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장(작업반장) 근로자인가 아닌가...서로 상반되는 대법과 행정법원의 판결들

 

건설현장 화재로 숨진 '십장'…'산재' 인정 안되는 이유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요구한 유족, 행정소송 패소

 

    법원이 이른바 '십장'으로 불리는 공사현장의 각종 팀장들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는 건설현장에서 숨진 형틀작업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부지급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유족 측의 청구를 1월18일 기각했다고 3월13일 밝혔다.

 

십장(작업반장) 근로자인가 아닌가...서로 상반되는 대법과 행정법원의 판결들
A씨가 2018년 3월30일 화재사고로 숨진 인천 부평구 오피스텔 신축현장./사진=뉴시스

 

A씨는 2018년 3월30일 B업체의 인천 부평구 오피스텔 신축현장에서 골조 공사를 하다 다른 작업자가 낸 대형 화재로 숨진 '십장'이었다. 십장은 각종 공사현장을 무리지어 옮겨다니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작업팀에서 대표 역할을 맡아 계약을 체결하고, 건설업체로부터 받은 임금을 나눠주는 사람을 일컫는 업계용어다.

 

당시 화재사고에서는 3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 B업체 현장소장 등 관계자는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산업안전보건법 혐의를 받아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 재판에 앞서 B업체는 유족과 합의하기 위해 산재보험금과 별도로 위로금 7000만원, 장례비 2100만원을 지급했다. 합의에는 유족이 산재보험 처리를 받지 못할 경우 재산상의 손해를 별도로 지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문제는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한 유족급여였다. 근로복지공단은 근로자가 업무 때문에 사망했을 경우 유족에게 연금 혹은 일시금 형태로 유족급여를 지급하는데, 공단은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유족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낸 유족 측은 △A씨가 B업체로부터 구체적인 업무지시와 작업도구를 제공받은 점 △B업체가 A씨 몫의 고용보험료와 소득세를 원천징수했다는 점 △B업체 관계자의 공소장과 판결문에 A씨가 근로자로 기재된 점을 들어 "A씨가 B업체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정에 출석한 B업체 관계자는 A씨가 다른 현장에서도 함께 일한 작업자로 구성된 자신의 팀에서 '반장(팀장)' 역할을 하며 업무 진행의 전반적인 사항을 통솔했다고 증언했다.

 

또 A씨는 B업체로부터 팀 전체의 임금을 모두 수령하고, 팀원에게 경력·신입을 구분하여 당초 협의한 임금을 지급한 뒤 남은 돈은 자신이 가져간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A씨의 팀은 이러한 방식으로 다른 공사현장에서 형틀작업을 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형틀작업에 전문성을 갖춘 A씨가 인력 수급부터 개별 근로자에 대한 노임 결정, 구체적인 업무수행 방법에 대한 독자적인 결정권을 가지고 작업을 한 것"이라며 "근로자가 아니라 회사로부터 형틀작업을 도급받아 자신의 계산으로 수행한 사업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업체 측이 A씨로부터 소득세 외에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등을 징수하지 않은 점 △산업재해보험 처리가 되지 않았을 경우 재산상의 손해를 별도로 배상한다고 합의한 점은 "A씨가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B업체 현장소장 등의 판결문에 A씨 이름이 기재되어 있는 점에 대해 재판부는 "사고 발생 이후 회사가 A씨를 근로자로 신고했고 수사기관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기소했기 때문"이라며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근로자 여부에 대해 적극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B업체 관계자가 여러 혐의로 기소됐고 사상자가 여러명이었으므로 A씨가 근로자인지 여부가 기소와 유죄판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패소한 유족은 판결에 불복해 2월2일 항소했다.

성시호 기자유동주 기자 머니투데이

 


 

대법원 "건설현장 십장은 노동자, 추락사고 산재보상"

 

"개인사업자라도 투입인력 기준으로 

도급액 산정하면 근로 대가로 봐야"

 

    건설현장 단열재 시공 도급계약을 맺고 투입된 이른바 십장(작업반장)도 노동자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투입인력을 기준으로 도급액을 산정했다면 십장이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고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한 적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대법원은 밝혔다.

 

십장(작업반장) 근로자인가 아닌가...서로 상반되는 대법과 행정법원의 판결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대법원 1부(재판장 김선수)는 A(41)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A씨는 팀원 5~8명을 이끄는 단열재 시공 십장이다. 그는 건설업체 B사와 천장 단열재 시공 도급계약을 맺었다. 단가는 하루 400제곱미터 기준으로 5명이 필요하다는 계산에 따라 1제곱미터당 3천원으로 산정했다.

 

2016년 9월23일 A씨는 자신이 불러 모은 팀원들과 함께 천장 데크에 단열재 부착을 하던 중 지붕 샌드위치 패널이 무너지면서 2.7미터 아래 바닥으로 추락했다. 두개골이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어 결국 식물인간이 됐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B사에서 지시나 감독을 받지 않고 A씨가 독자적으로 팀원을 고용하고 일당도 직접 지급하기로 한 점 △근로시간이나 인원에 상관없이 시공면적에 대한 단가를 산정한 점 △단열재 시공을 완료하기만 하면 업무 수행이 완료된다는 점을 들어 "약정금액을 근로제공 대가인 임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씨가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업무상재해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B사가 도면을 보여 주지 않은 채 단열재 부착 위치와 방법 등을 직접 지시하는 등 A씨와 팀원들에게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다"며 "A씨와 팀원들이 받기로 한 보수는 시공면적보다는 투입인력을 기준으로 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근로제공 대가 성격이 크다고 본 것이다.

 

김용준 변호사(법률사무소 마중)는 "이번 판결은 실질적으로 공사에 투입될 인력을 기준으로 도급금액이 산정됐다면 근로제공 대가로 봐야 한다는 의미"라며 "십장은 물론 미장공이나 타일공처럼 인력기준으로 도급액을 산정하는 건설업계에 파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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