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제일 쉬운 일:이재명 '배달특급' [정숭호]
세상 제일 쉬운 일:이재명 '배달특급'
2022.01.17
누워서 떡 먹는 게 쉽겠습니까, 땅 짚고 헤엄치기가 쉽겠습니까? 둘 다 아닙니다.
지금 한국에서 제일 쉬운 일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이 만든 ‘배달특급’ 사업을 하는 겁니다. 배달특급은 경기도 '공공 배달 앱'입니다. 배달 앱은 하루에 서너 번은 광고로 접하실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배달통’ 같은 것들입니다.
코로나로 바깥나들이를 덜 하게 되면서 집에서 음식을 시켜 먹는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배달을 시키려면 전화기에 배달 앱을 깔아야 하니까 배달 앱 사업은 번창할 수밖에 없습니다. 배달 앱 업계 1위인 ‘배달의 민족(배민)’은 장사가 얼마나 잘 되는지 독일의 배달 앱 ‘딜리버리 히어로(DH)’라는 회사에 팔려 “배민이 아니라 게민(게르만 민족)”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습니다. 4조 원에서 흥정이 시작된 매각대금은 코로나로 배민의 주가가 뛰는 바람에 9조 원으로까지 치솟았다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이재명은 경기도 지사일 때 배달특급을 띄우면서 "민간 배달 앱 업체들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걸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배민 같은 업체가 경기도에서는 떼돈을 못 벌게 하겠다"는 겁니다. 이렇게 출범한 배달특급은 ‘경기도주식회사’가 운영하고 있는데 사업이 얼마나 잘되는지 지금 같으면 DH가 배민을 젖혀두고 배달특급을 사들였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얼마나 잘되는데 그러냐? ‘이데일리’ 보도(2021년 11월 9일자)에 따르면 배달특급은 2020년 12월 사업 개시 후 3개월간 누적 거래액이 100억 원이었습니다. 한 달 33억 원꼴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5월부터는 매달 100억 원씩 늘어나 지난해 총거래액은 1,027억 원을 찍었습니다. 이 정도 성장속도라면 배달특급 운영회사인 경기도주식회사 경영진은 장사의 신이라고 할 만합니다. 손을 대지 않고 숨길만 뿌려도 모든 걸 황금으로 만들어버리는 원조 마이다스라고 해도 될 겁니다. 그러나 그들 면면을 보면 장사의 신은커녕, 장사의 졸이라도 되려나라는 의심을 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다시 이데일리 보도를 보겠습니다. “경기도주식회사 이석훈 대표는 이재명 지사가 성남시장이던 2014년 5월 성남시가 운영하는 프로축구단 성남FC 마케팅사업부장을 맡았다. 이후 홍보마케팅실장을 거쳐 2016년 1월 성남FC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는 이 후보가 도지사에 당선된 후인 2019년 2월 경기도주식회사 제2대 대표이사가 됐다. 지난 7월까지 경기도주식회사 상임이사였던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은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김 전 대변인은 이재명 경선 캠프에서 총괄선대부본부장을 맡았다. 성남시의원을 거쳐 2018년 9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경기도 대변인을 지냈다. 이 후보는 김 전 대변인을 ‘나의 분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기도주식회사 실무진에 사업의 귀재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대표와 이사의 면면으로는 이 회사가 1개월마다 100억 원씩 매출을 늘릴 능력이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사업해 본 사람은 사업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압니다. 간 쓸개 다 빼놓고 들어서도 서너 번 이상씩은 망해봐야 길이 겨우 보이는 게 사업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꼬박꼬박 월급 나오는 공공기관 같은 곳(예를 들어 성남FC) 경력을 믿고 사업한다고 나서면 판판이 깨져 집 날리고 가족 흩어져 ‘동가식 서가숙’하기가 예사입니다.
이제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배달특급을 고속성장 시킬 수 있었냐는 궁금증이 드실 겁니다. 배달특급 운영이 누워서 떡 먹기, 땅 짚고 헤엄치기보다 쉽다는 이유가 뭐냐고 묻고 싶으실 겁니다. 답은 ‘세금’입니다.
배달특급은 경기지역화폐를 받습니다. 경기지역화폐는 10만 원으로 11만 원, 100만 원으로는 110만 원의 쇼핑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낸 10만 원 외의 1만 원, 내가 낸 100만 원 외의 10만 원은 경기도와 중앙정부 예산으로 지원됩니다. 예산이 뭡니까. 세금이잖아요. 이렇게 세금으로 미리 할인해주니 지역화폐(사실은 선불카드)를 구입해 배달특급으로 음식을 시켜 먹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도주식회사가 광고까지 해주니 가맹점은 홍보비도 들지 않습니다. 거기다 배달특급의 수수료(식당업주들 부담액)는 1%입니다. 민간 배달 앱의 수수료 6.8~15%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껌값’입니다.
이런 지원을 받고 사업을 하는데 매년 100억 원 이상 매출 증대를 못 이루면 이상한 거 아닌가요? 사업을 한 번 안 한 사람도 이런 장사를 하면 ‘올해의 경영인’으로 선정될 수 있을 겁니다. “수수료를 1%로 낮춰주고 매출을 늘려줬다”며 영세 자영업자들로부터 ‘존경’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얼마 전 ‘삼프로TV’라는 경제 전문 유튜브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은 지사 시절 최대 치적으로 배달특급 도입을 꼽았습니다. 특정 업자(배민 같은)의 독점을 공공(公共)의 이익으로 돌려 ‘정의’를 수립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기본소득 등 이재명 경제정책의 허구를 날카롭게 파헤쳐 ‘진짜 경제 전문가’라는 평판을 굳힌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 윤희숙은 이재명의 자화자찬을 듣고는 기가 막힌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심판이다. 민간 업체가 공정한 경쟁을 하는지, 독점으로 기업 생태계를 파괴하는지를 살펴서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심판이 선수 잘하는 게 보기 싫다고 선수들 다리를 묶어 놓은 채 경기에 나서는 게 옳은가?”라고 물었습니다. "주최 측이 농간을 부리면 등수는 보나마나"라는 말은 왜 안 했나 모르겠습니다.
윤희숙은 거기에 덧붙여, 이재명은 어떤 산업에서 이익이 크게 나고, 그것을 몇 업체만 나눠 갖게 된다면 그때마다 그것은 정의가 아니라며 배달특급 같은 업체를 만들어 세금으로 지원할 것인가라고 물었습니다. 윤희숙의 이 질문에는 이재명식 사고로는 대한민국에는 공공 사업체만 남고 민간기업은 사라지게 된다는 걱정이 들어 있습니다. 자유로이 작동하는 시장은 사라지고 ‘공공(公共)’이 그 자리에 들어선다는 걱정입니다. 공공의 계획과 지시가 민간의 자율적 판단을 짓밟는 나라가 된다는 걱정입니다.
이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은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 서울 성동구에 노하우 전수…전국화 시동”이라는 뉴스가 떴습니다. 성동구청장도 알아차린 모양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사업이 배달 앱 같은 공공사업이라는 걸 말입니다. 배달특급이 앞으로 음식 배달 외에 세탁물이나 꽃다발 배달 같은 일도 취급하기로 했다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하나만 묻고 이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세금, 그거는 바닥이 없나요? 민간기업 다 사라진 후 공공업체에 나눠줄 세금은 누가 내나요? 거기서 걷으면 된다고요? 그 세금을 또 공공업체에 지원해주고? 그리고 거기서 또 세금 걷고?” 허, 참 기가 막혀 더 말을 못 하겠습니다. 생각해 보니 배달특급처럼 이재명이 성남시나 경기도에서 설계 혹은 기획한 일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한국에서 제일 쉬운 일이겠습니다.
[사진 설명]경기도주식회사는 배달특급에 여러 가지 혜택이 있다며 업주에게는 가맹점 가입을, 소비자에게는 배달특급 이용을 촉구하는 판촉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모든 혜택은 배달특급을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거둬간 것까지 포함한 세금으로 뒷받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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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아이 뒷이야기]
지난해 11월 자유칼럼에 “코나아이 낙전 설계자는 누구?”라는 글을 썼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이 경기지사일 때 시행한 경기지역화폐에 흑막이 있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낙전(落錢)은 경기지역화폐를 구입한 사람이 카드에 현금을 충전해놓고 사용하지 않은 돈입니다. 한 사람의 낙전은 얼마 되지 않겠지만 “모두 모으면 몇 천억 원은 좋이 될 이 낙전을 다른 시·도(지역화폐를 운영하는)에서는 자기네 수입으로 잡는데, 경기도에서는 코나아이라는 지역화폐 운영대행업체가 갖도록 해뒀다, 이게 특혜가 아니면 뭐냐?”라는 게 의혹의 핵심이었습니다.
그 후 두 달 동안 이 의혹과 관련해 무슨 일이 있었나를 찾아봤습니다. 제 글이 나간 한 달쯤 뒤인 작년 12월 초, 경기도는 코나아이와 맺은 협약서를 개정, 낙전 수입을 경기도로 귀속시키기로 했습니다. 이재명이 더는 이 문제로 야당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한 것 같은데, 경기도는 “2021년 10월 개정된 지역화폐 관련법이 낙전 수입을 지방자치단체에 귀속시키도록 함에 따라 취한 조치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니 그렇게 받아들이겠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찝찝한 게 사라지지는 않네요. 이 조치가 지난해 10월 이후 발생한 낙전에만 해당되는 건지, 이전에 발생한 것에도 해당되는지 궁금합니다만 내가 안 밝혀도 언젠가는 드러나겠지요.
지난해 야당과 언론의 의혹 제기에 “낙전은 발생 후 5년이 지나야 현금화할 수 있도록 돼 있다. 3년짜리 계약을 한 우리로서는 낙전 수입을 챙길 수 없게 돼 있다”며 억울해하던 코나아이는 2019년 초에 맺은 계약이 작년 12월 말로 끝났지만 사업권을 다시 따내 2024년 말까지 3년 더 경기지역화폐 운영을 대행하게 됐습니다. 코나아이 측은 “낙전 수입은 날아갔지만 3년 간 대행 수수료는 받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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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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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숭호
1978년 한국일보 입사, 사회부 경제부 기자와 여러 부서의 부장, 부국장을 지냈다. 코스카저널 논설주간, 뉴시스 논설고문, 신문윤리위원회 전문위원 등 역임. 매주 목요일 이투데이에 '금주의 키워드' 집필 중. 저서: '목사가 미웠다'(2003년), '트루먼, 진실한 대통령 진정한 리더십'(2015년)
2006 자유칼럼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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