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기술의 발전...피 한방울로 1기 이전 암 진단 ㅣ 방사선이 수술 대체하나

 

피 한방울로 1기 이전 암 진단

“연내 허가 절차 밟을 것”

 

코스닥 바이오기업 ‘EDGC’ 신상철 대표

 

    피 한 방울로 암을 조기 진단하겠다고 나선 국내 기업이 있다. 2018년 코스닥 상장된 바이오기업 EDGC(이원다이애그노믹스)는 10㎖(밀리리터)의 혈액에 들어 있는 DNA를 분석해 암을 찾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EDGC 신상철(52) 대표는 21일 “암은 보통 조직 검사를 통해 발견하는데 그때는 이미 경과가 많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며 “소량의 피에서 암을 진단할 수 있다면 발병 초기에 손쉽게 암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EDGC 사무실에서 신상철 대표가 침 속 DNA로 조상을 찾아주는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DGC는 피 한 방울에 든 DNA 조각을 분석해 1기 이전 암을 조기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김연정 객원기자

 

암 혈액 진단은 전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로, 기존의 조직검사 수준으로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가장 앞선 기업으로 평가되는 미국 가던트헬스는 암 고유의 유전자 지표(바이오마커) 2만개를 분석해 초기 단계의 4가지 암을 90% 정확도로 가려낸다.

 

EDGC는 암세포에서 흘러나온 DNA 조각을 분석해 극초기(1기 이전)에 암을 진단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대장암과 폐암, 유방암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신 대표는 “개별 암이 아닌 여러 암을 극초기에 한꺼번에 찾는 임상은 국내에서 처음”이라며 “임상을 근거로 연말에는 국내에서 진단 의료기기로 허가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10대 암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EDGC는 유전자 전문 기업 다이애그노믹스가 모태다. 2013년 이원생명공학연구원이 투자를 하며 EDGC가 출범했다. 신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20년 가까이 삼성증권에서 투자 전문가로 활약하다가 혈액을 통한 암 진단 가능성을 보고 회사 설립 당시 초기 경영진으로 참여해 지금까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EDGC는 직원이 116명인 작은 기업이지만 연구·개발(R&D)에 매년 200억원 넘게 투자하고 있다. 신 대표는 “R&D를 뒷받침할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의료기기 시장에도 진출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최근 미국 연방조달청에 의료기기인 저주파 자극기를 100만달러어치 납품했다. 그는 “10년간 최대 7000억원까지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자체 개발 신속항원진단키트 등 품목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DGC는 병원 유전자 검사 서비스 확장에도 집중하고 있다. 산모의 양수 대신 혈액으로 선천성 유전 질환과 기형 여부를 진단하는 방법이다. 지난해 국내외 4000여 병의원에서 17만여 건을 분석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침 1㎖로 질병 가능성을 분석하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2019년 4432건이었던 분석 건수는 지난해 7만여 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매출은 893억원이다.,

 

신 대표는 또 “혈액을 이용한 암 진단을 수년 내 상용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유전자 분석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관련 산업이 향후 2~3년 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전자 검사로 확보한 빅데이터는 정밀 의료, 신약 개발 등을 넘어 우리 생활과 밀접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지한 기자 조선일보

 


 

암 정밀 조준해 파괴

방사선이 수술 대체하나

 

  수명이 늘면서 암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인이 기대수명(83세)까지 산다면 남자는 5명 중 2명(39.9%), 여자는 3명 중 1명(35.8%)에서 암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2019년 국가암등록통계)

 

암의 3대 치료법은 수술,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다. 방사선 치료는 최근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 암만 정밀하게 파괴하고, 정상세포는 살리는 등 치료 정확도가 높아졌다. 외과 수술처럼 병변을 정확히 파괴해 일부 방사선 치료는 '방사선 수술'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방사선 치료가 도입된 지 올해로 100년째다. 세브란스병원에 첫 방사선 치료 기록이 남아있다.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이익재 교수를 만나 방사선 치료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들었다.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이익재 교수 인터뷰 세브란스서 시작

방사선 치료 도입된 지 올해로 100년 

연세암병원 내년 상반기 중입자 치료기 국내 첫 가동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이익재 교수/세브란스 제공

 

-방사선은 어떻게 암을 치료하나?

암에 방사선을 조사하면 암세포 DNA가 깨지면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방사선 조사 후 몇주에서 몇달까지 암세포는 계속해서 죽어간다. 방사선 치료의 목적은 국소적으로 발생한 암의 크기를 줄여주거나 제거하기 위한 것이 첫번째다. 수술이나 항암 치료 후 재발 방지나 증상 완화를 위한 목적으로도 쓴다. 방사선 치료는 신체 외부에서 방사선을 조사해 방사선이 피부와 장기를 통과, 목표점인 암세포에 도달하는 외부 방사선 치료 방식, 자궁·비인강·기관지·식도·담도·전립선 등과 같은 장기에 직접 관을 넣어 방사선을 조사하거나, 방사선을 발생시키는 동위원소를 직접 삽입하는 근접 방사선 치료 방식이 있다.

 

 

-방사선 치료 주로 어떤 암에 적용되나?

방사선 치료는 과거 자궁경부암 등 몇몇 암에만 적용했지만, 최근에는 모든 암에 방사선 치료가 적용되고 있다. 수술 전 확실한 치료를 위해 초기 암에 적용하는 경우도 있고, 수술이 어려운 재발·전이암에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고령이거나 만성질환이 있어 암 수술을 견디는 신체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수술 대신 방사선 치료를 하기도 한다.

 

몇십 년 전만 해도 방사선 치료 환자는 자궁경부암 환자가 가장 많았다. 자궁경부암이 줄면서 지금은 유방암 환자가 많다. 초기 유방암에는 방사선 치료를 같이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전립선암의 경우도 방사선 치료가 많다. 전립선암은 고령 환자들이 많다보니 수술보다는 방사선 치료를 많이 한다. 폐암, 간암도 흔하게 방사선 치료를 한다.

 

-방사선 치료가 까다로운 암은?

육종(뼈나 연부 조직에서 발생하는 암)의 경우 방사선 치료를 해도 재발·전이가 잘 된다. 악성도가 높은 뇌종양의 경우 방사선 치료 후 재발이 잘된다. 췌장암의 경우는 주변에 정상 장기들이 가까이 붙어있어 방사선 치료 시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

 

-방사선만으로 암이 완치되는 사례도 있나?

방사선 치료가 암 절제 수술을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조기 간암, 일부 뇌종양이 대표적이다. 폐암 1기의 경우 수술하기 어렵다면 방사선 치료를 하는데, 경우에 따라 생존 기간이 길어 완치를 기대할 수도 있다. 진행된 폐암의 경우에도 좋은 표적항암제들이 많이 나왔는데, 방사선 치료를 같이 하면 과거에 비해 오래 사는 사례들이 많아졌다. 좋은 항암제들이 많이 나오면서 방사선 치료 효용성이 높아지고 있다.

 

-방사선 치료 도입 100년이 됐다?

국내 방사선 치료가 학술지에 처음 기록된 것이 1922년 4월 17일이다. 세브란스병원 외과 전문의였던 러들로 교수가 1923년 집필한 중국의학저널(China Medical Journal)에 ‘목 부위에 육종암이 발생한 환자에게 세브란스병원 초대 방사선과 과장이던 클라렌스 홉커크 교수가 처음으로 방사선 치료를 진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방사선 치료기 ‘코발트 원격치료기’ 역시 1969년 설립된 연세암센터에 들어왔다.

 

 

 

-방사선 치료는 어떻게 발전하고 있나?

방사선 치료 목표는 암이 있는 부위만 국소적으로 방사선을 조사해 정상 세포 손상은 최소화 하고 암세포만을 파괴하는 것이다. 정상 조직에는 약한 방사선을, 암에는 강한 방사선을 조사하는 세기 조절 방사선치료(IMRT)가 최근 발전된 형태의 방사선 치료다. 첨단 컴퓨터가 방사선 치료 방향에 따라 방사선의 세기를 자동 조절하며 이를 도와 종양 모양에 따른 맞춤 방사선치료가 가능해졌다. 기존의 삼차원 입체 조형 방사선치료가 3~5방향에서 같은 강도의 방사선을 조사하는 것에 비해 세기 조절 방사선치료는 약 100~120개의 방향으로 방사선을 나누어 인체에 조사해 원하는 방사선 분포를 만들 수 있다. 모든 암종에 대한 방사선치료에 세기 조절 방사선치료를 적용할 수 있다. 특히 방사선에 민감한 조직이 암 주변에 있는 경우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또다른 분야는 방사선 치료 시 영상을 이용해 치료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다. 영상유도 방사선치료(IGRT)는 방사선치료기에 내장된 CT를 이용해 치료 부위 영상을 얻는다. 이 영상을 기존에 수립해 놓은 방사선 치료 계획과 비교해 종양이나 주변 장기의 위치에는 변화가 없는지 확인하기 때문에 오차를 최소화한다. 또한, 치료 도중 종양의 크기 변화가 확연히 관찰될 경우 방사선치료 계획을 즉각적으로 변경해 불필요한 방사선 조사를 예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자기공명영상(MRI)을 하나의 장비로 융합한 방사선 치료기(유니티 MR-Linac)도 나왔다. 실시간으로 MRI 영상을 보며 방사선 치료의 정밀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MRI는 방사선 피폭이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국내에는 아직 도입이 되지 않았지만 방사선 치료기와 PET- CT(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를 합친 것도 있다. PET-CT를 찍으면 암 부위가 노랗게 반짝반짝하는데, 이 부위에 방사선 쏘는 것이다. 영상 장비가 방사선 치료기에 접목되면서 미세한 종양도 잘 찾고, 종양에 방사선도 집중적으로 쏠 수 있다.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이익재 교수/세브란스 제공

 

-AI가 방사선 치료에 접목되고 있다?

정확한 방사선 치료를 위해서는 방사선 치료 의사는 치료 전 계획을 철저히 세운다. 치료 계획은 종양과 그 주위 조직을 직접 그림으로 그리고 방사선을 어떻게, 얼마나 조사할 지 계산해 담는 것이다. 종양에만 방사선이 들어가고 정상 장기에는 방사선이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한 필수 과정인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AI가 발전하면서 이 작업이 컴퓨터로 가능하게 됐다. 현재 개발된 시스템으로는 AI가 5분 안에 환자의 병변과 주변 장기를 다 그려주며, 의료진이 약간 조정을 하면 된다.

 

 

 

-입자 방사선 치료가 발전하고 있다?

2000년대에는 X선 등 전자 방사선뿐만 아니라 양성자와 탄소이온을 이용한 중입자 방사선 치료 기술도 등장했다. 이는 암을 파괴할 때 ‘무기’ 차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암에 총을 쏠 것이냐 레이저를 쏠 것이냐 대포를 쏠 것이냐의 문제. 입자 방사선 치료는 X선 방사선 치료 대비 2~3배 높은 치료 효과(방사선 세포 살상 능력)를 보인다. 브래그 피크(Bragg peak) 특성을 이용해 정상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종양에만 집중적으로 조사할 수 있다. 일정 깊이에서 에너지를 한 번에 방출하고 방출 전과 후에는 조직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X선을 이용한 기존의 방사선 치료에 저항성을 보인다고 알려진 암종(괴사성 종양 등), 과거에 방사선 치료를 받았으나 재발해 주변 정상 장기를 최대한 보존해야 하는 상황 등에서 이를 적용할 수 있다. 특히 2023년 연세암병원에 도입될 탄소이온을 이용한 중입자 치료는 양성자 치료에 사용되는 수소 입자보다 12배 무거운 탄소 입자를 가속시켜 더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023년 중입자 치료기가 가동된다?

연세암병원은 2023년 상반기 ‘꿈의 암 치료기’라 불리는 중입자 치료기 가동을 시작한다. 중입자 치료기 가동을 위해 세브란스 재활병원 뒤편에 지하 5층~지상 7층, 연면적 3만 5천m2(약 1만평) 규모 건물을 지었다.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는 이 건물 지하에 있다. 중입자 치료기의 무게는 420t, 가속기의 크기는 테니스장 2개 반 크기로 거대하다. 3000억 원 규모의 고가의 장비다.

 

중입자 치료기는 탄소 이온을 거대한 입자 가속기에 주입해 암세포를 빛의 3분의2 속도로 정밀 조준 타격함으로써 암을 파괴한다. 정확도가 높을 뿐 아니라 기존 방사선 치료보다 치료 기간을 단축하는 장점도 있다. 회당 치료 시간은 2분 남짓인 데다 통증도 없어 치료 후 환자가 당일 귀가할 수 있다. 연세암병원은 중입자치료기 시범가동을 통해 충분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중입자 치료기는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 세계 6개 국가, 10여 개 시설에서만 운영 중이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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