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프트럭 기사 월 1천 수입?...하지만
실제 가져가는 돈 충격
2020년 3월 29일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 누군가는 바삐 움직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업의 특성상 이른 시간부터 일을 시작해야 하는 새벽 배송, 우유, 신문 배달. 그리고 파트로 나눠져 24시간 돌아가야 하는 의사, 간호사 등의 직업이 대표적이죠. 그런데 대개 오전 시간에 업무가 시작되는 건설 현장의 새벽 시간엔 기이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는데요. 현장이 열리지도 않은 새벽부터 줄지어 서있는 덤프트럭들이 줄지어 있는 것입니다. 대체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지방, 서울 할 것 없이 포화 상태
출근 시간도 안 된 새벽 시간부터
건설 현장마다 길게 줄 늘어트린
덤프트럭 기사들, 그 이유는?
새벽만 되면 줄 서는 덤프트럭
새벽 시간이 되면 여러 건설 현장에는 수 십대의 덤프트럭이 줄을 서고 있습니다. 트럭 안에는 기사들이 불편한 자세로 눈을 붙이고 있죠. 이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이유는 단 하나, 포화에 이른 덤프트럭 상·하차, 운반 일을 선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보통 상차 업무 시간 보다 5~6시간 이른 새벽 2~3시부터 트럭을 몰고 나와야 일을 받을 수 있다고 해요.
일당 55만 원? 한 달 수입 천차만별
기사들이 잠을 줄여가며 새벽부터 줄을 서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선 수입 구조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일명 ‘탕’으로 불리는 업무 한 건 당 이들이 가져가는 돈은 12~15만 원 사이. 하루에 3~4건의 일을 받으면 평균 40~50만 원대의 일당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일부 업체에선 건 당 작업이 아닌 일당을 정해놓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한 기사가 공개한 일당은 55만 원 정도였습니다. 두 경우 모두 월급으로 쳤을 땐 약 1,000만 원 정도죠.
타 직업에 비해 비교적 높은 수입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손에 쥐는 돈은 극히 일부라고 하는데요. 기름값, 차 수리비 및 소모비, 보험료 등을 모두 제해야 합니다. 5톤, 9.5톤, 15톤 상용 트럭들은 유류세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25.5톤의 덤프트럭들은 건설 기계로 분류되어 지원을 받을 수 없죠.
게다가 개인 사업자를 등록해 화물차와 면허를 소유한 기사들은 트럭의 할부금(약 150~400만 원 사이)을 매달 갚아나가야 하는데요. 그렇게 모든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결국 200~300만 원 대의 월급만이 남습니다. 혹여, 사고라도 나면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만 원이 훌쩍 넘는 추가 비용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두가 이 정도의 수입을 벌어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자차로 몇 개의 영업소를 가지고 독립한 경우, 운수업체 소속이지만 자차와 영업소를 가진 경우 훨씬 높은 소득을 벌어들일 수 있죠. 운수 업체, 거래처 측에서 가져가는 돈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차량과 거래처를 확실히 갖고 있다면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개단가, 탕치기… 덤프 업계의 현실
보통 폐기물, 골재, 청소용, 토사 등을 차에 싣고 운반하는 업무가 대부분인데요. 운반물의 종류, 배차 받는 사무실과 관계없이 거리에 비례해 한 건 당 가격이 정해집니다. 하지만 보통 기름값, 소모비를 아끼기 위해 장거리 운반을 선호하진 않습니다. 대다수의 현장, 업체가 최대한 많은 건수를 잡아야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네요.
안타깝게도 덤프트럭 업계의 현실은 이미 포화 상태이며 할부금 부담이 있는 기사라면 낮은 단가의 일이라도 따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업계에선 이런 낮은 단가의 일이 일명 ‘개단가’라고 불립니다. 처음엔 웬만한 장사보다 적은 비용으로 트럭 한 대에 투자해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뛰어드는데요. 보통 25톤 트럭은 신차 기준 1억 후반대에서 2억 대까지 높은 편입니다. 대부분이 융자를 받아 이자와 함께 갚아나가며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죠. 이외에 트럭을 임대, 렌털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덤프트럭 기사들이 말하는 장·단점은?
덤프트럭 기사들이 이야기하는 장, 단점은 무엇일까요? 한 덤프 기사는 수십 년간 지나온 여러 건설 현장, 도로, 병원을 보며 그 가운데에 본인이 한 구성원으로 참여했음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는데요. 경제적 부담이 없는 이들은 트럭 한 대 값을 투자해 비교적 높은 수입을 가져갈 수 있어 만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덤프 기사 일을 만류합니다. 근로 시간 대비 워라밸, 소득 면에서 큰 장점이 없기 때문인데요. 낮은 단가의 일이라도 따내기 위해 1년 내내 하루 12시간씩 달리는 것은 기본, 편안히 씻고 자는 것은 사치라고 표현할 정도였죠. 대부분의 시간을 차 안에서 보내며 난폭 운전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시장이 포화되어 단가는 점점 떨어지고 심한 경우 일이 없어 대기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차량과 달리 쉽게 중고 매물로 트럭이 팔리지도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할부금을 부담하고 있는 기사들도 많았습니다.
노동법 보장받지 못하는 ‘특수 고용 노동자’
덤프트럭 기사들이 유류세, 보험료 등의 부담에서 멀어질 순 없을까요? 덤프트럭 기사는 특수고용 노동자에 속합니다. 근로자처럼 일하지만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어 근로 기준법 등으로부터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이죠. 운수 업체, 재하청 등과 근로 계약이 아닌 사업자 간 계약을 맺게 되는데요. 일일 업무 일지를 적고 업체에 의해 노동 조건이 결정됨에도 산재, 고용 보험 등의 보험료는 물론 장비의 구입, 유지, 보수 비용을 모두 개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물론 2018년 12월 시행령 개정으로 ‘믹서트럭 운전사’에 한정되어 있던 산재보험 적용 범위가 ‘건설기계 운전사’로 확대되며 작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해당 분야에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매우 높아 보호의 필요성이 크다는 것을 정부가 인정한 결과인데요. 하지만 고용 보험의 경우 여전히 믹서 트럭 운전사에 제한되어 있죠. 그 결과 임금 체불, 부당 해고, 실업 등에 시달리더라도 이렇다 할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이에 많은 운전사들은 고용보험법 시행령에서 대상을 ‘건설기계 운전사’로 확대되길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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