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돈으로 빌딩 투기한 '시민단체'

 

서울시에서 빌린 돈으로 30억원 빌딩 매입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 실태 보고서

“세금으로 시민단체 자산 늘려주나...집단농장의 21세기 버전”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마을공동체 사업의 실행 및 확대 과정에서 대규모 불공정과 특혜가 있었고, 이로 인해 특정 단체의 문어발식 운영이 이뤄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역점 사업이었던 ‘마을공동체 사업’의 전면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오 시장은 마을공동체 사업을 이끌어온 시민단체 ‘(사)마을’의 독점 구조를 문제의 핵심으로 보고, 마을공동체 사업에 대한 실태 파악과 감사를 지시했다.

 

서울시 돈으로 빌딩 투기한 '시민단체'
강서구 내발산동 2층 빌딩(사람과공간 협동조합)과 마포구 성산동 4층 빌딩(해빗투게더 협동조합) ⓒ시사저널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회장은 “주민자치에서 주민은 사라지고 일부 시민단체만 남았다”며 “이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아닌 관변단체에 의한 지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시사저널은 마을공동체 사업이 시행된 2012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시 주민자치를 둘러싼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봤다.

 

①시장 마음대로 시민단체에 전권 위탁

②(사)마을, 마을공동체 사업 독점

③공무원 19명 중 8명은 시민단체 출신

④시민단체에 사업·예산 몰아주기

⑤시민단체, 서울시에서 빌린 돈으로 30억원 빌딩 매입

 

 

 

박원순 전 시장이 추진한 ‘시민자산화 지원사업’은 논란이 가장 큰 정책이다. 이 사업은 시민이 주체가 돼 유·무형의 자산을 공동소유 및 운용하는 개념으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지역 개발로 인한 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쫓겨나는 현상)을 막기 위한 정책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영국 등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선진 정책이라고 평가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집단농장의 21세기 버전’이라고 비판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오세훈 서울시장 체제에서 큰 폭의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시민자산화 지원사업에도 (사)마을이 등장한다. (사)마을 설립자 유창복 성공회대 사회적경제대학원 교수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서마종) 센터장에 이어 2015년부터 서울시 협치자문관을 지냈는데, 그는 이 자리에 있으면서 2016년 시민자산화 공론화에 앞장섰다.

 

이에 발맞춰 (사)마을이 수탁운영하고 있던 서마종은 컨설팅·국외연수 등으로 이 사업을 지원했다. 서마종이 이를 위해 사용한 사업비는 2017~21년 1억4900만원에 이른다.

 

이후 서울시는 2020년 ‘민간자산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통해 시민단체에 부동산 매입비용을 융자해 줬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의 민간자산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융자 규모나 이율 면에서 굉장히 좋은 조건”이라면서 “2020년의 경우 융자한도 31억원(총사업비의 80%까지 지원)에 금리는 2%에 불과하며, 5년 거치 후 5년 분할로 상환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해빗투게더 협동조합은 지난해 33억원 상당의 A빌딩(4층 규모)을 매입했다. 2017년 서마종이 700만원을 들여 해빗투게더에 국외연수와 컨설팅을 제공하고, 2020년 서울시가 민간자산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통해 28억7000만원을 2% 금리를 적용해 빌려준 덕분이다. 해빗투게더 대표 김아무개씨는 지난 2003년 유창복 교수와 ‘성마산 보존 대책위원회’ 활동을 함께 한 인연이 있다.

 

또한 해빗투게더는 행정안전부의 '지역자산화 사업'을 통해 5억원을 별도로 융자받았다. 단순 계산하면, 서울시와 행안부에서 빌린 돈만으로도 빌딩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해빗투게더는 이 빌딩을 통해 얼마만큼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A빌딩에는 해빗투게더 협동조합을 비롯해 아틀리에, 세무사사무소, 카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가구 도매업체, 인테리어 업체 등 7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해빗투게더 관계자는 “빌딩 임대료는 모두 월 700만원 정도다. 임대료는 건물주인 해빗투게더 협동조합이 받고 있다”고 밝혔다.

 

매매가는 얼마일까. KB부동산 시세조회 시스템에 따르면, A빌딩과 같은 대로변에 위치한 9년 된 4층짜리 빌딩의 매매가는 70억원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맞은편 이면도로의 50년 된 2층짜리 빌딩이 30억원에 팔렸다. A빌딩이 이보다 규모(4층)도 크고 오래되지도 않아(35년) 못해도 40억원 이상은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귀띔했다.

 

서울시 돈으로 빌딩 투기한 '시민단체'
서울시 주민자치]시장 마음대로 시민단체에 전권 위탁 - 시사저널

 

2021년에는 사람과공간 협동조합이 서울시 민간자산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통해 23억6000만원을 금리 1.5%에 빌려 25억2000만원 상당의 건물을 매입했다.

 

사람과공간 측은 “부족한 매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2021년 행안부의 지역자산화 지원사업에 지원했는데, 최종 예비대상자로 선정돼 최대 10억원까지 융자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즉, 서울시와 행안부로부터 빌딩 매입자금 25여억원보다 더 많은 33여억여원을 저금리로 빌릴 수 있게 된 셈이다.

 

 

김소양 서울시의원(자유한국당)은 “빌딩 매입에 사용된 자금 대부분은 ‘사회적경제 지원기금(사경기금)’에서 나왔다. 사회적 기업의 활성화를 지원해 주는 자금이다. 시민단체의 재산을 마련해 주기 위한 기금이 아니다. 세금으로 협동조합의 자산을 만들어주는 게 말이 되나”라면서 “무주택자들도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협동조합의 사적 재산을 늘려주기 위해 서울시가 세금으로 조성된 기금을 썼다는 건 도의적 문제가 있다. 게다가 사경기금 융자금은 일반 금융권의 융자금에 비해 회수도 쉽지 않고 상환 기간도 길다. 향후 해당 사업은 물론 사경기금의 목적과 용도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해수·공성윤·유지만 기자 (chs900@sisajournal.com) 시사저널

 


 

[사설] ‘1조 시민단체 현금지급기’ 된 서울시, 무섭게 커진 운동권 생태계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시민의 세금으로 어렵게 유지되는 서울시의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ATM(현금지급기)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과한 비유가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서울시가 시민단체에 세금을 줘 벌인 사업이 운동권 이권 생태계만 키운 비정상 사업이라는 지적이 계속 있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의 장기 재직과 문재인 정권까지 겹치며 ‘세금 따먹기’ 피라미드가 구축됐다.

 

서울시 돈으로 빌딩 투기한 '시민단체'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시민사회 분야 민간 보조와 민간 위탁 사업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 바로 세우기'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지난 10여년간 시민사회 분야 민간 보조와 민간 위탁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뿌리박힌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모든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연합뉴스

 

민간 위탁은 민간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활용하는 것이 시민에게 더 이익일 경우에 하는 것이다. 그동안 서울시의 민간 위탁은 상당 부분 이 원칙과 거꾸로 갔다. 마을, 도시재생, 사회적 경제, 주민자치는 물론 주거, 청년, 노동, 도시농업, 환경, 에너지, 남북 교류까지 시민단체가 개입하지 않은 사업이 없다. 오 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민간 보조금 또는 민간 위탁금으로 이 시민단체들에 지원된 총 금액이 1조원 가까이 된다”고 했다. 최근 서울시가 점검해 보니 마을공동체 사업의 경우 지원금의 절반이 인건비로 나갔다고 한다. 세금을 그냥 나눠 먹은 것이다.

 

시민단체에 민간 위탁 사업을 주면서 위탁 업체 선정은 임기제 공무원으로 들어온 시민단체 출신들이 했다. 각 자치구에 중간 지원 조직을 따로 만들어 이 역시 시민단체에 위탁했고, 이 조직을 통해 자신이 몸담았던 시민단체에 돈을 지원했다고 한다. 이 시민단체가 다시 자금 창구가 되어 또 다른 시민단체에 용역을 발주하는 경우도 있었다. 세금 따먹기 먹이사슬이 만들어진 것이다. 오 시장은 “시민단체의 피라미드” “시민단체형 다단계”라고 했다.

 

 

서울시 공무원이 “시민단체 출신 간부들의 압력에 못 이겨 부적절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면서 자괴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서울은 작은 국가 규모를 넘는 세계적 거대도시다. 이런 도시에서 운동권 시민단체들이 시 권력을 장악하고 이를 이용해 시민 세금을 제 돈처럼 나눠 먹었다.

 

시민단체 생태계는 커질 대로 커졌다. 작년 서울시가 공모사업으로 지원한 시민단체만 3339곳에 이른다고 한다. 여기서 직간접적으로 혜택을 받는 사람은 엄청난 숫자일 것이다. 정상화 과정에서 상당한 저항이 있겠지만 피할 수 없고 피해서도 안 된다.

조선일보

 

Recent Article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