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에 물가상승률 폭등 우려...국내 경제에 악영향

 

환율·유가·금리 ‘新3고 현상’.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4%대 진입 ‘경고등’

 

2월 물가상승률 4% 오나... 정부 “3%대 사수 총력”

환율 1200원대 육박·유가 90달러 돌파... 美긴축도 변수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가 4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2월 물가상승률이 4% 안팎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1200원대를 오가는 환율 상승(원화 약세)이 수입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평균 1099.03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195.30원으로 9.2%(100.8원) 올랐다. 원화가 약세일수록 원유 등 수입품을 사오는 가격은 비싸지면서 석유를 해외에서 100% 의존하는 한국의 경우, 물가나 수출입 등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율 상승에 물가상승률 폭등 우려...국내 경제에 악영향
지난 6일 서울의 한 주유소 유가정보. /뉴스1 edited by kcontents

 

물가 연쇄상승... 2분기 풍선효과 우려도

‘가격 옥죄기’ 물가 관리 한계... 유동성 회수책 고민해야

 

여기에 이미 배럴 당 90달러를 넘어선 국제유가로 인해 2월 국내 기름값의 추가 인상도 예고되고 있다. 또 가스 등 원자잿값 급등으로 농수산물, 공공요금 인상 압력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이미 국민들 사이에서는 “안 오른 게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만약 월 기준 4%대 물가가 현실화 된다면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1년 사이 환율 9.2% 오르니, 수입물가 30% 상승... 美긴축도 ‘환율 자극’

9일 경제부처에 따르면, 지난 1월 전년동월대비 3.6% 상승하며 4개월 연속 3%대 고공행진을 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번달(2월)에는 4%대로 올라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유가 상승 등 공급측 요인의 물가 상승 압력이 서비스, 공업제품 등 서비스 부문으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작년 11월~12월에 비해, 다소 둔화됐다며,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물가를 자극할 요인들은 수두룩 한 상황이다.

 

 

 

 

 

가장 걱정스런 부분은 환율이다. 이달 초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 당 1200원을 넘어선 원화 환율은 이미 지난해 2월 평균(1111.72원)의 8%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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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및 수입물가지수 변화 /한국은행

 

실제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도 동반 상승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입물가지수는 127.11로 2020년 12월 98.02에 비해 30% 늘었다. 수입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이후부터 30%대 상승률을 지속하고 있다. 향후 환율이 1200원대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 수입물가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지난 1월의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의 수입 금액 합계는 159억5000만 달러로 작년 1월 수입액(68억9000만 달러) 대비 2.3배 90억 6000만 달러 증가했다. 위드코로나에 따른 수요 급증 영향도 있겠지만, 원·달러 환율이 9% 상승하면서 수입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코로나19로 늘어난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해 미국 Fed가 올해 4번 이상의 금리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환율 상승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미국도 지난해 12월 물가상승률이 7%를 기록하면서 금리인상의 압박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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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시세 추이 /네이버 캡처

 

원유·가스가격 급등에 ‘연쇄 인상’ 현실화

유가와 가스가격 급등도 고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4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전장 대비 2.04달러(2.25%) 오른 92.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2월 5일 WTI 가격이 56.85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62% 급등했다. 올해 들어서도 23% 올랐다. 이미 시장에서는 2분기에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통상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제유가를 따라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중 추가 가격 상승은 기정사실이 된 상황이다. 이 경우 L당 휘발유 가격이 현재 1700원대에서 18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휘발유 가격이 1700원을 넘어서자, 유류세 인하 조치로 휘발윳값을 1600원대로 관리해왔다. 하지만 국제유가 급등이 유류세 인하분을 상쇄시키면서, 다시 1800원대를 넘보게 됐다.

 

 

천연가스도 마찬가지다. LNG 가격을 가늠할 수 있는 동북아 천연가스현물가격(JKM)을 보면 LNG는 지난해 1월 열량단위(Mmbtu)당 8.17달러였으나, 지난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35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후 안정세를 되찾아, 지난 4일에는 25.35달러(2월 4일 기준)에 거래됐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고조되거나 전쟁이 현실화 될 경우,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실제 지난달 공업제품은 휘발유(12.8%), 경유(16.5%), 자동차용LPG(34.5%) 등 유류 물가가 급등세를 보이며, 전체 물가상승을 이끌었다. 이로 인해 전기료(5.0%)와 상수도료(4.3%) 등 공공요금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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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브래그에 있는 군용 비행장에서 지난 3일(현지시간) 동유럽에 파견되는 미 제82 공수사단과 제18 공수군단 소속 부대원들이 C-17 수송기에 오르고 있다. 미 국방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병력 약 3000명을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동유럽에 추가로 배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1월에도 유가와 가스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만큼, 2~3월 에너지 비용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이미 한국전력(22,150원 ▼ 100 -0.45%)이 발전사에서 사들이는 전력도매가격(SMP)은 200원대를 넘어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 기준 SMP도 이달 처음으로 200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전기·가스요금 인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에너지, 원자잿값 급등은 식료품, 공산품 가격 등에도 영향을 주면서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 물가 3%대 사수 말하지만... 2분기가 더 두렵다

이러한 악재 속에서 현재 물가 상승률이 3%대 후반임을 고려하면 언제든지 4%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부는 소비자물가상승률 3%대를 사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물가상승률이 4%대로 올라 설 경우, 물가 상승이 장기화·고착화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간 정부는 매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개최하는 등 주요 품목의 가격을 점검해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그간 계란, 육계, 아이스크림 가격이 오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추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재부 관계자는 “물가상승률 3%대를 지키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솔직히 환경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가공식품·외식은 업계와의 소통을 통한 인상시기 연기·분산을 요청하고 있고, 유류세 연장 등 물가 관리를 위한 대책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환율 상승에 물가상승률 폭등 우려...국내 경제에 악영향

이억원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달 21일 물가 현장 방문차 충남 천안 중앙시장을 찾아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 /기재부

 

하지만 정부의 일방적인 ‘가격 옥죄기는 일시적일 뿐, 장기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분기에 물가를 최대한 방어한다하더라도, 2~3분기 풍선효과로 인해 물가 급등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재부도 위드코로나 수요와 공급망 교란, 환율 등 글로벌 시장 차원에서 발생하는 고물가 상황에 대해,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 농축수산물, 식료품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서민들의 생활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석유, 가스값 급등에 물가가 올랐다면, 올해는 그 여파로 생기는 여러 영역에서 물가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결국 시중에 풀린 돈을 흡수하는 금리인상 등 통화 정책이 필요한데, 신종 코로나바아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시기와 규모를 치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세종=박성우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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