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시재생사업 첫 해제 사례 나왔다
서울 성북5구역(옛 성북3구역)과 자양2구역 내에서 추진 중이던 골목길재생사업이 철회됐다. 도시재생사업 첫 해제 사례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주민들이 원치 않는 재생사업은 철회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8일 정비업계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최근 성북구 성북동 선잠로 2가 일대(성북동 참새마을)와 광진구 자양동 뚝섬로30길 일대(능동로 골목시장 등) 골목길 재생사업 선정을 철회했다. 총 56개 골목길 재생사업 중 선정이 철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북동은 2018년, 자양동은 2019년 각각 골목길 재생사업지로 선정됐으나 주민 반대로 사업은 중단된 상태였다. 두 지역은 모두 재개발을 희망하는 주민들이 많지만 도시재생사업은 재개발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재생사업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재개발을 위한 정비계획 입안 자체가 불가능하다. 도시재생에 예산이 투입된 상태여서 재개발 추진 시 정비계획 입안 검토에 예산이 또 다시 쓰여 예산낭비라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추진한 공공재개발 공모에 도시재생지역은 참여할 수 없도록 제한하기도 했다.
자양2구역은 도시재생사업지에도 문을 연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을 신청한 상태다. 성북구의 경우 옛 성북3구역과 성북5구역을 통합해 신성북3구역으로 정하고 재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박노경 자양2구역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올해 초부터 재생사업 철회를 요구하기 위해 주민들의 여론을 모았다"며 "정비구역이 넓어져 사업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측면도 있지만,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재생사업이 철회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정병남 신성북3구역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그동안 외형적인 각종 걸림돌이 제거돼 이제야 제대로 재개발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이번 결정은 서울시가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면서 이뤄졌다. 서울시는 지난 6월 골목길 재생사업을 철회할 수 있는 내부 지침을 만들었다. 당시에는 토지 등 소유주 50% 이상,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 동의 등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요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판단에 법률자문 등을 거쳐 지난달부터 주민동의 요건을 아예 없앴다. 주민들이 자치구에 요청하고, 자치구가 이를 받아들여 서울시에 요청을 하면 철회할 수 있도록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사업 철회에 대한 페널티가 있으나 주민이 아닌 자치구에서 받게 된다. 서울시는 골목길 재생사업 철회 요청을 한 자치구에 대해 다음 사업 신청 시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부 기준을 완화한 뒤 성북동과 자양동에서 처음으로 사업 지정 철회가 이뤄진 것"이라며 "골목길 재생사업 자체가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시작한 것이 아니어서 과감하게 철회 시 주민 동의 요건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사업지도 있는 반면,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사업지도 있다"며 "주민 여론을 수렴해서 사업 철회가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머니투데이
"낡디 낡은 이 동네를…" 공공조차 포기한 성북5구역
2021.08.18
서울에서 대표적 낙후 지역으로 꼽히는 성북구 성북동 일대 성북5구역이 최근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시범사업지에서 탈락하면서 또 한번 재개발 사업 추진에 실패했다. 작년 하반기 ‘공공재개발’ 탈락 이후 두번째다. 성북동 일대는 1종일반주거지역에 구릉지여서 아파트를 4층 이상 올릴 수 없다. 정부는 “고밀개발이 가능한 곳이 우선”이라며 성북 5구역 지정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들은 과거 오세훈 시장 시절 민간재개발에서 종상향을 받은 적이 있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성북5구역 사업 개요. / 김리영 기자
소방차 진입도 힘든 언덕…2017년 일몰제로 정비구역서 해제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동 성북5구역. 지팡이를 든 노인이 경사가 심한 언덕길을 내려오다 넘어질 듯하자, 지나던 주민이 달려와 부축했다. 가파른 언덕길을 따라 들어선 빌라들은 낡아서 벽체 곳곳에 금이 가 있었고, 도로는 차 한대 지나다니기도 힘들어 보였다. 한 주민은 “불이 나면 소방차가 드나들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성북5구역은 성북구 성북동 3-38 일대 재개발 구역이다. 원래 5구역은 성북3구역으로 재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2011년 6월9일 성북3구역은 재개발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았다. 당시 4층 이하 주택만 지을 수 있는 1종 일반주거지역인 성북3구역을 2종일반주거지역으로 상향해 용적률 180%를 적용, 지상 11층 850가구 규모로 개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관리처분인가를 받기 직전 정비사업구역에서 해제됐다. 2017년 11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뉴타운 출구전략’ 때문이었다. 당시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더라도 주민 3분의1이 사업에 반대하고 찬성하는 주민이 50% 미만이면 2017년 12월31일까지 서울시 권한으로 정비사업구역을 직권해제할 수 있었다. 이미 성북3구역은 주민 75% 동의를 받아 관리처분인가를 눈앞에 뒀지만, 당시에는 주택 경기가 지금처럼 좋지 않았고 반대하는 주민이 더 나오면서 2017년 11월 찬성 48.7%, 반대 30%로 정비사업구역에서 해제됐다.
공공재개발에 이어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도 탈락
뉴타운 구역 해제 후, 사업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다시 ‘성북5구역’이라는 이름으로 재개발을 추진했다. 그러나 3구역으로 추진할 때는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을 받았던 것과 달리 정비구역 해제로 다시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돌아오면서 사업성 확보는 더 어려웠다.
결국 주민들은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개발로 방향을 틀어, 지난해 5·6 대책을 통해 정부가 도입한 공공재개발 사업을 신청했다. 성북5구역은 주민 동의 60.3%로 25개구 중 5위에 드는 동의율을 받아 공모했다. 하지만 그 사이 우후죽순 들어선 신축 빌라 때문에 노후도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당시 건물의 동수 기준 노후도는 84%로 충분했지만 연면적 노후도가 44%로 당시 기준(전체 연면적의 3분의2) 미만에 그쳤다.
성북5구역은 최근 2·4대책 공공주도 정비사업 중 하나인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에도 신청했지만 지난 3일 이마저도 탈락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종일반주거지역인 데다 구릉지여서 고밀개발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이번 시범사업 후보지에 선정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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