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난에 빠진 미국 유럽..."일자리가 아니라 일손이 부족"

 

 

미국 부동산투자 플랫폼 '마인드'(Mynd)

근속연수 5년 되면 부동산 투자 6만 달러(약 7186만원) 지원프로그램 도입

 

미국·유럽도 구인난

 

[편집자주] 일자리가 아니라 일손이 부족하다. 택시 등 이른바 저소득 기피 업종의 구인난은 날로 심해진다. 반면 배달 애플리케이션 등 플랫폼 관련 노동자는 넘쳐난다. 정해진 직장없이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다니며 돈을 버는 '디지털 노마드(유목민)'의 출현과 함께 '긱 이코노미'(임시직 경제)는 어느새 현실이 됐다. 이른바 3D(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업종의 인력난을 해결할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구인난에 빠진 미국 유럽..."일자리가 아니라 일손이 부족"
지난 11일 미국 조지아주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 구인 안내가 붙어있다./로이터=뉴스1

 

  세계 각국이 코로나19(COVID-19) 방역 조치를 완화하면서 인력 수요 급증에 따른 구인난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심각한 인력난을 겪어온 미국에선 퇴사를 막기 위해 직원들에게 '5년 근속 보너스'로 약 7000만원을 주는 기업까지 등장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3월 고용지표에 따르면 미국 노동자들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달보다 0.4%,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구인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직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경쟁적으로 임금 인상에 나서면서다. 지난 2월 미국 전체 퇴직자는 610만명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자발적 퇴직자는 약 440만명에 달했다. 특히 제조업, 외식업, 숙박업 등에서 직장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직원들이 떠나지 않도록 온갖 고육지책을 짜내고 있다.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의 부동산투자 플랫폼 '마인드'(Mynd)는 근속연수 5년이 되면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6만달러(약 7186만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새 회사에 출근하기도 전에 유급 휴가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미국 홍보업체 마이크월드와이드는 '사전 유급휴가'를 통해 채용이 확정된 직원이 근무하기 전 일주일 전부터 급여를 주기 시작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재택근무가 일상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근로자들 인식 변화에 발맞춰 근무 형태를 유연하게 바꾸는 회사들도 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영국에 공동 본사를 두고 있는 소프트웨어업체 완디스코는 지난 2월부터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 주당 32시간 근무를 도입했다.

 

미국 외식업계에서는 구인난 해결을 위해 직원 대신 서빙 로봇을 도입했다. 카메라와 레이저 센서를 활용해 음식을 나르는 로봇 '서비'(Servi)의 사용료는 월 999달러(약 118만 원) 수준이다. 음식제조 로봇 '플리피'(flippy)는 감자튀김이나 치킨처럼 기름 온도를 조절하기만 하면 간단하게 조리가 되는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플리피'를 만든 미소 로보틱스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로봇이 매주 약 150대 가량 팔린다고 전했다.

 

구인난에 빠진 미국 유럽..."일자리가 아니라 일손이 부족"
(미국의 부동산투자 플랫폼 '마인드'(Mynd)는 근속연수 5년이 되면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6만달러(약 7186만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Mynd edited by kcontents

 

 

일부 유럽국가들은 3D(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기피업종의 구인난 문제를 친이민 정책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독일은 노동 이민자의 고용계약 허용조건을 완화하고, 해외에서 취득한 자격 인증 절차 등을 간소화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했다. 프랑스는 창업가들이 간단한 심사만 통과하면 4년간 프랑스에서 일하고 거주하도록 허용하고 이주비용 일부와 사무공간도 정부가 제공한다. 스페인에서는 스페인계 아르헨티나인을 대상으로 기술, 정보통신, 연구, 금융 등의 분야에서 중간 이상 수준의 숙련도를 가진 노동자에게 '구직비자'를 발급한다.

 

 

 

손연정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지난해부터 심각한 구인난이 일어나고 있었는데 유사한 원인으로 우리나라도 시차를 두고 비슷한 흐름이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완전히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를 되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이 분위기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이전 근로환경을 고집했을 때 노동 수요와 공급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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