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의 또 하나의 구원투수 '실업급여'...신청 자격과 신청 방법 그리고 수급액
<편집자 주> 입버릇처럼 ‘이생망’을 외치며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는 2030세대. 그러나 사람의 일생을 하루로 환산하면 30세는 고작 오전 8시30분. 점심도 먹기 전에 하루를 망하게 둘 수 없다. 이번 생이 망할 것 같은 순간 꺼내 볼 치트키를 쿠키뉴스 2030 기자들이 모아봤다.
# “회사가 갑자기 사무실을 옮겼어요. 그래서 한 시간이면 오가던 통근 시간이 왕복 3시간30분으로 늘어났어요. 새벽 일찍 일어나서 타는 지옥철을 버티고 버티다 결국 사표를 냈습니다. 저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까요” - 김쿠키(27)
고용보험에 가입한 노동자가 실직했을 때 국가에서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가 있다. 바로 실업급여다. 실업으로 인한 생계불안을 극복하고 재취업을 돕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김쿠키씨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걸까. 먼저 수급 대상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조건을 충족하면 실업급여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살펴보자.
STEP 1-1. 실업급여 대상인지 확인하기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다음 네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고용보험 홈페이지에 접속해 ‘고용보험제도-개인혜택-실업급여안내-자격확인’을 차례로 눌러보자. 자신이 실업급여 대상에 해당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① 현재 실업자 : 일할 능력, 의사가 있지만 취업하지 못하는 상태여야 한다. 본인이 영리 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면 제외된다.
② 근로일수 확인: 퇴사일 기준 18개월(일주일에 15시간 미만 일했다면 24개월) 이내 피보험 단위 기간이 180일 이상이어야 한다. 피보험 단위 기간은 보수가 지급된 날을 의미한다. 실제 노동하지 않은 유급휴일과 휴업수당을 받은 날도 피보험 단위 기간에 포함된다. 자신의 피보험 단위 기간은 실업급여 신청 서류인 ‘이직확인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③ 실업 사유 : 자신이 퇴사를 원한 경우가 아니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그만둔 이유가 회사에 있어야 하는 것. 김쿠키씨처럼 자신의 의지로 사표를 냈으면 수급 대상이 아니다. 다만 김쿠키씨는 자발적 퇴사자의 예외사례에 포함된다. (예외사례 확인은 STEP 1-2에서)
④ 적극적인 재취업 노력 : 실업급여는 재취업 기회를 마련하는 취지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취업하려는 노력을 증명해야 한다. 실업급여 신청 후 고용센터에서 안내하는 절차에 따라 증명하면 된다.
STEP 1-2. 자진 퇴사 예외 사례인지 확인하기
자진 퇴사했으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판단에 이직 사유가 ‘정당’하면 실업급여 대상이 된다.
예외 사례는 △ 왕복 3시간 이상 통근이 어려워진 경우 △ 1년 2개월 내 임금체불 혹은 주52시간 초과 근무 △ 성희롱, 갑질 등 직장 내 괴롭힘 △ 부모나 동거 친족의 질병 등으로 30일 이상 본인이 간호해야 하는 기간에 사업장의 사정상 휴직 허용되지 않는 경우 △ 임신·출산·자녀 육아·의무복무 등 업무 수행 어려운 경우 △ 건강상의 이유로 업무 수행 곤란해진 경우 △ 업무상 재해 등 질병으로 인해 업무 수행 곤란해진 경우 등이 있다. 또 회사의 폐업 등으로 이직 전 이직회피 노력을 다했으나 사업주 사정으로 더 이상 근로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 이직의 불가피성을 인정해 수급자격을 부여한다.
김쿠키씨는 ‘왕복 3시간 이상 통근이 어려워진 경우’에 해당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시행규칙 제101제 제2항 별표2에 따라 ① 회사가 이사를 가는 경우 ② 지역이 다른 사업장으로 전근 가는 경우 ③ 배우자/부양해야 할 친족과의 동거를 위한 거소 이전 ④ 그밖에 어쩔 수 없는 이유로 통근이 힘든 경우 등은 통근이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다.
STEP 2. 실업급여 금액 계산하기
김쿠키씨는 실업급여로 얼마를 받을까. 실업급여는 ‘퇴직 전 평균임금의 60% × 소정급여일수’로 계산해 지급한다. 단 퇴직 전 평균임금의 60%는 상한액 6만6000원, 하한액 6만120원으로 제한된다.
평균임금은 퇴사 직전 3개월 동안 받은 월급을 모두 더한 액수를 근무일로 나눈 값이다. 소정급여일수는 정부가 정한 실업급여 수급 기간이다. 연령과 고용보험 가입 기간에 따라 최소 120일에서 최대 270일까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고용보험 홈페이지에서 ‘실업급여 모의계산’을 이용하면 실업급여 금액을 알 수 있다.
김쿠키씨는 2021년 1월1일~12월24일까지 하루 8시간씩 근무했다. 그의 월 평균임금은 200만원이다. 이 경우 평균임금은 6만5934원이다. 여기에 60%를 적용할 경우 3만9560원이 된다. 따라서 김쿠키의 실업급여 계산에는 하한액 6만120원이 적용된다. 고용보험을 1년 미만 가입한 사람의 소정급여일수는 120일이다. 김쿠키의 총 예상수급액은 721만4400원이다. 4개월 동안 월 180만3600원 정도를 받는 셈이다.
STEP 3. 실업급여 신청 과정
실업급여 수급 대상자인지 확인했으면 다음 순서 따라가면 된다. 퇴사 후 되도록 빨리 신청하는 게 좋다. 실업급여는 퇴사 다음 날부터 1년 안에 신청해야 지급되기 때문이다. 신청이 늦으면 전액을 받지 못할 수 있다.
2021년 12월24일 퇴사한 김쿠키씨는 실업급여 수급기간이 8개월일 경우 2022년 4월30일까지 신청해야 지급액을 모두 받을 수 있다. 만약 2022년 7월에 신청했다면 12월까지 6개월분만 지급된다.
① 필요서류 준비
이직확인서와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 신고서가 필요하다. 직접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두 서류 모두 퇴직한 회사에 요청하면 회사가 관할 고용센터로 전송해 처리된다. 만약 서류 요청을 받고도 10일 이내에 발급하지 않으면 회사가 과태료를 물게 된다.
두 서류가 처리됐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이직확인서는 고용보험 홈페이지에서 ‘로그인-개인서비스-이직확인서 처리여부 조회’로 들어가면 확인 가능하다. 피보험자격 상실신고서는 근로복지공단 고용 산재보험 토탈서비스 홈페이지에서 ’자주 찾는 서비스-사업장 피보험자격신고현황’로 들어가 볼 수 있다.
② 구직 신청하기
구직 신청을 해야 한다. 워크넷 홈페이지에서 ‘로그인-구직 신청하기’를 누른다. 연락처 및 구직신청 정보를 입력하고 기본 이력서까지 작성해 업로드하면 된다.
③ 수급자격 신청자 온라인 교육
수급자격 신청자 온라인교육을 들어야 한다. 고용보험 사이트에서 ‘개인서비스-수급자격신청자 온라인 교육 메뉴’로 이동해 동영상을 시청하면 된다.
④ 수급자격 신청서 인터넷 제출
수급자격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고용보험 사이트에서 ‘로그인-개인서비스-수급자격 신청서 인터넷 제출’로 가면 할 수 있다. 인터넷 제출이 어려우면 거주지 관할 고용복지 플러스센터에 직접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이때 ‘실업 크레딧’ 희망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실업 크레딧은 실직 기간 동안 국민연금 납부를 보조해주는 제도다. 실업 크레딧을 신청하면 연금가입 기간으로 인정받는다. 국가에서 국민연금 보험료 75%를 지원하므로 본인 부담금 25%만 납입하면 된다.
⑤ 고용복지플러스 센터 방문
거주지 관할 고용복지 플러스센터에 방문해 실업을 신고하고 구직급여 수급 자격 신청을 완료하면 된다.
⑥ 실업인정 신청
수급 자격을 인정받으면 이후 취업 노력을 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1~4주마다 고용센터를 방문해 실업인정 신청을 하면 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으로 최근엔 고용센터에 직접 방문하는 대신, 매달 정해진 날짜에 실업인정 인터넷 신청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 취재 도움=고용노동부, 김광훈 노무사
김은빈 쿠키뉴스 KUKINEWS
"코로나 무급휴직 너무 힘들다…실업수당 받을 수 있다면 차라리"
본인이 사표를 내면 실업급여를 못 받고, 해고돼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아는 직장인들이 많다.
잘못된 상식이다. 자발적으로 퇴사를 했더라도 퇴직의 불가피성이 인정된다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장기간 무급 휴직을 하고 있거나, 원래 연봉에서 크게 감액된 휴업 수당을 받고 있는 경우라면 자발적으로 퇴사한다고 하더라도 실업급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수급 조건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월급의 60%를 최대 9개월까지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가 실직 후 재취업을 준비하는 기간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생계불안을 막기 위해 지급되는 급여다. 실업급여는 구직급여와 취업촉진수당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실업급여는 구직급여를 말한다.
구직급여는 퇴직전 평균임금의 60%를 소정급여일수에 맞춰 지급하도록 돼있다. 평균임금의 60%를 지급한다고는 하지만 상한선과 하한선이 있다. 2019년 1월 이후 퇴직자의 경우 상한액은 1일 6만6000원으로 정해져 있다.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에 8시간을 곱한 금액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8720원이기 때문에 5만5800원이 하한액이 된다. 즉 구직급여는 올해 기준으로 5만5800원에서 6만6000원 사이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퇴직 전 연봉에 비해 구직급여의 차이는 크지 않다.
소정급여일수는 퇴직자 연령과 고용보험 가입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50세 미만인 사람이 퇴직하는 경우 고용보험 가입기간이 1년 미만이면 120일치, 1~3년이면 150일치, 3~5년은 180일치, 5~10년이면 210일치, 10년 이상이면 240일치를 지급한다. 50세 이상의 퇴직자가 10년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했다면 270일치까지 받을 수 있다.
코로나 휴업으로 월급 30% 이상 깎이면 실업급여 대상
구직급여는 보험금이 아니다.
고용보험을 냈다고 해서 다 받을 수는 없다.
수급 요건은 크게 세 가지다. 퇴직일 이전 18개월 중 180일 이상 고용보험을 내야 하고, 근로 의사와 능력이 있고 재취업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취업하지 못한 상태여야 한다. 그리고 이직 사유가 비자발적이어야 한다.
전직이나 자영업을 하기 위해 사표를 쓰는 자발적 퇴사의 경우는 당연히 구직급여를 받을 수 없지만 퇴직의 불가피성이 있는 경우는 형식상 자발적 퇴사라도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 다른 근로자도 그런 경우라면 이직했을 것이란 사실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다.
일단 사업장의 휴업으로 평균임금의 70% 미만을 1년 이내에 2개월 이상 받는 경우 사표를 내도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 임금 체불이 발생하거나 임금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경우가 1년 이내에 2개월 이상 발생하면 구직급여 대상이 된다.
회사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퇴사를 하는 경우도 구직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 종교, 성별, 신체장애, 노조활동 등을 이유로 차별대우를 받거나 성폭력, 성희롱 등을 당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휴가나 휴직이 필요한 상황인데 회사에서 이를 허용치 않아 어쩔 수 없이 퇴직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족을 30일 이상 간호해야 하는 상황이나 임신, 출산, 육아의 경우에도 회사가 휴가나 휴직을 허용치 않아 퇴사하면 구직급여를 신청해 받을 수 있다.
"아파서 퇴직하면 실업급여 나올까요?"
건강이 악화돼 회사에 사표를 내는 경우는 구직급여를 바로 받을 수는 없다. 구직급여의 수급 요건에서 '근로의 의사와 능력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일하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면 재취업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 경우 고용안정센터에 일단 수급기간 연장신고를 하고 건강이 회복돼 구직활동을 할 수 있게 될 때 구직급여를 신청하면 된다. 수급자격을 먼저 인정 받고 실제 급여는 나중에 받는 것이다. 수급기간 연장신고는 최대 4년까지 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퇴직 후 1년이 지나면 구직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나중에 구직급여를 신청하겠다고 미루다가 1년이 지나면 아예 수급권이 사라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또 퇴직 후 1년이 경과하면 남아있는 급여가 있다고 하더라도 구직급여를 더 이상 지급하지 않는다. 즉 270일치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퇴직하고 180일 후에 구직급여를 신청했다면 90일치는 못 받게 된다. 이 때문에 퇴직 즉시 구직급여를 신청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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