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시대의 주택 투자" - 최영진 부동산경제평론가
수도권 신도시 건설 모델,
일본 '다마 신도시' 이제 '노인도시'
중장기 공급과잉 불가피
출처 realestat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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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택시장 상황을 참 가늠하기 힘들다. 일반적인 식견으로는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 많아서다. 2012년 이후 시중에 쏟아진 새집은 엄청나다.매년 40만~50만가구가 공급됐다.완공 기준이 아니라 인·허가 물량이다. 아파트는 대개 준공까지 2~3년 걸린다.다시 말해 2013년초에 착공했다면 지난해 말이나 올해 입주가 가능하다.
2013년부터 분양된 엄청난 량의 아파트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완제품이 돼 시중에 나오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주택은 일반 공산품과 달리 공급시점은 외상주문에 불과하다.완제품이 아니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왜곡되기도 한다. 분양열기 때문에 시장은 더 활성화되는 경우도 있다.공급이 많다고 집값이 내리지 않고 되레 오른다는 소리다.
분당·일산을 비롯한 수도권 5개 신도시가 한창 건설될 무렵인 1989~1991년까지 엄청난 물량이 공급됐지만 집값은 떨어지기는 커녕 오히려 치솟았다.분당의 경우 시범단지 입주가 시작될 무렵인 1991년 하반기부터 실제 공급의 위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천정부지로 치솟던 아파트값은 주춤해지다가 계속적으로 입주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여파로 집값 불패 지대였던 서울 강남 대치동 아파값도 떨어졌다.
지금도 그런 형국이다.지난해도 50만가구 넘는 주택이 공급됐으나 올해는 더 많은 물량이 쏟아진다. 공급과잉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도 분양시장은 여전히 활기차다. 청약불길은 더 강렬해지는 분위기다.
지난 4월 분양된 부산 광안 포스코 더 샆 아파트 84㎡형은 1106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요즘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의 상황을 대변해주는 한 대목이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주택업체들은 앞다퉈 아파트를 방출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민간 아파트만 13만 여가구가 분양됐고 하반기에도 20만여 가구가 예정돼 있어 연간으로 계산하면 30만 가구는 될 것 같다. 민간 아파만 그렇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공공아파트와 사업승인 대상이 아닌 물량과 연립·다세대·다가구 주택 등을 합하면 50만 가구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많은 주택물량이 시중에 방출되고 있는데도 집값은 왜 오르고 있을까. 해답은 아직 완성품 위력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아서다. 입주 주택들이 대거 출하되면 시장은 완전 다른 모습을 보일게 분명하다.
이런 여유로 해서 지난해 하반기 주택업계에 이런 얘기가 파다하게 나돌았다."갖고 있는 사업 물량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늦어도 올해 말까지 분양을 끝내야 한다"는 얘기 말이다.
주택업체들도 공급이 너무 많아 입주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그에 따른 후유증으로 주택경기가 급격이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파동에도 불구하고 주택업계는 아파트 분양에 열을 올렸다.하루 빨리 처분해야 하는 강박관념에 휩싸여 시장 띄우기 펌프질을 해대면서 아파트를 팔았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돈벌 수 있다는 광고성 기사로 가득 차 있다. 대부분이 주택업체들이 돈 주고 펌핑한 홍보성 기사다. 요즘의 주택시장은 '과열'임에는 분명하다.오죽했으면 정부 당국자도 주택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얘기를 스스럼없이 꺼내겠나. 국토교통부 권혁진 주택정책과장도 최근 한 워크숍에서 “올해 총 공급예정 물량은 55만~60만 가구로 추산된다”며 공급이 너무 많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분양시장 과열 이유는 여럿 있다.초저금리 기조로 시중의 여윳돈들이 갈 곳이 없어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으며 전셋값이 너무 비싸 아예 집을 사려는 수요,월세보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게 더 유리한 구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더욱이 분양 아파트는 계약금 10%만 있으면 입주때까지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금 납부 시스템이 구매력을 키우고 있다. 중도금은 주택업체가 무이자 대출로 충당하기 때문에 공짜처럼 느껴진다. 아마 이 맛에 아파트를 분양받는지 모른다. 문제는 이 많은 공급량을 받쳐줄 수요는 충분하느냐이다. 통계청이 추정한 2015년 5월 현재 가구수는 1870만5000가구로 2005년에 비해 17% 증가했다. 연간 27만 가구가 늘어난 셈이다. 여기다가 집을 바꾸는 대체수요를 계산해 넣으면 수요는 충분하다.다만 "시장에 큰 이변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를 붙였을 때이다.
중고주택 시장도 그렇다. 지난해 거래량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6년 수준에 육박하는 100만5100 여건이나 됐다. 그래서 호황국면에 이르렀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가구수및 주택수 증가분을 생각하면 호황세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다. 2010년 기준 전국의 총 주택수는 1388만3500여 가구로 2005년보다 11% 늘었다. 이 수치까지 고려할 경우 거래량은 더 늘어나야 정상이다. 가구수와 주택수가 많이 늘어났으니 거래량도 당연히 더 커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통계 수치를 갖고 수요를 계산해보니 당장은 여유가 있어 보인다. 일반적 경기는 통계수치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다음이 걱정이다. 앞으로 강력한 주택구매수요층이 될 가구주 연령 20~44세의 가구가 5년 후 44만8700여 가구, 10년 후에는 80만4500여가구가 줄어든다. 이는 이들 계층 총 가구수의 8.1%, 14.2% 규모다. 이런 현상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심화된다. 이는 앞으로 새집 공급을 대폭 줄이지 않으면 집이 남아도는 시대가 된다는 뜻이다. 새집 선호 수요가 많다고 계속 지어대면 결국 주택시장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새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도 살고 있는 주택이 안팔려 이주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집값도 폭락하게 마련이다. 모든 주택이 다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수요가 몰리는 곳은 일시적으로 집값이 빠져도 다시 오르게 돼 있다.건축비·인건비 등과 같은 관련 비용이 상승하면 주택값도 오른다.
자족기능이 약한 신도시나 교통이 불편한 도시 외곽지역의 운명이 걱정된다. 지금은 그곳 아파트를 분양받아 거주하지만 자금 여유가 생기면 다시 중심도시로 돌아가려 할 것이다. 근무지와 멀고 아무래도 불편한 점이 많아서다.
대도시에 살아야 한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인구가 줄면 도시외곽지대나 중소도시보다 대도시의 영향은 덜 하다. 일본을 생각해보면 대충 윤곽이 나온다. 우리 수도권 신도시 건설의 모델이 됐던 일본 다마 신도시는 이제 노인도시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젊은이들은 대거 도쿄로 되돌아가 상대적으로 노인층이 많아졌다는 소리다.
남의 얘기 아니다.집을 사야할 사람은 집을 사야 한다.그러나 지역을 잘 선택해야 한다. 앞으로 10년 아니면 20년 후 도시와 주택이 어떻게 될지를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얼마 지나면 우리도 일본처럼 도시에서도 빈집이 생기게 된다.집이 너무 낡으면 거주를 기피한다.재건축이 안되면 그런 집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상할 수 있을게다. 이런 상황을 접하고 있는 일본은 새집 공급을 줄이는 대신 도시내 헌집 재건축과 재개발을 통해 수급관리를 하고 있다. 이와함께 기존 주택을 관리해 수명을 늘리는 정책도 추진한다. 공급과잉에 따른 후유증을 이렇게 해결하고 있다는 말이다.연간 160만~180만 가구에 달하던 공급물량을 70만~80만 가구로 대폭 줄였다. 정부가 억지로 줄인 것이 아니라 시장논리에 따라 자연적으로 그렇게 됐지만 정책도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 주택의 미래를 생각해보자. 20~30층짜리 아파트는 50년 후 어떻게 될까.재건축이 가능하면 다행이지만 채산성이 떨어져 새로 지을 수도 없다면 그 아파트의 자산적 가치는 한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앞으로 아파트를 살 때 100년이 지나도 끄떡없는 구조로 된 집, 아니면 재건축 채산성이 높은 곳을 골라야 손해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10년, 20년 이후 주택시장 변화를 진단할 수 있는 혜안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J플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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