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에 은행 대출 문턱 높아지니...월세화 본격화
# A씨는 결혼한 뒤 '깡통전세(담보 대출과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를 웃도는 전세)'를 계약하는 바람에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5억원을 날릴 위기에 놓였다. 대출 1억 8000만원을 받아 2년 거주 후 만기가 돌아왔지만, 주인 집이 경매로 넘어 가면서 돌려받을 돈이 한 푼도 없는 상황이다.
# B씨는 4년정도 살던 전셋집을 떠나 인근지역 월세로 이사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2년전에 비해 전셋값도 2억원 넘게 오른데다 대출금리도 배 가까이 올라, 전세대출 이자와 월세 비용이 거의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향후 세들어 있는 집값이 급락하기라도 하면 '깡통전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걱정이 크게 작용했다.
이처럼 최근 전세의 월세화 경향이 본격화 하고 있다.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진 데다 금리인상으로 대출이자 마저 껑출 뛰다보니, 전세 대신 반전세나 월세를 선호하는 세입자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12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년 넘게 쉬지 않고 올랐다. 지난 2019년 7월(4억3908만원)부터 매달 올라 1월 기준 6억3424만원을 기록했다. 2년7개월 동안 전셋값이 무려 2억원이나 오른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전세대출 금리는 시중은행은 5%에 육박하고, 지방은행 등은 이를 넘어서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최저 연 3.38%, 최고 연 4.92% 수준이다. 최고 금리가 5%에 바짝 다가섰다. CK저축은행(5.80%), 수협은행(5.25%), 전북은행(5.04%), 부산은행(5.0%) 등은 이미 5%를 훌쩍 뛰어 넘었다.
현 추세로 볼 때 기준금리가 추가로 2~3차례 더 인상되면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6%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 같은 상황이다 보니 세입자 입장에서는 대출을 받아 은행에 이자를 갚는 것 보다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는 것이 여러모로 더 낫다는 판단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대개 보증금 1억원을 월세계약으로 전환 시 월세를 30만원 수준으로 계산한다. 가령, 1억원을 전세자금대출로 은행에서 빌리면 금리 4% 적용 시 월 이자가 33만3000원이 된다. 5%를 적용 땐 41만6000원 수준으로, 대출금액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월세로 돌려 임대료를 내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보증금 1억원 당 월세를 40만원으로 적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과거에는 보증금 1억원을 월세 30만원으로 단순 계산했는데 최근 대출금리 상승 영향으로 지금은 35만원이나 40만원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올해 1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중)도 54.6%로 전세가율이 상승하고 있다. 수도권은 61.7%로 서울보다 높다. 보통 임대차 계약은 2년 주기로 체결하는데 이 기간 집값 하락 속도가 빨라지면 전세가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보증금 반환 보증 사고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2019년 1630건이었던 반환 보증 사고는 2020년 2408건, 지난해 2799건으로 늘었다. 사고 금액도 각각 3442억원, 4682억원, 5790억원으로 해마다 증가세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임대차법 시행으로 세입자들에게 전세금 인상을 무리하게 요구할 수 없고, 세입자들도 집주인의 요청에 맞춰주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전세의 월세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면서 "올해부터 이러한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오는 7월 임대차3법 시행 2년의 충격을 완화하는 차원에서라도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확보할 수 있는 월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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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상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