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탈원전] 건설업계, 원전 건설에 다시 주력...차세대 원전 해체와 SMR 시공도

 

‘脫탈원전’ 준비하는 건설업계

원전해체·SMR 선점 시동

 

   새 정부가 탈(脫)원전 폐기 공약 실천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건설업계도 원전 사업 재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전 사업은 국내 원자재 가격 인상과 해외 수주 감소에 따른 실적 부진을 만회할 주요 신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업계 1·2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차세대 원전 기술인 원전 해체와 소형모듈원전(SMR) 선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삼성물산-뉴스케일, 현대건설-홀텍

손잡고 차세대 원전 기술 선점 경쟁

탈원전 폐기 추진에 원전 사업 확장

 

[탈탈원전] 건설업계, 원전 건설에 다시 주력...차세대 원전 해체와 SMR 시공도
뉴스케일파워의 소형모듈원전(SMR) 조감도. /두산중공업 제공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 26일 GS에너지·두산에너지빌리티와 함께 미국 SMR 기업 ‘뉴스케일파워’와 손잡고 SMR 기술 확보에 나선다고 밝혔다. 뉴스케일파워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을 받아, 60메가와트(㎿)급 SMR 12기로 이뤄진 원전발전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그간 발전소 시공 역량을 앞세워 뉴스케일파워와 전 세계에 SMR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면서 관련 기술을 습득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보다 하루 전인 지난 25일 현대건설은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SMR 등 신사업 추진에 총력을 기울여 미래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삼성물산이 뉴스케일파워와 손잡았다면 현대건설은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홀텍)과 긴밀히 협력한다. 역시 협력을 통한 기술 확보를 꾀하고 있다. 홀텍은 미국 내 인디안포인트 원전, 오이스터크릭 원전, 필그림 원전 등 해체 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홀텍과 SMR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사업 협력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달 말 원전해체 협력 계약도 맺고 홀텍의 원전해체 사업에 직접 참여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이 미국 원전해체 사업에 참여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향후 글로벌 원전해체 시장에도 공동 진출을 추진한다. 지난 20일 한국원자력연료와도 원전해체 사업 진출을 위해 손잡았다.

 

최근 양사 움직임의 배경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의 탈원전 정책 폐기 추진이 있는 걸로 보인다. 최근 인수위는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하고 차세대 원전 기술을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원전 전력 비중 확대와 원전 해체·SMR 사업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탈탈원전] 건설업계, 원전 건설에 다시 주력...차세대 원전 해체와 SMR 시공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1일 오후 경남 창원시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원전 가스터빈 부품업체 '진영TBX'를 방문해 공장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제공

 

증권사들은 건설사들이 이 변화의 수혜를 볼 걸로 전망했다. 건설업계 안에서도 기대감이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한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기업의 원전 시공능력은 서로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데도 해외 발주처들이 일감을 잘 안 주려는 분위기”라면서 “이런 분위기가 바뀌면 아무래도 기업들의 상황도 나아질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건설사들의 해외 원전 시공 규모는 매출 기준 2016년 1조6141억원에서 2020년 절반 미만인 7458억원으로 줄었다.

 

 

 

양사가 하려는 건 단순히 기존 대형 원전 시공 사업의 재개를 넘어 아직 국내 업계가 진출하지 못한 원전 해체와 SMR로의 사업 확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동되는 원전 24기 중 17기가 가동 연한이 임박한 상황이다. 이것들을 안전하게 해체하는 원전 해체 기술, 이로 인한 전력 공백을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원전이란 평가를 받는 SMR로 대체하는 기술의 선점을 놓고 건설사들이 다투고 있다. 향후 글로벌 시장 규모는 각각 수백조원으로 추정된다.

 

원전 해체와 SMR 시공 모두 기존 대형 원전 시공 경험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경쟁력 우위를 자신하고 있다. 양사는 국내 최초의 수출 원전인 아랍에미리트(UAE) 바카라 원전 1호기 시공에 나란히 참여했다. 삼성물산은 현재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국내 원전 24기 중 가장 많은 14기의 시공 참여 경험을 갖고 있다. 폴란드, 체코 원전 수주에 도전 중인 대우건설 등 다른 건설사들도 원전 해체와 SMR 시장 진출을 중장기 목표로 삼고 있다.

김윤수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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