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장사는 왜 사라지고 있나
어쩌다 찾으면 엄청 비싸
원재료 값 급등
없으니 더 먹고 싶어져!
우리나라 경제위기의 단면
(편집자주)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절반 줄었어요. 재료비도 많이 올랐지만 가스비 오른 게 타격이 컸어요."
서울 종로구에서 16년째 붕어빵 장사를 하고 있는 정모(64)씨의 말이다. 정씨는 그동안 붕어빵 2개 1000원에 판매해왔지만 올해처럼 힘들었을 때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붕어빵 3개 1000원은 옛말"
재료비 인상에 코로나19 겹쳐 운영난
붕어빵 파는 곳 알려주는 앱 등장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찬 바람이 부는 겨울철 생각나는 국민 간식 '붕어빵' 가게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밀가루, 팥, 슈크림 등 재룟값이 급등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동 인구가 줄어든 탓이다. 1000원이면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던 붕어빵은 이제 옛말이 됐다. 길거리 가게를 찾기 어려워지자 붕어빵 가게 위치를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앱)도 나왔다.
코로나19에 물가 상승까지…가격 조정 불가피
8일 오후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붕어빵 점포 위치를 알려주는 앱을 작동시키자 주변에 있는 수십개의 노점이 나왔다. 역 인근에 표시된 노점을 찾아가 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근처에 있는 다른 점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종로구 종로3가 일대에서 친척과 함께 붕어빵을 판매하고 있다는 박모(23)씨는 "2~3년 전부터 겨울에 붕어빵을 팔았는데 올해는 물가가 많이 올라 붕어빵 1개당 200원씩 가격을 올렸다"며 "코로나19 전에는 하루에 30만원도 팔았는데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안 나온다"고 말했다.
탑골공원 인근에서 10년 넘게 붕어빵과 계란빵을 팔고 있는 방모(65)씨는 "매년 겨울이면 붕어빵을 팔았는데 작년에는 코로나19로 매출이 거의 안 나와서 일찍 장사를 접고 들어가기 부지기수였다"며 "팥, 슈크림 등 재료비가 오르면서 작년부터 2000원에 판매하는 미니붕어빵 개수를 2개 줄였다"고 설명했다.
붕어빵 파는 곳 위치 공유하는 시민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붕어빵 팥소로 쓰는 수입산 붉은팥(40kg) 도매가격은 25만7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2.8% 상승했다. 밀가루 가격 역시 만만치 않다.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에 따르면 국제 밀 가격은 1t 당 284.3달러(약 33만4600원)로 집계돼 지난해 평균 202달러보다 40.7% 올랐다. 식용유 가격도 급등했다. 업소용 식용유(18ℓ) 가격은 올해 초 2만원 수준에서 현재 약 4만원으로 두 배가 됐다.
노점상이 자취를 감추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붕어빵 파는 곳을 활발하게 공유하는 모양새다. 지역생활 커뮤니티 당근마켓에서는 이용자들이 '동네정보' 등을 통해 붕어빵 점포 위치를 공유하고 있다.
'가슴속 3천원', '붕세권' 앱도 등장했다. 가슴속 3천원은 '붕어빵 사 먹을 수 있는 3000원 정도는 품고 다녀야 한다'는 의미로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5만회 이상의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했다. 앱에서는 붕어빵뿐만 아니라 국화빵, 호떡 등 간식을 판매하는 점포 위치와 가격, 운영 시간, 후기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특이점은 이용자들의 제보로 해당 지도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없으면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붕어빵 반죽, 틀 판매량 증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붕어빵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으려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날 위메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반죽용 붕어빵 믹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0%, 붕어빵 틀 매출은 106% 늘었다. 같은 기간 붕어빵 완성품 판매량도 증가했다. G마켓이 집계한 결과를 보면 지난달 붕어빵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집에서 간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재료의 인기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아영 매경닷컴 기자 / 한재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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