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준법지원인 동향 ㅣ 기업이 준법지원인 외면받는 몹쓸 이유
삼성물산, 준법지원인 가장 많아
준법지원인 선임 의무 건설사 394곳
ESG 경영 시대적 동참도
국내 건설업종 가운데 삼성물산(대표 고정석·오세철·한승환)의 준법지원인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 중요성을 고려해 준법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4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상장사 중 준법지원인 선임 의무가 있는 394곳을 대상으로 준법지원인 선임 여부를 조사한 결과, 올해 3분기 기준 삼성물산은 직원 17명·변호사 4명 등 총 21명의 직원이 '컴플라이언스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2018년 법무팀·컴플라이언스그룹으로 편성된 17명보다 4명 늘어났다.
준법지원인 제도는 기업의 준법경영 준수를 위해 일정규모의 상장회사들이 특정 자격을 갖춘 준법지원인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는 제도다.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인 상장회사는 준법지원인을 1명 이상 둬야 한다. 하지만 이를 준수하지 않더라도 별다른 처벌 규정이 없어 사실상 기업 자율로 운영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준법지원인 선임을 통해 ESG 경영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3월 기존 거버넌스 위원회를 ESG 위원회로 확대·개편했다. 작년 10월에는 업계 최초로 '탈석탄'을 선언했다. 석탄 관련 투자·시공 등 모든 신규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진행 중인 사업은 단계적으로 철수하기로 했다.
현대건설의 '준법지원팀'은 책임매니저 7명·매니저 5명 등 12명으로 구성됐다. 2018년에는 준법지원팀에 9명이 소속돼 있었으나 3명 늘렸다.
현대건설은 '2021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평가에서 12년 연속 DJSI 월드에 편입됨과 동시에 '건설·엔지니어링 부문' 2년 연속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현대건설은 윤리·준법 경영 강화는 물론 여성 사외이사 선임, 친환경 에너지 사업 확대, 협력사 ESG 경영진단 등을 통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대우건설도 법무1팀(부장 1명·과장 3명), 법무2팀(부장 1명·대리 2명), ESG팀(차장 1명·과장 3명·대리 1명)에 준법지원인을 두고 있다. 2018년 법무1팀·법무2팀·컴플라이언스팀 등 8명에서 4명 늘었다.
대우건설은 그동안 추진했던 지속가능경영 연장선에 ESG 경영이 있다고 보고,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통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있다. 조력발전·풍력발전·태양광발전 등에 진출하며 탄소제로에 대한 요구에도 부응한다는 방침이다.
태영건설은 법무1팀(상무 1명·선임 2명), 법무2팀(선임 2명), 법무3팀(선임사원 1명·사원 4명) 등 10명의 준법지원인을 꾸렸다. 2018년 9명보다는 1명 늘었다. 이밖에 코오롱글로벌(7명), 금호건설(7명), 삼성엔지니어링(6명), 계룡건설(6명), DL건설(6명) 등은 준법지원인이 5명 이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책임이 중요시 되는 분위기에 맞춰 국내 대형건설사가 앞다퉈 준법지원을 강화하는 등 ESG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3분기 기준 준법지원인 선임 의무가 있는 건설·건자재 기업은 37곳으로 이 중 31곳이 준법지원인을 선임했다. 선임 비율은 83.8%로 2018년 71.1%에서 12.7%포인트 상승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성희헌 기자 / hhsung@ceoscore.co.kr]
기업이 준법지원인 외면받는 몹쓸 이유
2019.12.13
준법지원인은 법적 위험을 진단해 분쟁을 예방하는 기업 내 법률전문가다. 기업 경쟁력뿐만 아니라 윤리ㆍ준법경영을 강화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엔 2012년 준법지원인 제도가 도입됐지만 이를 준수하지 않는 기업들은 여전히 많다. 법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기업이 준법지원인(컴플라이언스 책임자)을 두고 있는 미국과는 정반대다. 차이는 무엇일까.
2012년 4월 15일 개정 회사법이 시행됐다.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개정작업을 거친 법이었다. 개정작업만 6년이 걸렸고, 개정조문은 250여개에 달했다. 이번 개정을 통해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새로운 제도가 도입됐는데, 바로 ‘준법지원인 제도’다. 필자도 개정 회사법이 시행되고 며칠 뒤 회사에서 준법지원인으로 선임된 바 있다.
준법지원인은 기업이 의사결정을 하고 업무집행을 할 때 발생하곤 하는 법적 위험을 진단해 분쟁을 예방하는 법률전문가다. 기업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윤리경영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의 상장회사가 준법지원인을 의무적으로 선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를 준수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지난해 금융감독원 결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상기업 358곳 중 212곳만이 준법지원인을 선임했다. 비율로 따지면 59.2%에 불과하다. 2017년과 비교했을 때 선임비율은 1%포인트도 오르지 않았다.
이는 명백한 상법 위반이다. 준법지원인 제도를 모르는 기업도 있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알면서도 무시하는 곳이 적지 않다. 여기엔 국회 탓도 있다. 준법지원인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과태료와 인센티브를 주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준법지원인 선임 꺼리는 이유
그렇다면 기업들이 준법지원인을 선임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들은 “준법지원인을 고용하는 데 비용 부담이 크다”고 말한다. 7년 전 준법지원인 제도를 시행할 당시 “변호사들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한 제도”라는 비판이 일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들어가는 비용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
2014년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준법지원인을 두고 있는 108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절반가량의 기업이 준법지원인을 선임하는 데 지출한 총 비용이 1000만원을 넘지 않았다. 특히 상당수 기업은 법무팀 사내 변호사나 관련 업무 직원을 준법지원인으로 선임해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았다.
일부 대기업은 로스쿨을 갓 나온 젊은 변호사들을 고용하는데, 이 경우에도 대리 직급으로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연봉 수준이 부담스러운 건 아니다. 준법지원인의 선임 문제를 ‘비용’ 탓으로 돌리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준법지원인 활성화하려면
준법지원인 제도가 정착하려면 기업 스스로 이 제도가 왜 필요한지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 미국은 1977년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제정하고, 1991년 연방 기업 양형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때 우리나라의 준법지원인에 해당하는 ‘윤리 및 컴플라이언스 책임자’가 생겼다.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컴플라이언스 책임자의 선임을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미국의 선진기업 중에서 컴플라이언스 책임자를 두고 있지 않은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유는 간단하다. 컴플라이언스 책임자, 우리로 따지면 준법지원인 제도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일일이 따져보면 실제로 장점이 숱하다. 무엇보다 준법지원인 제도를 도입하면 내부 위험을 관리하고, 법률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기업 이미지도 제고하는 게 가능하다.
기업 매출과 수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통계도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드라고 코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뇌물방지 워킹그룹 의장의 말을 들어보자. “세계적으로 가장 윤리적인 기업들의 이익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보다 2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리ㆍ준법경영에 투자하는 것이 헛돈을 쓰는 게 아니다.”
지난 8월 법무부는 올 하반기에 준법지원인 현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점검을 통해 준법지원인 실태를 파악하고 준법경영이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게 법무부의 생각이다. 그동안 간헐적이긴 했지만 실태 파악을 위한 점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이번에는 기업에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확실한 정책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장대현 한국컴플라이언스아카데미㈜ 대표 changandcompany@gmail.com | 더스쿠프
정리=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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