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역겨운 2022대선 [임철순]

 


참 역겨운 2022대선
2022.02.17

“한국은 K팝, 오스카상 수상, 드라마 ‘오징어게임’까지 전 세계를 강타한 문화 수출국이지만 지금 서울에서는 영화 ‘기생충’보다 더 생생하게 엘리트들의 추잡한 면모(seedy side)를 보여주는 쇼가 벌어지고 있다. 바로 2022년 대선 캠페인이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의 일요판 선데이타임스가 13일(현지시간)에 내보낸 논평입니다. 이 신문은 “한국에서 진행 중인 ‘비호감(unlikeable) 후보들의 선거’에 후보 부인들도 끌려들어갔다”면서 “중요한 국내외 사안에 대한 토론 대신 부패와 부정, 샤머니즘, 언론인에 대한 위협과 속임수가 선거를 집어삼켰다”고 평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일이지만, 외국 언론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으니 정말 창피하고 수치스럽습니다. “한국의 민주화 이후 가장 역겨운 선거”, “추문으로 얼룩진 역대 최악의 선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최근 정의당에 복당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논평도 내용은 같습니다. 그는 이번 선거를 ‘에일리언과 프레데터의 대결’이라고 말했습니다. 에일리언은 영화 '에일리언'에 등장하는 외계 생물이며 프레데터는 영화 '프레데터' 시리즈에 나오는 가공의 외계 생명체입니다. 인간이 아니라는 거지요. 달리 말해서 인간이 덜 된 생명체들의 대결에서 누군가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국민들은 참 괴롭고 곤혹스럽습니다.

 

 


내 생각에 이번 대선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공무를 담임할 후보와 그 주변 사람들이 공개념이 박약한 점입니다. 전과 4범에 수시로 말이 바뀌고, 법인카드를 사모님카드처럼 멋대로 쓰고, 국민 세금을 사용(私用)하고, 단 하나의 미담도 없을 만큼 주변이 지저분하고 대장동을 비롯한 의혹이 많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인가요? 그가 나라를 맡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며 나라꼴이 어떻게 될지 생각만 해도 걱정됩니다.

윤석열 후보는 부인과 장모 등 주변의 비리 의혹과 학력 경력 위조와 과장으로 점수를 깎아 먹었지요. 정계 입문 이후 도리도리와 ‘쩍벌’의 몸놀림으로 비호감 딱지가 찍혔는데, 최근엔 열차 맞은편 좌석에 구둣발을 올리는 ‘쭉뻗’으로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아무리 다리가 아프고 힘들더라도 남을 생각하면 그래서는 안 되며 남들의 눈을 의식했다면 그럴 수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정치보복으로 들릴 수 있는 적폐청산 발언을 서슴없이 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 행동입니다.

십목소시(十目所視), 열 사람의 눈이 나를 보고 있으며 십수소지(十手所指), 열 개의 손가락이 나를 가리킨다는 말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어떤 행동이든 남들이 다 알게 되니 혼자 있을 때도 스스로 삼가고 조심하라는 ‘신독(愼獨)’의 의미입니다. 옛사람들은 이런 마음으로 심신을 가다듬었는데, 두 사람 모두 평균인보다도 못한 처신과 사려, 교양으로 대통령을 하겠다니 기가 막힙니다.

정치인들의 몰염치와 무신경이 우리나라에서만 문제인 것은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요즘 ‘Thee Not Me(Thee Not For Me)’가 큰 이슈입니다. “(나 말고) 너나 하세요”라는 의미인데, 자신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서 남들에게 규정을 지키라고 하는 식의 ‘내로남불’ 미국판입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나 올해 겨울 조지아주 지사에 출마한다는 흑인 여성 스테이시 에이브럼스(민주당) 등이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For me but not for thee(난 이래도 되지만 넌 안 돼!)“라는 행동을 하니 반감을 살 수밖에 없지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자기만 챙기거나 무례해지고 각박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지도자들까지 공개념이 없이 염치없이 자기 이익만 챙기거나 자기 편한 대로 행동해서야 되겠습니까? 특히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그래서야 되겠습니까?

 



그러나 어쨌든 이제 누군가를 골라야 됩니다. 생각과 행동에서 흠결이 보이고 부족한 점이 많지만 누가 덜하냐 하는 점을 따져볼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한 가지 더 중요한 기준은 정권의 연장이냐 교체냐 하는 점입니다. 지금의 이 부도덕하고 부정직하고 무능한 정권을 그대로 이어지게 할 것인가, 매듭을 끊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문재인 정부 다음의 정부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도움닫기 정부쯤으로 생각하려 합니다. “이게 나라냐?” 하는 힐문과, “이건 나라냐?” 하는 반문을 거쳐 “이게 나라다!”라고 할 수 있는 정부를 세우는 데 기초가 되는 정부 말입니다. 이런 생각으로 간신히, 그리고 근근이 겨우겨우 심신을 추슬러 3월 9일을 맞고자 합니다. 대선까지는 이제 20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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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임철순(任喆淳)
한국일보 편집국장 주필, 이투데이 이사 겸 주필 역임. 현재 데일리임팩트 주필, 한국기자상 삼성언론상 등 수상. 저서 ‘한국의 맹자 언론가 이율곡’, ‘손들지 않는 기자들’, ‘노래도 늙는구나’, ‘내가 지키는 글쓰기 원칙’(공저) 등.

 


2006 자유칼럼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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