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퍼스트 레이디!..."그녀의 모습은 과연 어떻게 바뀔까"
尹 대선 당시 제2부속실 폐지 공언
대통령 배우자와 가족 보좌 기능
朴 정부 때 폐지됐다가 文 정부 때 부활
순방 동행·국빈 영접 등 외교 활동 위축 우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에 청와대 규모를 축소 개편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혔다. 지난해 12월 22일 동아일보와 인터뷰하면서 "집권 시 청와대 인원을 30% 감축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며 "수석비서관 자리를 없앨 것"이라고 예고했다.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도 "영부인이라는 말은 쓰지 말자"면서 청와대 제2부속실 폐지를 공언하며 "대통령 부인은 그냥 가족에 불과하다. (대통령 배우자라는) 법 외적인 지위를 관행화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윤 당선인은 김건희 씨가 "(본업인) 전시기획 일하는 데 공개적으로 나설 수는 있으나, 남편이 정치하는 데 따라다니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며 당선 이후에도 공식적인 일정 동행은 하지 않을 것이란 뉘앙스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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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김건희 여사 역시 자신의 역할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당선이 확정된 직후 김 여사는 언론을 통해 "영부인이라는 호칭보다는 대통령 배우자라는 표현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그 역할은 시대와 사회상에 부합하는 국민 요구에 따른 것으로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적극적인 대외 활동에 나서기보다는 소외계층이나 성장의 그늘에 있는 이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를 윤석열 정부 임기 내내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尹, 정무1팀 부속실에 수행 맡겨
제2부속실 폐지가 예고된 가운데 대통령 부인이 있는 한 그를 보좌할 인력과 관련 예산 집행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시절 제2부속실 실장을 지낸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집권 5년 동안 부인이 공식석상에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면 제2부속실을 폐지해도 되겠으나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설령 제2부속실을 폐지해도 경호 및 업무 수행과 관련해 제1부속실에서 인력이 차출돼야 하고 관련 예산도 투입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3월 15일 윤 당선인이 김 여사의 수행·경호 등 지원 업무를 별도의 전담 조직에 맡기지 않고, 당선인 비서실의 정희용 정무1팀장 산하 부속실에 담당케 한 사실이 알려졌다. 정무1팀은 윤 당선인의 일정과 메시지 등을 관리하는 조직이다. 이로써 윤 당선인은 당선 전 공언한 제2부속실 폐지를 현실화했다.
제2부속실은 대통령 부인의 일정을 관리하고 활동 수행, 비서 업무, 대내외 네트워크 관리, 관저 생활 관리 등을 도맡아 그를 24시간 보좌하는 일을 했다.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통령부속실에서 독립시켜 만들었고, 이후 수십 년간 청와대 내 하나의 조직으로 유지됐다. 규모는 역대 정부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실장과 경호 인력 등을 포함해 6~10명 수준으로 운영됐다.
역대 대통령 부인들은 제2부속실의 도움으로 대내외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던 중 2012년 12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제2부속실은 폐지될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배우자가 없었기에 제2부속실의 필요성이 떨어졌기 때문.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소외된 계층을 살피는 민원 창구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제2부속실을 유지했다.
그러나 2년 뒤 제2부속실이 박 전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고 전횡을 부린 사실이 수면으로 떠오르며 존폐 기로에 섰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 가운데 한 명인 안봉근 제2부속실장이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의 인사에 개입한 사실이 알려지자 비난이 거세게 일었던 것. 제2부속실의 월권 행사로 청와대 내 다른 조직과 마찰이 빚어진 데 이어 '십상시 문건'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그 여파로 결국 2015년 1월 제2부속실은 폐지됐다.
그로부터 1년 뒤 청와대 내 직책도 없던 최순실 씨가 청와대에 수시로 출입할 당시 안 전 실장이 편의를 봐줬고, 최씨가 제2부속실을 쥐락펴락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또 한 번 역풍을 맞았다. 박 전 대통령의 경호를 맡았던 이영선 행정관, 헬스트레이너 출신 윤전추 행정관이 단지 최순실 씨와 인연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제2부속실에 입성한 사실도 추가로 알려졌다.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2부속실이지만 박 전 대통령 집권 당시에는 국정농단의 온상으로 전락해 국민적 분노를 샀고, 이런 이유들로 인해 제2부속실의 존재 의미는 더욱 퇴색됐다.
폐지된 제2부속실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다시 만들어졌다.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 안주인이 되자 그를 보좌할 인력이 필요해졌고, 자연스럽게 제2부속실은 부활했다. 최상영 제2부속비서관이 이끄는 제2부속실에는 그를 포함해 4명의 직원이 근무하며 김 여사의 연설과 의전, 의상 등을 담당했다. 김 여사는 코로나19 이전까지 매주 2~3개의 일정을 소화했고, 제2부속실이 그와 관련된 행사 준비를 전담했다.
탈 많았던 제2부속실, 역사의 뒤안길로
지난해 12월 윤석열 당선인이 제2부속실 폐지를 공언하자 청와대는 우려의 뜻을 내비쳤다. 제2부속실이 사라질 경우 다자 외교 무대에서 이뤄지는 퍼스트레이디 간의 외교 활동이 위축되고, 국익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등 여러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것. 실제로 대통령이 해외순방 시 대통령 부인은 해당 국가의 문화, 역사 등과 관련된 각종 행사에 참여해 국교를 다지는 역할을 하는데 양국 간 우호 관계를 표면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역할이 크다. 또한 다자회의가 열릴 경우 대통령의 아내들은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여해 교류하는데 일정 관리와 수행을 도맡아 할 인력이 필요하다.
제2부속실이 없다면 다른 무엇보다 외교 활동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면 질 바이든 여사가 같이 오는데, 이때 여사와의 외교를 담당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의 대통령 부인"이라며 제2부속실 폐지로 인한 국빈 의전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제2부속실을 두고 뒷말이 나오는 일이 또 발생하면서 일각에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다. 한국납세자연맹은 2018년 6월 청와대에 △대통령 및 김정숙 여사 의전 비용 △의전 비용이 특활비에서 지급됐는지 여부 △대통령 취임 후 특활비 지출 내용의 지급 일자, 지급 금액, 지급 사유, 수령자, 지급 방법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청와대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라는 등의 이유로 거부하자 연맹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월 1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 5부는 "공개를 거부할 수 있으려면, 비공개로 보호되는 이익이 국민의 알권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희생해야 할 정도로 커야 한다"며 청와대 특수활동비와 김정숙 여사의 의전 비용 등을 공개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통령비서실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지난 3월 2일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연맹과 대통령비서실의 공방은 김정숙 여사의 '옷값'으로 옮겨 붙었다. 해외 순방 등 공식석상에서 촬영된 김 여사가 입은 옷들이 고가의 명품이며, 해마다 30여 벌씩 혈세로 지어 입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통령비서실 측이 김 여사의 옷값을 포함한 의전 비용을 속 시원하게 공개하지 않자 의혹은 증폭됐다. 제2부속실의 특활비 운용 정보 비공개 결정과 불투명한 집행에 관한 의혹은 기시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크고 작은 논란으로 국민의 눈총을 받던 제2부속실은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예정이다.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동아일보
박대통령과 김정숙의 옷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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