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공대 면접에서 탈원전 지지자 선별"..."정신 나간 사람들 아냐?"
혈세 290억원 투입
캠퍼스에 달랑 건물 한 동
(편집자주)
배점 70% 창의성 면접 문항서 원자력발전 단점 부각
발전 비용 원자력이 태양광보다 7.5배 비싸다고 안내
올해 정부 예산 290억원이 투입되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한전공대)가 첫 번째 신입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탈(脫)원전 지지를 유도하는 듯한 면접 문제를 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한전공대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따라 원자력 교육을 고의로 배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학교는 면접시험 응시생에게 “창의성을 발휘해 에너지 공급 계획을 짜보라”면서 원자력 발전의 단점을 부각하고,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평균 발전 비용이 원전보다 7.5배 저렴하다고 안내했다.
“文정부 탈원전 정책 지지자 뽑으려는 것” 지적 나와
한전공대 “대단히 창의적인 시도로 평가받았다” 반박
교육 전문가들은 “한전공대가 글로벌 에너지 특화 대학을 표방한다면서 실제로는 현 정부의 탈원전 이념 지지자를 뽑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15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한전공대의 ‘2022학년도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2일 개교한 한전공대는 총 110명의 모집 인원 가운데 100명을 수시 전형을 통해 선발했다. 수시 모집에서 한전공대는 1단계 서류 평가로 면접 대상자를 추린 다음 학생부 기반 면접과 창의성 면접을 진행해 최종 합격자를 결정했다. 면접 배점은 학생부 면접 30%, 창의성 면접 70%였다. 창의성 면접이 합격 여부를 좌지우지한 셈이다.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은 없었다.
보고서에 실린 창의성 면접 문항을 보면,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한 도시의 지도와 석탄·원자력·풍력·태양광 등 4종류의 발전 설비를 제시한 뒤 “경제·사회·환경 등의 측면에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위치에 발전 설비를 설치하라”고 요구한다. 또 다른 문항에서는 3개의 마을을 보여주고, 각 마을에 가장 어울리는 발전 설비를 자유롭게 골라 전기 에너지를 공급해보라고 한다.
논란이 되는 지점은 한전공대가 4종류의 발전 설비를 제시하면서 각 설비의 특성을 설명한 부분이다. 학교 측은 풍력·태양광 발전 설비의 환경 영향에 대해서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간단히 장점만 적었다. 반면 원전과 관련해서는 “사고 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면 바람과 해류를 따라 이동하고, 유출 지점에서 가까울수록 영향이 크다. 생물체가 방사성 물질에 지나치게 노출될 경우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부정적인 면을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둘러싼 환경 오염 이슈도 있는데 한전공대가 이 내용을 학생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수명을 다한 태양광 폐패널이 내년에만 988톤(t) 발생할 예정이다. 10년 후인 2033년에는 태양광 폐패널이 2만8153t으로 28.5배 급증할 전망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연구진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용 알루미늄을 1t 생산하면 14.5t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또 한전공대가 창의성 면접 응시생에게 안내한 평균 발전 비용도 편향성 시비를 일으키고 있다. 학교 측은 태양광·풍력 발전소의 평균 발전 비용을 2로 제시한 반면 화석연료·원자력 발전소의 발전 비용은 15로 책정해 문제를 풀도록 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훨씬 싸다고 알린 다음 어떤 발전 설비를 설치할지 창의적으로 말해보라고 한 셈이다.
그러나 한국전력(21,800원 ▼ 100 -0.46%)에 따르면 한전이 발전 사업자로부터 사들인 전기 중 지난해 평균 단가가 가장 싼 에너지원은 원전으로, 킬로와트시(kWh)당 56.27원이었다. 재생에너지의 평균 단가는 106.88원으로 원전보다 2배가량 비쌌다.
한전공대 창의성 면접 문항을 본 대학교수들은 정치적 구호 아래 탄생한 대학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열린 면접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서 보려고 해도 이건 과학도와 공학도를 육성하려는 게 아니라 특정 집단 입맛에 맞는 선동가를 키우려는 것 같다”고 했다.
한전공대 설립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작년 말 더불어민주당은 2022년도 예산안에 개교를 앞둔 한전공대 지원 예산 290억원을 증액했다. 이는 당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는 없던 내용이었다. 290억원 가운데 250억원은 국민이 낸 전기요금에서 떼어내 조성한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지급한다.
지난달 2일 입학식에서 윤의준 한전공대 총장은 “에너지 연구를 선도하는 글로벌 산학연 클러스터 대학으로서 ‘2050년 에너지 분야 세계 톱10 공과대학’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에너지공학부 단일 학부 체제로 출발한 한전공대는 에너지 인공지능(AI), 에너지 신소재, 수소 에너지, 차세대 그리드, 환경기후 기술 등 5대 분야를 중심으로 인재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창의성 면접 논란에 대해 한전공대는 “대학 입시의 공정성, 선행학습의 어려움 속에서도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는 대단히 창의적인 시도로 평가받았다”며 “창의성 면접의 취지는 특정 교과 지식을 묻고자 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김도연 울산공업학원 이사장은 “에너지 교육에 발전소만 있는 게 아니고 창의성 테스트 방법도 다양할 텐데, 굳이 발전 방식을 주제로 면접을 해 학교 스스로 ‘이념적·편향적’이라는 오해를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세종=전준범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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