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사고로 본 아파트 건축현장의 근본적 문제점(1) 통계조차 없는 '건설현장 외국인 비율'
하자투성이 신축 아파트 '메이드 바이 불법체류자'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 현장 붕괴 사고 직전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사고 10분전쯤 찍힌 동영상에는 최상층 39층 바닥에 설치된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모습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영상을 보면서 붕괴의 원인을 짐작해 보는 등 분석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그 동영상 뉴스를 접한 대중의 귀를 더 자극하는 건 화면에서 새어나오는 '중국어'다. 화면에 몇명인지 나오진 않지만 상당수가 중국어를 쓰는 근로자라는 걸 알 수 있는 대화가 오간다. 건설현장 현실을 아는 사람들에겐 익숙한 광경이겠지만, 1군 브랜드 아파트 현장 근로자가 대부분 외국인이라는 걸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아이파크만의 문제도 아니다. 래미안, 푸르지오, 자이, 더샵, 아크로리버라고 다르지 않다.
더 놀라운 얘길 보태고 싶다. 몇년 전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두고 '건설현장의 외국인 근로자 비율과 불법체류자 현황'에 대해 관련 자료를 찾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확히 알수 없다'가 정답이었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겠지만 실제로 정확한 통계자료가 없다.
물론 데이터는 잘 찾아보면 있다. 교수 논문이나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용역 등에 종종 나온다. 하지만 그 숫자를 절대 신뢰할 수 없다. 현장에서부터 그 숫자가 조작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건설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합법비자' 받은 '조선족 신분증' 복사해 돌려쓰는 '중국인' 불법체류자 많아…신축이 구축보다 하자 왜 많겠나
건설현장에선 한국말이 잘 통하지 않을 정도다. 현장 관계자들에 의하면 외국인 근로자의 비율이 최소 50%, 최대 90%에 이른다. 건설 현장서 일할 수 있는 합법 비자로 일하는 이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불법체류자거나 적법 비자가 아닌 불법취업자다.
하청업체는 합법 비자를 가진 외국인의 서류를 도용해 가짜서류를 제출하고 건설사는 허위제출인 걸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체 하고, 고용노동부는 제대로 실태파악도 못하는 게 지금 현실이다.
정부기관 등에서 공식적으로 통용되는 외국인 건설노동자 비율은 '가짜' 서류에 의한 '통계오류'다. 효용가치가 없는 엉터리 통계다. 해당기관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어느 교수가 법무부 용역으로 제출했던 보고서엔 현장 불법체류자 비율이 10%로 써 있었다. 믿을 수 없어 교수에게 연락해보니 "현장 불법체류자 비율에 대해선 십장(반장)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는 방법 밖에 없는데 거짓 답변을 한 것 같아 사실은 나조차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고백했다. 그 교수가 의뢰받은 주제는 "외국 국적(주로 중국) 동포에게 건설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재외동포 취업비자(H-2)를 어느 정도 확대해야 하는가"였다. 법무부 용역으로 "불법체류자가 10% 밖에 안 된다"는 결론이 나왔으니 그 뒤 결과는 뻔하다. 건설현장서 일할 수 있는 중국동포 취업비자 확대로 이어졌을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재외동포 취업비자(H-2)로 일하는 중국국적 외국인은 25만명을 넘어섰다.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 출신도 있지만 많아야 1만~2만명 수준이고 중국국적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들 중 상당수가 건설현장에 있다.
단순 노무직을 못하게 돼 있는 재외동포체류자격(F-4)으로 들어온 중국국적 동포 중 적지 않은 이들은 아예 사업자등록을 하고 건설현장 하도급업체를 직접 운영한다. 이들이 현장에 불법체류 한족 중국인들을 보내는 주요 공급선이다. 이들에 밀려 한국 근로자가 아예 자리를 잡지 못하는 현장도 있다.
사업자등록도 없이 불법으로 인력 공급업체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합법 비자로 일하는 조선족의 신분증을 미리 복사해 놓고 이를 이용해 불법체류 한족 중국인들을 조선족처럼 속이는 행위도 일상화돼 있다. 과연 1군 브랜드 대기업 건설사에서 이런 일들을 모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서류로만 제출하는 인력 상황은 충분히 관청을 속일 수 있고, 하청업체 사정도 뻔히 알지만 걸리지 않으면 불이익도 없기 때문에 눈 감고 있다.
불법체류자들 혹은 외국인들의 손으로 지어지는 아파트 품질은 어떨까. 내부 인테리어까지 깔끔하게 다 해서 준공하는 방식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 외국인에겐 낯선 작업이고 서툰 작업일 수 밖에 없다. 우리 숙련 건설노동자들이 해오던 일을 불법체류자 일용직 노동자가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아파트 품질도 나빠졌다는 게 현장 얘기다.
건축 기술이나 소재는 개선됐지만 시공이 엉망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럼에도 브랜드 아파트 분양가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한국이 선진국이라면 3D 업종 일자리도 '안전'하고 '처우' 좋아져 내국인이 일할 수 있어야
과거 아파트 건설현장 '일용직'은 젊은 대학생들도 방학을 이용해 일할 정도로 흔한 아르바이트 일자리였다. 지금은 학생들이 끼어들 그런 일자리는 없다.
위험한 건설현장에 젊은이들이 가지 않으려 해서 어쩔 수 없이 불법체류자라도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앞뒤가 바뀐 얘기다.
MZ세대도 가서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처우를 만들어 놓고 젊은이들 탓을 해야 한다.
지금은 건설사와 불법 하청업체들만 큰 이득을 보는 구조다.
선진국일수록 사람 귀한 줄 알고 건설 노동자들 인건비도 높다. 한국은 이미 작년에 '선진국 선언'도 했다. 3D 업종 일자리를 불법체류자나 외국인에게 의존하고 임금이 낮은 걸 당연히 여기는 건 후진국에서 할 일이다. 사람귀한 줄 아는 선진국이라면 내국인이 3D 업종에 일할 수 있을 정도로 인건비가 높아야 한다. 불법체류자를 써야만 운영되는 한계기업이나 업종은 '막장 일터'다. 더 이상 운영돼선 안 되고 망하게 둬야 한다.
과연 우리 1군 대형 건설사들이 불법체류자를 쓰지 않고 합법 인력만 쓰면 망할 정도로 어려운 사정에 있을까.
당장 싸게 먹힌다는 이유로 불법체류자 혹은 외국인들이 짓는 아파트를 용인한다면 그 부수적 피해는 계속 커진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붕괴사고의 원인이라고 단정하는 게 아니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한 강박에 불법체류자 유입에 따른 부작용에도 입을 닫진 말자는 것이다.
'건설업 외국인 쿼터'는 '비자쿼터'다. 그 비자쿼터를 늘려달라는 게 건설업계 요구다.
아파트 소비자를 위해선 오히려 '현장 외국인 쿼터제'라도 만들어 단일 건설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 적정수를 제한해 최소한 외국인이 현장 인력의 과반이 넘지는 않도록 막아야 한다.
이미 불법체류자 수십만 명이 차지한 저임금 일자리는 순차적으로 그 위 일자리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결국 연쇄적으로 청장년층의 고용불안을 심화시킨다.
싼맛에 쓰는 외국인 근로자가 저소득층의 아들과 딸, 아버지와 어머니의 일자리를 점차적으로 밀어낸다는 발상을 왜 정책당국과 재계는 하지 않을까.
불법체류자 '인권'보다…한국인 '주거 인권'과 '주거 복지' 그리고 '일자리'가 더 중요하다
아파트의 품질이 나빠지는 게 불법체류자나 외국인 문제만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불법체류자나 외국인 근로자에 의해 아파트가 하자투성이인 채로 지어질 수도 있단 사실도 잘 모르고 있다.
소비자들은 은행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아가며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주고 '합법적' 결과물로 알고 아파트를 인도 받는다. 하지만 건설과정에서 '불법'체류자나 '불법'하도급 등 각종 불법이 포함돼 있다면 이건 '법치주의'에 근간한 '합법 거래 계약'으로 볼 수 없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대형 건설사가 불법체류자를 고용해 아파트라는 우리 생애 중 가장 비싼 구매물을 만드는데 동의한 바 없다.
건설현장 불법체류자 증가나 외국인 과다 고용을 용인하고 있는 것은 건설사와 관련업체 그리고 뭐가 중한지 모르면서 상황을 오판하는 관련 정부 부처 뿐이다.
한국인의 주거 '인권'은 불법체류자의 '인권'보다 더 우선시해야 할 문제다. 우리 '주거 복지'가 정부나 건설사의 무책임과 관리소홀로 불법체류자들의 손에 맡겨지는 걸 더 방관할 필요는 없다.
법무부 통계에 의하면 약 40만여명의 불법체류자가 국내에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불법체류자수는 2017년 25만명 수준에서 40만여명으로 1.7배로 늘어났다.
국내 체류 중국국적 조선족은 85만명정도다. 그중 약 30만명이 비자종류에 맞지 않게 '불법취업' 중이다. 이중 상당수가 건설현장에 있다.
불법체류자 등 외국인들이 많은 아파트 건설 현장을 가보면 왜 신축 아파트들이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을 들여다보면 하자투성이인지 알게 된다. 의사 소통이 원활치 않고 한국인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책임감이 덜할 수 밖에 없는 외국인 근로자들에 의해 지어진 아파트 마감 품질이 더 좋아질리는 없다.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민원건수는 2010년 69건에서 2011년 327건, 2012년 836건, 2013년 1954건 등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5년 이후로는 매년 4000여건씩 하자분쟁이 접수되고 있다.
유동주 기자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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