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만 열면 거짓말: 헝가리 원전 건설과 교황 방북 선언


[사설] 원전 관련해 문도 상식 있는 줄 알았던 헝가리 대통령

<바다만 건너면 달라지는 문 대통령의 원전 입장, 이럴 거면 원전 생태계는 왜 부쉈나>


헝가리의 아데르 야노시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양국이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원전 에너지 사용 없인 불가하다는 공동 의향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양국 공동’이라 함은 문 대통령도 ‘원전 없는 탄소 중립은 안 된다’는 의향을 밝혔다는 뜻이다. 이는 문 대통령의 탈원전 기조와 배치되는 내용이라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청와대는 “헝가리 대통령이 (자신이) 이해한 대로 말한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종전 탈원전 입장을 바꾼 게 없는데 헝가리 대통령이 잘못 이해했다는 것이다.

 



헝가리도 한국처럼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약속했다. 그런데 새 원전 건설을 중단하기로 한 한국과 달리 원전 추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한국과 원전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최근 유럽은 원자력을 부흥시켜 에너지난과 기후 위기를 넘으려고 한다. 지난달 프랑스·핀란드 등 유럽 10국 장관들이 “기후변화와 싸울 때 원전은 최상 무기다. 유럽은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공동 기고문을 각국 신문에 발표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원전 시장을 되찾으려고 원자력 재건을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3일 중국이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15년간 4400억달러(약 518조원)를 투입해 원전을 최소 150기 세울 계획이라고 전했다.

탈원전 하면서 탄소 중립도 달성하겠다고 하는 것은 완전 모순이다. 문 정부가 억지 폐쇄한 월성 1호기는 작은 원전인데도 국내 최대 태양광 단지의 25배 전력을 만들면서 미세 먼지는 배출하지 않는다. 반면 태양광은 같은 전력을 생산하려면 원전의 300배 부지가 필요하다. 원자력보다 탈탄소 효과도 크게 떨어진다. 전기 1kWh를 생산할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양이 태양광은 평균 45g이지만 원자력은 12g에 불과하다. 그래서 탈탄소에 가장 앞장서는 영국이 신규 원전 건설에 나서는 것이다.


탄소 중립 달성에 원전이 필수라는 건 과학으로 입증된 상식이다. 한국은 원전 건설 능력을 갖춘 세계 6국 중 하나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원전 역할’을 거론했을 때 당연히 ‘원전 없는 탄소 중립은 불가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것이 당연한 국제 상식이기도 하다. 헝가리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상식적 사고를 하리라 믿고 말했다. 한국 대통령이 그렇지 않음을 몰랐던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교황, 訪北 수락했다”는데 교황청은 다른 발표, 3년 전과 판박이

   문재인 대통령이 이탈리아 로마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방북(訪北)을 제안했다. 청와대는 브리핑에서 “북한을 방문해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계속될 것”이라는 문 대통령 발언에 교황이 “초청장을 보내주면 평화를 위해 기꺼이 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교황청 공보실은 “남북한이 형제애를 바탕으로 공동의 노력과 선의로 한반도의 평화와 발전에 이바지하기를 희망했다”고만 밝혔다. 

 

 

‘방북’ 관련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 교황이 방북 제안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을 수는 있다. 그런데도 교황청이 공식적으로 방북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북한은 천주교 사제가 하나도 없는 세계 최악의 종교 자유 및 인권 침해국인 데다 거듭되는 핵·미사일 도발로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대적인 제재를 받고 있다. 주민들의 눈과 귀를 닫는 폐쇄적 체제로 3대째 세습 통치를 이어가고 있는 북한 김정은도 교황의 방문을 껄끄러워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교황이기에 문 대통령의 방북 제안에 ‘초청장을 보내주면’이라는 단서를 내세운 의례적 답변을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3년여 전에도 ‘판박이’처럼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유럽 순방 중 교황을 만난 문 대통령이 방북을 제안했고, 교황은 “김 위원장이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다. 나는 갈 수 있다”고 답했다고 청와대가 브리핑을 했다. 그러나 교황청 국무원장은 “교황청은 방북 준비를 시작하지 않았으며 이런 종류의 방문에는 심각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얼마 후에는 “추진 중인 순방 계획이 많아 방북이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김정은도 교황청에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다. 청와대의 확대 해석을 전 세계에 퍼뜨린 것이 결과적으로 거짓 뉴스가 돼버린 셈이다. 이번 교황청 사례만이 아니다. 청와대가 북과 관련된 희망 사항을 담은 뉴스를 발표했다가 상대방에 의해 부인된 것이 한두 차례가 아니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교황이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했다”며 교황청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얘기를 단정적으로 전하기까지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반가운 소식”이라고 했다지만 속으로도 같은 생각이었을지는 미지수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공개하는 내용들이 실제 상황과 계속 엇나가면 우리 국격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1/11/01/AGGDTBP6VFFTRHYVLDM7VH4BQ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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