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어쩌나!...증시 전망은 좋은데 자금난 때문에

 

연초부터 건설업계 자금조달 난항

당분간 '보릿고개'

 

  건설업체들의 자금 조달이 연초부터 곳곳에서 난항이다. 회사채 시장의 경색 속에 수요예측을 진행한 건설사들은 만족스러운 흥행 성적을 얻지 못했고, 아예 발행 계획을 철회하는 건설사도 나왔다.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 등 안전 리스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건자재 가격 폭등 등으로 이런 분위기가 장기화할 우려까지 제기돼 건설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건설업계 어쩌나!...증시 전망은 좋은데 자금난 때문에
아주경제 edited by kcontents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연초부터 금리 인상 등 채권 시장의 불확실성과 HDC현대산업개발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건자재 가격 폭등 등 악재가 연이어 나오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는 2023년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SK에코플랜트는 올해 첫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지난달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2년물은 500억원 모집에 420억원, 3년물 녹색채권은 1000억원 모집에 760억원만이 몰려 1180억원, 총액의 78.6%를 채우는 데 그쳤다.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하려던 계획도 물 건너갔다.

 

한신공영은 2년 단일물로 700억원 모집에 나섰는데 모두 850억원 규모의 주문을 받고 일단 완판에 성공했다. 하지만 1400억원까지 증액하려던 계획은 수요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포기했다.

 

 

 

한화건설도 지난달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모집금액 400억원인 2년물에 660억원, 모집금액 600억원인 3년물에 640억원 등 1400억원이 몰렸다. 그러나 이 역시 1500억원 규모의 증액 계획에는 미치지 못했고, 스프레드 역시 제시한 범위 중 최고 수준이었던 30bp에서 형성돼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시장의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건설사 스스로 몸을 사리기는 경우도 있었다. 롯데건설은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다가 철회했다. HDC현산EP의 경우 화학·고무·플라스틱 제품을 제조하는 소재 업체지만, 그룹의 주력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여파를 직격으로 맞아 지난 1월 3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다가 철회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회사채 시장뿐 아니라 증권 시장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1월에는 시가총액 10조원 규모의 증시 상장을 추진하던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을 전격 철회했다. 올 상반기 증권가의 최대어 중 하나로 꼽혔기에 시장에서는 철회의 이유를 두고 여러 추측이 나왔지만, 증시의 분위기가 가라앉은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100대 1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수요예측에서 가장 부진한 성과를 낸 것으로 알려진 크래프톤의 경쟁률 234대 1보다 절반도 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건설업 자금조달 보릿고개의 원인으로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로 인한 집값 고점 심리 확산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와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은 안전 리스크의 확대 ▲건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을 꼽는다.

 

이같은 여건이지만 자본 조달에 나서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하려다 무기한 철회했었다. 그러나 이번달 들어 3년물 700억원, 5년물 1000억원, 10년물 300억원 등 총 2000억원 규모로 다시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4000억원의 증액 발행까지 검토 중이다. 삼성물산도 3년물 2000억원과 5년물 1000억원 등 총 3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빈재익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들의 자본 조달 애로의 가장 큰 원인은 국제적인 금리 인상 추세와 중앙은행의 유동성 회수 움직임”이라며 “안전 리스크와 건자재 가격 폭등도 부차적인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이어진 유동성 증가 기조가 변화하고 있는데, 이를 상쇄할만한 반등 요인이 보이지 않는 것이 더 큰 걱정”이라면서 “건설사들로서는 중·장기적인 자금 조달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장기 프로젝트 추진에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 채권파트 파트장도 “연초부터 미국 금리가 급등하고 한국도 통화 당국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면서 긴축 신호를 보내자 채권시장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면서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회사채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건설업의 경우 특히 업황 민감도가 높기 때문에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건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라 더 취약해질 수 있다”며 “다만 중대재해처벌법과 부동산 관련 규제 이슈의 경우, 지난 9일 대선에서 시장 친화적인 정권으로 교체돼 다소 해소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유병훈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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