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민연금 운용이 일본에 뒤지는 이유
“1월에 1년치 연금액 증발”
국민연금, 1년9개월 만에 쓴맛
전세계 최대 연기금
일본 공적연금(GPIF)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의 맹활약
전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GPIF)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그야말로 ‘자본시장의 대통령’이다. 2000조원이 넘는 거대한 자금 운용을 총괄하기 때문이다.
GPIF는 지난 1일 우에다 에이지(植田栄治) CIO의 임기를 2년 연장했다. 골드만삭스 출신인 우에다(54)씨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4월에 2년 임기의 CIO로 취임했다. 골드만삭스에서 유명 채권 트레이더로 일했던 그는 시장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후보였다. 하지만 취임 후 2년 동안 GPIF를 잘 이끌고 운용 역량을 인정받아 재연임에 성공했다.
블룸버그는 1일 “코로나 이후 변동성이 심해진 시장에서 우에다 CIO는 취임 첫 해에 3110억달러(약 379조원)의 역사적인(historic) 수익을 거두는 등 지난 7분기 연속 플러스 성과를 기록했다”고 그의 연임 이유를 분석했다. 우에다씨가 CIO로 일하는 동안, GPIF 덩치는 해마다 커졌다. 작년 말 기준 GPIF 운용 규모는 1조7300억달러(약 2110조6000억원)로, 2020년 3월 말 대비 32% 증가했다.
우에다 CIO는 언론과 거의 접촉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년 임기 동안, 그의 인터뷰 기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GPIF도 CIO가 언론에 직접 나서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도쿄대 공대를 졸업한 우에다 CIO는 지난 1991년 골드만삭스에 입사해 일해왔고, 지난 2004년 아시아 퍼시픽 매크로트레이딩 부문 대표가 됐다.
그의 전임자였던 미즈노 히로미치(水野弘道) 전 CIO는 한국에도 자주 방문해서 과감하게 발언하는 등 대외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지난 2015년부터 5년간 CIO로 일했던 그는 현재 미국 테슬라 이사회 이사로 일하고 있다.
조만간 1000조 시대를 열게 될 한국 국민연금의 안효준 CIO(기금운용본부장)도 양호한 운용 성과를 인정받아 사상 첫 4년 임기를 인정받았다. 지난 2018년 10월 취임한 그는 두 번이나 연임(1년)에 성공했다. 지난 1999년 기금운용본부가 설립된 이후 처음이다. 유럽, 일본 등 해외 연기금 CIO는 역량을 인정받으면 장기 재직할 수 있는데, 안 CIO가 선례를 만든 것이다.
그가 취임하기 전 국민연금 CIO 자리는 1년 이상 공석이었고 CIO 인선 과정에서 청와대 개입 논란까지 불거져 굉장히 시끄러웠다. 그래서인지 안 CIO는 일본의 우에다 CIO처럼 언론과 거의 접촉하지 않으며, 운용에만 집중하고 있다.
안 CIO가 재임한 기간 동안 국민연금은 순항해 왔다. 2019년에는 11.31%의 수익률을 올려 1999년 이후 최고 실적을 거뒀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9.7%의 수익률을 올렸다.
일본 GPIF와 단순 비교해 봐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지난 2020년 3월 말 기준 국민연금 자산규모는 698조3400억원이었다. 하지만 2021년 말엔 948조7190억원으로 약 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GPIF의 운용규모는 32% 정도 늘었다.
BNK금융지주 사장 출신인 안효준 CIO는 서울증권 뉴욕사무소장과 국제부 팀장, 대우증권 운용이사 등을 거쳤다. 안 CIO가 부임한 다음 해인 2019년에 기금운용 수익률은 11.3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019년 2월에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안 CIO는 지난 2018년 10월부터 올해 10월 7일까지 4년 임기를 보장받은 첫 국민연금 CIO다.
그런데 일본 GPIF나 한국 국민연금이 올해도 예년처럼 양호한 성과를 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지금까지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증시가 호조였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인 글로벌 긴축 사이클(tightening cycle)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마경환 GB투자자문 대표는 “올해부터 통화 정책의 축이 양적완화(QE)에서 양적긴축(QT)으로 대전환하면서 매크로가 시장을 지배하게 된 상황인 만큼, 연기금이나 개인 투자자들 모두 손쉽게 수익을 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은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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