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가 공직에 갈 때, 사직하라 [고영회]
교수가 공직에 갈 때, 사직하라
2022.04.29
새 정부 조직을 짜고 있으니, 교수들이 학교를 떠나 임명직 공무원으로 나가는 일도 자주 생길 겁니다. 특히 올해에는 6월 지방단체장 선거에 도전하는 교수들도 나올 것이고요. 그런데 이들이 행정관료나 정치인으로 나서면서 현직을 어떻게 정리하고 갈까요? 아마, 거의 휴직서를 내고 나가겠지요.
<교수가 행정관료로 적합한가>
선출직에 나가는 것이야 해당 주민들이 선택했으니 그 직을 수행할 자격을 인정받았다고 치죠. 정부 행정관료로 가는 경우는 어떨까요. 행정관료로 일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전문성과 행정능력을 가져야 합니다. 행정능력은 주로 행정경험과 자기 노력으로 키워지는 것이라고 할 텐데, 교육과 연구가 주 업무인 교수가 그런 행정능력을 갖추긴 어렵겠지요. 학교에서 고위 관료로 진출한 교수 중 제대로 행정능력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합니다.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은 자리와 능력의 부조화에서 나오는 것이겠지요.
<교수가 지닌 능력은 소중하다>
교수가 가진 지식과 전문성은 국가에 중요한 자산입니다. 교수도 국가발전에 중요한 이론, 정책 대안 등 중요한 것을 갖고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나 공직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교수의 정치경험이나 행정경험은 인재를 양성하는 데 중요한 지식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왜 자리를 지켜두고 가야 할까요. 중요한 경험을 쌓은 분이라면 학교로 가려 할 때 학교에서 뿌리칠 이유가 없을 텐데요.
<휴직하고 가면 되나? 학생은 어쩌라고>
휴직이란 ‘신분을 보유하면서 일정 기간 그 직무에 종사하지 않는 것’입니다. 교수는 교육공무원이든 사립학교 교원이든 휴직은 비정상적인 경우이므로, 휴직요건과 사유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교수로서 자기 직무에서 떠나 있으려면 그럴 만한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교수가 공직선거를 준비하기 위해 교직을 떠나도 되느냐, 공직에 나간 후에도 교수직을 유지하고 있어도 되느냐, 휴직 횟수와 기간은 얼마나 허용할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이것은 진실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가치 기준 문제로 생각합니다.
학생의 자리에서 바라보면 사정이 참 딱합니다. 정ㆍ관계로 진출한 교수의 빈자리를 임시 강사로 땜질하고, 그 땜질이 여러 해 계속되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태가 계속됩니다. 학생의 권리는 어떻게 찾아야 합니까. 없는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학교는 다른 사람으로 채우지도 못합니다. 학교도 갑갑합니다.
<사직하는 것을 허락하자>
교수의 본업에서 벗어나 다른 길을 가려는 교수들은 그 길을 가도 좋습니다. 각자 보람을 찾아 살 권리가 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길을 찾아가면서 자리를 쟁여두면 안 됩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줍니다. 교직과 다른 길을 가려면, 현직을 버리고 가십시오. 그리고 정치나 행정에서 자기 능력을 맘껏 발휘하십시오. 찾아간 길에서 승부를 거십시오. 그러다가 다시 본업으로 돌아오고 싶을 때는, 그동안 쌓은 실적으로 교육자의 자질을 다시 검증받으십시오. 다른 분야는 그렇게 합니다. 이렇게 정착될 때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제 국가공무원법이나 공직자선거법은 국가공무원이나 공직자 선거에 나가는 사람에서 사직하고 올 것을 요구해야 합니다. 교수 자리를 떠나 다른 길을 가려는 그들에게 사직을 허락해야 할 때가 됐습니다. 사직을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 교수직을 내려놓고 가면 더욱 좋습니다. 그것이 자기가 몸 담고 있는 교직에 기여하는 길입니다. 앞으로 눈여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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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고영회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1981)와 박사과정을 수료(2003)했으며, 변리사와 기술사 자격(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가 있습니다.
대한변리사회 회장, 대한기술사회 회장, 과실연 공동대표, 서울중앙지법 민사조정위원을 지냈고, 지금은 서울중앙지검 형사조정위원과 검찰시민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원 감정인입니다. 현재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와 ㈜성건엔지니어링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mymail@patinfo.com
2006 자유칼럼그룹www.freecolum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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