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의 탈원전 패착...한국과 똑같아
퇴임뒤 "영혼 팔았다" 비판까지
탈원전이 부른 '13조 재앙'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도 그렇죠. 퇴임한 지 벌써 반년이 거의 돼갑니다만 그의 ‘무티(Muttiㆍ엄마) 리더십’을 그리워하는 목소리는 국내에선 여전한 듯합니다. 그런데, 유럽에선 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영국 더타임스는 지난 3일, ‘메르켈의 레거시는 망가졌다’는 칼럼을 실었죠.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메르켈을 비판하는 글이었습니다. 이미 퇴임한 메르켈이 무슨 상관이라는 건지, 파고 들어봤습니다. 핵심 키워드는 메르켈의 탈원전 정책입니다. 메르켈은 퇴임했으나 그가 재임 당시 밀어붙였던 탈원전 정책의 여파로 러시아가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여지를 줬다는 게 요지입니다.
메르켈의 후임인 올라프 숄츠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지난달 7일 만나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노드 스트림 2를 끝장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죠. 푸틴은 그러나 들은 척 만척, 침공을 감행했습니다. 영국 더타임스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노드 스트림2 가스관은 이미 망했고, 메르켈의 레거시 역시 마찬가지로 망했다”며 “메르켈 총리가 푸틴과 계속해서 손을 잡기로 고집했던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지정학적 계산 착오이자, 시대적 망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매섭게 비판했습니다.
메르켈 전 총리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것은 물론, 러시아의 배를 불리기 위해서가 아니었을 겁니다. 메르켈 전 총리 본인도 푸틴 대통령과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던 사이입니다. 개(犬)를 무서워하는 메르켈을 만나는 자리에 푸틴이 자신의 커다란 반려견을 일부러 짓궂게 데리고 왔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르켈 전 총리는 탈원전에 대한 소신과 철학으로 노드 스트림 2를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그 소신과 철학은 지정학적 질서의 미묘한 뉘앙스를 무시했죠. 결국 지금과 같은 결과를 낳았습니다.
[전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54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