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4대강 보 부순다는데 수소車는 나중 온전하겠는지
[환경칼럼] 4대강 보 부순다는데 수소車는 나중 온전하겠는지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4대강 보 경제성평가 뒤틀어놓고
적폐 청산 차원 '해체' 결정
대통령 "내가 수소차 홍보 모델"
증권사는 '비판 보고서' 자발 회수
공무원들은 자기들 다칠 무리수는 두지 않는다. 논란이 될 정책을 결정할 때는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해 책임부터 분산해둔다.
금강·영산강 3개 보 해체 판단을 내린 경제성평가 역시 그런 '알리바이 만들기'였을 것이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는 '죽산보 개방 후 수질이 나빠진 것은 단기 현상일 뿐 보 철거 뒤엔 좋아질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은 뒤 경제성평가를 통해 해체 결론을 냈다. 위원회 구성을 어떻게 하고 경제성평가를 누구에게 발주할 것인가는 공무원들이 정한다. 결국은 공무원들 생각대로 흘러가게 돼 있는데, 공무원들 생각은 인사권을 가진 권력이 정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 새만금 사업의 계속 추진 여부를 결정짓기 위해 운영했던 새만금위원회가 있다. 그때는 정부가 미리 정해놓은 결론 없이 위원회에 판단을 맡겼다. 정부는 찬반 진영(陣營) 같은 숫자로 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래서 논의가 헛바퀴도 돌았지만 치열하게 맞붙었다. 위원들 발언은 토씨 하나까지 회의록에 공개됐다. 4대강 위원회는 40여 차례 회의에서 누가 무슨 주장을 했는지 외부로 알려진 게 거의 없다.
보 철거 반대 시위 모습/대전일보
보 해체 논란...환경부 “결국, 주민의견 듣고 물 이용 임시대책 마련하기로”
https://conpaper.tistory.com/76101
환경부, "보 열면 오히려 수질 악화" 보고에도 해체 결정
https://conpaper.tistory.com/7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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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보를 부수겠다는 발상(發想)은 장기 효과를 보고 평가해야 할 정책을 앞 정부 적폐 청산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런 식이면 수십 년을 내다보는 소신 있는 정책은 불가능해진다. 임기 후 적폐 청산 당하지 않으려면 일을 벌이지 않거나 어떤 수를 써서라도 정권 재창출을 이뤄야 한다.
'앞 정권 정책 걷어차기'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얼마 전 열린 수소차 토론회를 가봤더니 아홉 명 발제자·토론자 가운데 두 명이 '정권 리스크'를 우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18일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요즘 수소차는 내가 아주 홍보 모델"이라고 했다. 정부는 현재 1800대인 수소차를 2040년까지 620만대로, 14곳인 수소충전소는 1200곳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수소차는 대당 3000만원 정도 보조금이 지원된다. 정부가 이렇게 화끈하게 밀어붙이는 게 불안하다는 것이다.
정부 로드맵 발표 다음 날 아침, H증권 류모 연구원이 수소차의 기술 한계를 분석한 '수소전기차 스트레스 테스트'라는 60여 쪽 보고서를 발간했다. 류씨는 현대차 남양연구소 10년, 증권사 자동차 애널리스트로 9년 일해왔다. 보고서 배포 직후 증권사는 책자를 황급히 회수하고 온라인 링크도 차단했다. 증권사는 류씨에게 "정부 정책에 반(反)하는 내용이라 부담"이라는 이유를 댔다고 한다. 보고서는 내용을 약간 수정해 재발간됐지만, 류씨는 얼마 있다가 재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정부나 현대자동차에서 어떤 작용이 있었다고 볼 정황은 없다. 증권사 측이 알아서 기다가 벌어진 일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경제계, 학계에 수소차 평판(評判)에 손상 주는 걸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미래 친환경차 부문에서 수소차와 전기차가 경합하고 있다. 어느 쪽이 주도권을 쥘지 아직 확실치 않다. 미래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기술이 있다면 공론(公論) 마당에서 맹렬한 논쟁을 벌여 각기 장단점이 속속들이 노출돼야 한다. 그러나 국내 상황은 현대차가 전기차와 수소차 양쪽을 모두 하고 있다. 현대차가 스스로 자기 기술에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 것이다. 기업이 정부 보조금을 마다할 리 없다. 대통령이 맨 앞에 나서 수소차를 밀어주고 있다. 공무원 사회에서 견제 목소리가 나오기도 힘들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마저 묻혀 버리고 있다. 수소차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띄워주는 목소리만 들리지 제동 거는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세계는 ‘전기차’ 향하는데…한국은 홀로 ‘수소차’ 노선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08/2019020802340.html
수소발전(Hydrogen Power)도 결국 '외국산 놀이터'/수소차(FCEV) 전망 어둡게 만드는 세 가지 기술적 난제 VIDEO: Hydrogen Power and Fuel Cell Electric Vehicle
https://conpaper.tistory.com/75526
정권 임기 후 일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걱정이 된다. 미국서도 카터가 백악관 지붕에 태양광을 달았는데 레이건은 취임하는 날 그걸 떼어냈다. 부시가 수소차를 밀었는데 후임 오바마는 그걸 걷어찼다. 우리는 같은 정파였는데도 앞 정부의 '녹색 성장' 간판을 뒤 정부가 떼어내고 '창조 경제'로 바꿔 달았다. 지금 정부는 앞 정부의 간판 프로젝트인 4대강 사업을 경제성평가까지 뒤틀어가며 허물어버리려 하고 있다.
에너지건 국토 개발이건 중·장기적 정책 일관성이 필요하다. 정부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믿음이 가야 기업도 수십 년 내다본 투자를 할 수 있다. 우르르 수소차로 몰려갔다가 뒤 정권들이 수소차를 찬밥 취급하면 그때의 손실과 혼란은 누가 감당할 건가. 보 해체 결정 소동을 보면서, 수소차 운명이 나중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19/20190319033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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