 유지한다고 주장한다. 테라와 루나는 서로 가격이 연동돼 있다. 스테이블코인인 테라 1개를 팔면 1달러어치 루나를 받을 수 있다.

 

‘테라’를 연필, ‘루나’를 지우개에 빗대어 설명하자면, ‘연필 한 자루를 주면 항상 지우개 1000원어치를 받을 수 있다’고 정해둔 것과 비슷하다. 지우개가 1000원이라면 연필 하나를 주고 지우개 하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우개가 500원이라면 연필 하나를 주고 지우개 2개, 100원이라면 연필 하나에 지우개 10개를 받는다. 연필 소유자는 어떤 경우에도 이 ‘약속’에 따라 연필 하나로 지우개 ‘1000원어치’를 받을 수 있다. 연필 1개 가치는 그래서 ‘1000원’으로 유지된다. 테라폼랩스는 루나(지우개)를 유연하게 더 만들고 없앨 수도 있으므로, 가격에 상관없이 테라(연필)의 가격이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다고 했다.

 

어쩌나! 일파만파 루나 사태...올 해들어 3배 늘어 28만명 투자자 패닉 상태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3Q. 약속만 가지고 스테이블코인 가격이 보장되나

스테이블코인이 가격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인이 또 하나 있다. ‘차익 거래’라고 하는 장치다. 스테이블코인도 거래소에 상장돼 자유롭게 거래되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1달러’에서 벗어날 때가 있다. 만약 테라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내려가 0.9달러가 되면 어떨까. 테라를 사서 개당 ‘1달러어치’ 루나로 바꿀 수 있으니 1테라당 0.1달러(차익)를 벌 수가 있다. 이런 상황이 되면 투자자들이 테라를 사자고 몰려들어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다시 올라간다.

 

 

테라 가격이 1달러를 뚫고 올라가면 반대 상황이 벌어진다. 1달러짜리라는 코인이 시장에서 1.1달러로 거래되니 팔아서 이득을 보려는 사람이 늘어 가격이 1달러 수준으로 수렴한다.

 

어쩌나! 일파만파 루나 사태...올 해들어 3배 늘어 28만명 투자자 패닉 상태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4Q. 그렇다면 테라·루나 가격은 도대체 왜 폭락했나

여러 이유가 겹쳤다. 테라·루나의 규모가 커지자 테라폼랩스는 이 코인을 활용한 일종의 금융 서비스(‘앵커 프로토콜’)를 새로 출시했다. 테라를 예치하면 연 20% 정도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었다. 파격적 금리에 돈이 몰려 1년 전 50억달러 정도였던 적립금 규모가 이달 초엔 160억달러까지 불어났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속 가능하지 않다’ ‘위험하다’는 얘기가 돌았다.

 

불안이 커진 가운데 5월 초쯤 한 ‘큰손’이 8500만달러 매도 주문을 넣었고, 그 직후 가격이 0.98달러로 내려가는 일이 발생한다. 평소 같으면 차익 거래 등이 작동하면서 가격이 1달러로 돌아가야 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투자 심리가 불안정한 상황이어서, 투자자들이 테라를 사기는커녕 탈출하듯 팔아치우면서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너무 많은 매도 주문이 나오자 테라 가격 유지를 위해 루나를 추가 발행하는 데도 차질이 생겼다. 발행 속도가 매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아울러 공급이 늘어난 루나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테라와 루나가 가격 하락의 소용돌이로 동반 추락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테라폼랩스는 보유 중인 비트코인을 활용해 이런 상황을 막아보려는 시도도 했다는데,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어쩌나! 일파만파 루나 사태...올 해들어 3배 늘어 28만명 투자자 패닉 상태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5Q. 테라 같은 사건이 또 발생할 수 있을까

테라처럼 알고리즘 방식으로 운영되는 스테이블코인은 전부 비슷한 방식으로 폭락할 수 있다. 주요국 규제 당국은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는 분위기다.

 

미국 금융안정감독위원회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은행으로만 한정하는 강력한 규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우리 금융 당국이 추진 중인 ‘디지털 자산 기본법’에도 더 엄격한 규제를 명시할 가능성이 커졌다. 제대로 된 규제가 마련되기 전까지, 초보 투자자라면 ‘스테이블코인이 안전하다’는 말만 믿고 투자해선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어쩌나! 일파만파 루나 사태...올 해들어 3배 늘어 28만명 투자자 패닉 상태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김신영 기자 조선일보

도움말=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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