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김창식]
3월은
2022.03.28
3월은 특별하게 다가오는 달이지요. “기미년 3월 1일 정오...” 그 옛날 일제강점기 가혹한 식민통치에 항거하며 조국의 독립을 갈망했던 선열들의 의분에 찬 함성이 3D 입체음향으로 들려오는 듯합니다.
3‧1절은 잠깐 접어두더라도 올해 3월은 특별한 달이고말고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대 대통령 선거가 지난 9일에 있었죠. 선거 기간 내내 미래에 대한 비전과 담론이 실종되고 대신 후보자들의 품격과 자질 논란, 상호 비방, 비리 의혹, 가족 구설수 등이 판을 장악해 답답하고 혼란스러웠습니다.
역대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로 꼽혔던 터라 대통령 당선인이 가려졌지만 앞날에 대한 희망과 기대로 가슴이 벅차오른다기보다 마음이 착잡합니다. 어쨌거나 결과가 나왔고 앞으로 나라를 이끌어 갈 새 대통령이 선출되었으니 여야 지지자, 중도층, 방관자 할 것 없이 다시 ‘한국인’이자 ‘한 국민’으로 어울렸으면 하는 바람을 갖습니다. 차별과 배제가 아니라 차이와 수용을 꿈꾸어도 봅니다.
속앓이 제대로 한 정치 분야는 그렇다 치고 우리를 괴롭히는 녀석은 또 있습니다. 2년을 넘기고 3년째 접어든 코로나19 감염병 재난 앞에 모든 사람이 취약함을 새삼 깨닫습니다. 코로나 저 무도한 녀석이 안방을 차지하더니 오미크론인가 뭔가 하는 별종 패거리까지 데리고 와 숫제 동거(with corona)하자고 하는군요. 막무가내식 압제와 수탈의 끝이 언제까지일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려운 시기가 지나기를 염원하면서도 한탄이 절로 나오는 것을 어찌할 수 없습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생각해보면 3월은 그렇지 않아도 특별한 달이에요. 우리에겐 봄의 시작을 알리는 희망의 달로 성큼 다가오지만, 서양의 어원을 보면 만만치 않습니다. ‘행진’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마치(March)'가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군신 ‘마르스(Mars)’에서 비롯한 말이라고 하는군요. 고대 로마제국은 주변 부족들과 크고 작은 전쟁을 치렀습니다. 겨우내 비축된 식량도 있고 날씨도 풀리니 전쟁에 나서기 좋은 시절이란 뜻을 지닌 단어라는 것입니다.
한편 1년 열두 달의 이름을 기후와 풍경의 변화, 마음의 움직임을 빗대 독특한 언어로 전한 아메리카 인디언에 따르면, 3월은 ‘한결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달’(아라파호족), ‘작은 모래바람이 부는 달’(주니족),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달’(체로키족), ‘훨씬 더디게 가는 달’(모호크족) 이라고 하는군요. 알 듯 모를 듯 상징과 은유가 담긴 잠언 같은 말이 고개를 끄덕이게도 합니다. 어쨌거나 3월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쉽게 넘어가서는 안 되는 달로 다가오는군요.
내가 그리는 3월은 또 다른 모습입니다. 3월의 ‘3’이란 아라비아 숫자 모양을 보죠. 글자에서 분주히 쏘다니는 '허리 졸라맨 개미'가 떠오르지 않나요? 각자 맡은 바 일에 충실한 일개미들의 모습에 보통 사람들의 곤고한 일상이 겹칩니다. 그렇더라도 한번쯤 일 하는 틈틈이 잠시 쉬면서 하늘이라도 한번 쳐다보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갖습니다.
그러니 3월은 물구나무선, 아니 곧추선 개미를 닮았어요. 조금 더 참고 기다리면... 빼앗긴 들과 우리의 터전, 저잣거리에도 분명 봄은 올 거예요. 그러니 바라건대... 3월은 우뚝 선 개미들의 합창이 들리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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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창식
경복고, 한국외국어대학 독어과 졸업.수필가, 문화평론가.
<한국산문> <시에> <시에티카> <문학청춘> 심사위원.
흑구문학상, 조경희 수필문학상, 한국수필작가회 문학상 수상.
수필집 <안경점의 그레트헨> <문영음文映音을 사랑했네>
2006 자유칼럼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