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광주 아파트'는 어떻게 철거되나

 

설계·시공방식 다 같은데

붕괴 '광주 아파트' 3가지 철거 시나리오

 

'화정 아이파크' 다음달 안전진단 시작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실종자 수습이 마무리됐지만 또 다른 큰 숙제가 남아있다. 공사 진도율 60% 이상으로 골조 공사가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인 8개 동의 건물을 어떻게 처리할지 여부다. 불안감이 큰 입주 예정자들은 '전면 철거 후 재건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남은 건물의 구조 안정성이 입증되면 201동만 철거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붕괴 '광주 아파트'는 어떻게 철거되나
붕괴사고가 난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관할 지자체,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 입주 예정자 단체가 각각 추천한 전문 안전진단 업체들의 종합평가 결과에 따라 철거와 재시공 범위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 "위험 구조물 철거만 3~4개월 이상 필요"...안전진단 결과 주목

12일 국토교통부, 광주 서구청 등 관계 기관에 따르면 이르면 다음달부터 광주 화정 아이파크 건물 구조 안정성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이 실시된다. 서대석 광주 서구청장은 전일 브리핑에서 "붕괴 원인 조사 결과가 나오는 3월 이후 입주 예정자들과 협의해 전문기관에 정밀 안전진단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전진단 결과 공개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201동 붕괴 현장에 위험 구조물이 남아있어 이를 처리하는 데만 3~4개월 걸릴 것이란 현장 의견을 전달 받았다"며 "일단 201동을 제외한 다른 건물부터 구조 안정성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해도 종합적인 결론이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화정 아이파크는 지하 4층~지상 최고 39층, 8개 동에 아파트 705가구와 오피스텔 142실 등 총 847가구 규모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1단지 4개 동, 2단지 4개 동으로 공사 중이었다. 붕괴 사고는 지난달 11일 201동 39층 타설 작업 중 바닥 슬래브와 구조물 등이 무너져 내려 23층까지 건물 외형이 훼손됐다.

 

입주 예정자들은 같은 단지로 동일한 설계와 시공 방식이 적용된 만큼, 201동을 제외한 다른 건물도 안전하지 않다는 반응을 나타낸다. 이승엽 화정 아이파크 예비입주자협회의 대표는 "입주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며 "안전진단 결과와 관계 없이 8개 건물을 모두 철거한 뒤 재건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밀 안전진단을 통해 구조적 안정성이 입증됐다는 전제 하에 '부분 철거' 가능성도 거론된다.

 

붕괴사고 직후 현장을 찾았던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단 교수는 "건물 손상도를 고려하면 201동 건물 20층 이상 상층부는 철거가 불가피하고, 붕괴 과정에서 하층부도 구조적 손상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어 적어도 201동 건물은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이 필요할 것 같다"며 "다만 붕괴지점과 거리가 있는 1단지 4개 동은 해당 사고에 따른 구조적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남은 2단지 건물 3개 동도 안전진단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전면 철거, 201동 철거, 2단지 철거 등 크게 3가지 시나리오를 거론하면서 "안전진단 결과, 입주민 요구, 현산의 신뢰회복 의지 등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붕괴 '광주 아파트'는 어떻게 철거되나
광주 서구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공사현장 붕괴 사고 12일째인 22일 오전 붕괴 된 아파트 현장 내부가 잔해로 뒤덮여있다./사진제공=뉴시스(공동사진취재단)

 

철거비, 보상비 등 3000억~4000억원 추가 비용 예상…현산, 작년 실적에 일부 손실액 반영

건물 철거 방식에 따라 관련 비용도 크게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신속한 방식은 폭약발파 공법이나 현재 201동 건물은 외벽체만 위태롭게 달려있는 구조물이 있는 데다 주변에 터미널과 고층 건물이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포크레인 등 중장비를 건물 상층부로 올려 점진적으로 부수는 방식과 절단톱을 활용해 층별로 슬래브와 기둥을 제거하는 방식도 있다.

비용을 우선 고려하면 중장비를 동원한 파쇄 방식을, 비용과 시간이 더 걸려도 안전성을 우선한다면 절단톱 활용 방식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두 방식 모두 일반 재건축·재개발 현장 철거비(연면적 3.3㎡ 기준 20만~30만원 선)보다는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워낙 고층 건물이라 일반 재건축 아파트 철거에 쓰이는 장비 외에도 고가 특수 장비가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사고가 전적으로 건설사 과실인 만큼 실종자 유족 피해보상, 입주 예정자 금전적 손실 보상 등도 필요하다. 기존 공사 투입비와 피해 보상 규모를 고려하면 전면 철거 후 재건축 시 현산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3000억~4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산은 이미 지난해 4분기 실적에도 이번 사고 수습비용을 일부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붕괴 '광주 아파트'는 어떻게 철거되나
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 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7일째인 17일 오후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사퇴 직후 붕괴 사고 현장을 찾아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2.01.17.

 

대규모 손실 감수하고 신뢰 회복할까...갈림길 놓인 현산

현산은 이번 사태 수습 과정에서 고심이 커질 전망이다. 회사 입장에선 사고가 난 201동만 철거한 뒤 다시 짓는 게 비용 측면에선 최선책이다. 하지만 다수 입주 예정자들이 추가 안전사고 우려를 제기하며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을 요구하고, 앞서 그룹 오너인 정몽규 회장이 "필요하다면 전면 철거 후 재건축을 검토하겠다"며 신뢰 회복 의지를 밝혔기 때문에 미리 의사결정 방향을 단정하기 어렵다.

 

현산 관계자는 "아직 현장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정밀 안전진단도 시작하지 않아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절차에 따라 안전진단을 진행하고 이 결과에 따라 입주 예정자들의 피해를 최대한 복구할 수 있도록 여러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현산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 수습을 위해 현산이 일부 손실을 감내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경영을 정상화해야 회사 임직원과 하도급을 맡고 있는 중소 건설사들이 상생할 수 있다"고 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머니투데이

 

 

광주 붕괴로 ‘내력벽 철거’ 결론 또 미뤄지나

한숨 쉬는 리모델링업계

 

   리모델링 업계가 지난 달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의 불똥이 튈까봐 걱정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붕괴사고의 원인을 공식적으로 밝혀내진 않았으나, 붕괴 사고가 일어난 동에서 내력벽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만약 이 같은 분석이 공식 결론으로 도출될 경우 숙원이던 ‘내력벽 철거’ 규제 완화가 요원해질 가능성이 있어 리모델링 업계가 예의 주시하는 중이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화정아이파크의 붕괴사고가 발생한 201동은 가구와 가구를 나누는 격벽이 콘크리트가 아닌 스터드경량벽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량벽이란 천장과 바닥 사이에 끼워넣은 얇은 벽이다. 무게를 지탱하는 역할은 하지 않고, 그동안은 주로 가구 안에서 방과 방 사이를 나눌 때 쓰였다.

 

경량벽을 사용한 것은 ‘무량판 방식’으로 아파트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무량판 방식은 층고를 높이고 층간 소음을 줄일 수 있지만, 보를 사용하지 않고 기둥과 슬래브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시공을 잘못할 경우 붕괴에 취약할 수 있다.

 

이공희 국민대 건축대학 교수는 “설계 당시 구조계산에서 경량벽을 사용했어도 안전에 문제가 없기에 그런 결정을 했을 것”이라면서도 “세대 간 경계를 반드시 구조벽(구조를 담당하는 내력벽)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상식으로 통용되던 것이라, 경량벽을 사용한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정도안전기술단 대표도 “무량판 구조를 채택해도 내력벽은 반드시 필요한데 설계도상으로 봤을 때는 모두 칸막이 벽만 이용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무량판 구조는 한국 아파트 대부분이 택하고 있는 내력벽과 기둥 중심의 벽식 구조에 비해 콘크리트 양생이 충분할 때까지 동바리를 유지하는 등의 조치가 특히나 더 필요한 방식”이라고 했다. 그러나 화정아이파크의 경우 콘크리트 양생이 충분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바리를 해체한 정황이 나왔다.

 

화정아이파크 사고로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검증된 내력벽의 중요성이 재조명되자 걱정이 커진 것은 리모델링 업계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안전진단 등 재건축 관련 규제가 강화되자 지난해부터 리모델링이 대체 시장으로서 주목을 받으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시공능력 평가 기준 10대 건설사 중 8개 건설사가 리모델링 전담 조직을 갖추기도 했다.

 

리모델링업계는 내력벽 철거에 대한 용역 결과를 수년째 기다리고 있다. 내력벽 철거가 가능해지면 좌우 확장을 통해 채광과 일조를 용이하게 하는 등 상품성을 높일 수 있다. 리모델링 업계 관계자는 “내력벽을 철거하지 못한 구축 아파트는 전면 발코니 기준 세로로 길어지기 쉬운데 내력벽을 철거해도 된다는 용역 결과만 나오면 2~3베이(Bay·발코니와 맞닿은 방과 거실의 수)의 아파트를 3~4베이로 바꿔 사람들이 더 선호하는 구조의 집을 지을 수 있다”고 했다.

 

리모델링 업계는 최근 서울 아파트 단지 리모델링 조합과 추진위원회 70곳이 모여‘서울시 리모델링 주택조합 협의회’를 출범하고 국토교통부에 내력벽 철거 허용을 요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화정아이파크 사고의 공식 조사 결과, 사고 원인으로 내력벽 문제가 거론될 경우 리모델링 업계와 추진 단지들은 적극적으로 내력벽 철거를 요구하기 어렵다.

 

리모델링 업계는 내력벽 철거가 반드시 구조적 불안정성으로 이어질 것이란 인식은 오해라는 입장이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꼭 무량판 구조가 아니더라도 라멘식(기둥식) 구조처럼 내력벽 비중을 줄이고 가변성 있는 벽으로 대체하는 것이 최근 추세”라면서 “결국 건축물 구조상 콘셉트의 문제이며, 이론상 둘 다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리모델링에서의 내력벽 철거는 건축물의 전체 구조 차원에서 내력벽을 철거한 후 복구나 보강까지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리모델링 업계 관계자는 “가구 간 벽체가 다른 벽체보다 안전에 더 중요하다는 것은 편견”이라며 “벽체의 안정성은 결국 구조물 사이 힘의 균형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대중의 인식을 바꾸지 못한 상황에서 광주 사고의 배경에 내력벽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악재”라며 “한동안은 설득 작업이 어려워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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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전문가들도 비슷한 예상을 하고 있다. 이공희 교수는 “구조벽을 철거하는 것은 큰 모험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번 광주 사고로 완화 움직임에 제약이 더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형준 대표 역시 “내력벽 문제가 광주 사고의 직접 원인이 아니라도 내력벽 문제와 어떤 방식으로든 연관됐다는 것은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지금 상황에서 내력벽 철거 규제를 완화할 경우 빌라 등 소규모 리모델링 사업장이나 영세업체에서는 눈가림식으로 내력벽을 철거해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정부 입장에서도 더 조심스럽게 사안에 접근할 것”이라고 했다.

유병훈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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