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책임진다했는데"..사망피해 인정 단 2건...왜 정부는 보상을 안 해줄까

 

이상반응 신고 34만건 중 사망 1천145건..지원 결정은 1%도 안 돼

피해 신청·보상 절차 복잡..수개월 걸린 당국 결론은 '인과성없음'

 

[※편집자주 = 코로나19와의 공존을 뜻하는 '위드 코로나'의 첫발은 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백신 접종 완료율이 70%를 넘겼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접종률은 이달 말까지 80%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런 통계 이면에는 백신 부작용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정부가 백신과 부작용의 인과관계를 소극적으로 인정해준다고 하소연합니다. 이에 연합뉴스는 백신 접종 후유증을 얻은 환자와 사망자 유가족 11명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피해 보상 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점을 모색하는 기사 6편을 제작, 3일부터 순차적으로 송고합니다. 목차는 ①피해보상 실태, ②∼④환자·유가족 이야기, ⑤질병관리청 Q&A, ⑥전문가 제언입니다.]

 

    "국가가 예방접종 부작용을 책임진다고 했는데, 입에 발린 말이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달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에는 참고인으로 출석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상반응 피해 신고자와 그 가족들의 절규가 이어졌다.

 

접종 미완료자 1천만명…"이상반응 두려운데 보상도 소극적"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심의결과 안내문 들어보이는 참고인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한 참고인이 코로나 백신을 접종받은 후 급성 심근염으로 입원해 있는 배우자와 관련한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심의결과 안내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1.10.7 [국회사진기자단] toadbo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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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백신을 접종한 후 가족이 사망했거나 중태에 빠졌다고 호소하면서 정부에 백신과 이상 반응 간의 인과성을 더 폭넓게 인정해 피해를 보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국민의 입장에서 필요한 부분을 잘 설명하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이 부족했다"며 "앞으로 어떤 이상 반응이 생길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인과성의 범위를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 후 취재팀이 만난 국정감사 참고인들을 포함한 피해자와 가족들은 "한 달쯤 지난 지금까지 바뀐 것이 전혀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모든 백신은 부작용이 일부 있다"면서 "아주 가벼운 통증으로 그치는 경우부터 시작해서 보다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에 우리 한국 정부가 전적으로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고 말했다. "부작용에 대해서 정부로부터 보호받지 않고 개인이 피해를 일방적으로 입게 되는 일이 있지 않을까 이런 염려는 전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는 백신 허가과정에서 발견되거나 우리보다 먼저 백신을 접종한 국가에서 확인된 이상반응을 근거로만 인과성 판정을 내리는 등 인과성 기준을 너무 좁게 해석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접종 미완료자 1천만명…"이상반응 두려운데 보상도 소극적"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이달 1일 0시 기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받은 누적 인원은 4천113만8천792명이다. 전체 인구의 80.1% 수준이며, 만 18세 이상 성인 기준으로 보면 92.2%에 이른다.

 

2차 접종까지 받은 국민은 총 3천868만1천202명이다. 전체 인구 대비 75.3%, 18세 이상 인구의 87.6%에 해당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후 확진자 및 사망자 현황 [제작 문혜원 인턴기자]

 

 

그렇다면 백신 접종 후 어떤 점이 바뀌었을까.

질병청에 따르면 1일 0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6만6천386명(해외유입 1만5천113명)이며, 이 중 사망자는 2천858명(치명률 0.78%)이다. 하루 신규 확진자는 1천686명(해외유입 20명)으로 나타났다.

 

1년 전이자 백신 접종을 하기 전인 2020년 11월 1일 0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총 2만6천635명(해외유입 3천778명), 사망자는 466명(치명률 1.75%)이었다. 신규 확진자는 124명(해외유입 23명)이었다.

 

백신 접종률과 확진자 현황을 따져봤을 때 백신이 코로나19 감염 자체를 예방한다기보다는 치명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백신 접종 자체를 아예 거부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기저질환이나 건강 문제로 백신을 맞지 못하는 인원을 제외하고, 이상반응과 후유증이 두렵다는 이유 등으로 백신을 맞지 않은 18세 이상 성인은 약 500만 명에 이른다.

 

 

정은경 청장은 지난달 22일 "코로나19 백신을 권장 횟수대로 접종하지 않은 미접종자가 1천만 명에 달한다"며 이들에 접종 동참을 재차 당부했다.

 

미접종자들이 백신 접종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이상 반응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한국리서치가 10월 둘째 주에 발표한 만 18살 이상 성인 1천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예방접종을 미루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응답 4%, 출국 등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예방접종을 받겠다는 응답 1%, 예방접종을 받지 않겠다는 응답 3%로, 총 8%가 예방접종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백신 접종을 망설이는 이유로(중복 응답) 70%가 '접종 이상 반응에 대한 우려'를 꼽았다.

 

코로나 예방접종에 대한 태도 [제작 문혜원 인턴기자]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질병청이 지난 6~7월 학부모 34만명과 학생 27만명을 조사한 결과 접종 의사를 밝힌 비율은 69.1%, '아마도 접종하지 않을 것' 또는 '절대 접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경우는 17.1%였다.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생각은 학부모의 57.6%, 학생의 50.9%가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반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학부모 26.8%, 학생 24.2%였다. 역시 가장 우려하는 것은 혹시 모를 '백신 부작용'이었다.

 

백신 접종 후 이상 증상이 나타난 이들에 대한 백신과 인과성 인정이 극히 적고 보상이 소극적으로 이뤄진다는 점도 백신 접종을 꺼리는 이유로 꼽힌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의심 신고는 총 33만8천261건이다. 백신 1·2차 접종 건수 대비 이상반응 의심 신고율은 0.45%였으며, 백신별로는 모더나 0.63%, 얀센 0.58%, 아스트라제네카 0.52%, 화이자 0.37%로 조사됐다.

 

사망 신고는 환자 상태가 이상반응 발현에서 사망으로 변경된 330건을 포함해 총 1천145건이다.

 

이들 중 지원이 결정된 건수는 피해보상금 2천287건, 의료비 지원 49건, 사망에 대한 인과성 인정 2명이다. 모두를 합쳐도 전체 의심신고 대비 1%도 안 된다.

 

 

이렇다 보니 국민들 사이에 백신 접종 이후 이상반응이 생겨도 피해보상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이 생긴다.

 

자발적 백신 미접종자 30대 남성 A씨는 "평소 건강했던 젊은 사람들도 백신 접종 후 갑자기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정부에서 인과성을 인정해주지 않는 모습을 보고 백신을 접종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백신 부작용 인과성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질병청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은 지난 10월 28일 백신 접종 이후 이상반응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코로나19 백신 안전성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에 대한 조사·분석 및 안전성을 검토하고, 국외 이상반응과 연구 현황 외에도 국내에서 이상반응 신고가 접수된 사례를 집중 검토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중증환자되면 당장 생계 곤란한데…보상금 받으려면 수개월

운이 좋아 피해 보상 대상자가 된다 해도 실제 보상금을 받기까지 수개월씩 걸린다는 점도 문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인한 피해 보상 항목은 진료비와 정액간병비, 장애일시보상금, 사망일시보상금, 장제비다.

 

코로나 백신 피해보상 항목별 구비 서류 [제작 문혜원 인턴기자]

 

진료비와 간병비를 지원받으려면 ▲진료비 및 간병비 신청서 ▲코로나19 예방접종받은 사람의 신분증이나 보상대상자와 신청인의 관계를 증명하는 주민등록등본·가족관계증명서 등 ▲의료기관이 발행한 진료확인서 ▲진료비영수증 ▲진료비 상세내역서 ▲본인부담금이 30만 원 이상인 경우 의무기록사본 ▲예방접종 전 3개월 이내의 의무기록사본을 구비해야 한다.

 

 

사망보상금 신청 시에는 ▲사망일시보상금 및 장제비 신청서 ▲사망진단서 ▲부검소견서 ▲보상금 신청인이 유족임을 증명하는 가족관계증명서 또는 주민등록등본 등을 준비해야 한다.

 

신청인은 서류를 보건소에 제출하고, 보건소는 서류에 이상이 없으면 지자체로 서류를 보낸다.

 

지자체 역학조사담당관은 예방접종 피해 관련 기초조사를 한 뒤 피해보상신청 서류에 기초조사 결과와 의견서를 첨부해 질병청에 제출한다.

 

질병청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은 지자체에서 받은 기초피해조사 결과를 검토하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를 통해 인과성과 보상 여부를 결정한 뒤 지자체에 통보한다.

 

지자체는 질병청에서 받은 결과를 신청인에게 보내고, 차후 보상 액수가 결정되면 질병청에서 신청인에게 지급한다.

 

이런 복잡한 절차 때문에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가 질병청에 접수되기까지도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질병청에서 심의하는 기간은 120일 이내로 규정돼 있다.

 

 

지난 6월 8일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 후 보름 만에 하반신이 마비된 이도현(66)씨는 "대학병원에서 떼어준 진단서에 '원인 미상'이라고 적혀 있어, 보건소에서 접수조차 해주지 않고 있다"며 "병원에서 백신과 연관이 예상된다는 진단서를 받는 것부터 무척 어렵다"고 말했다.

 

'백신과 인과성이 예상된다'고 적힌 서류를 구비하고 추가적인 근거 자료를 제출하더라도 결국 질병청에서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잖다.

 

고(故) 이슬희씨 부검감정서 [온라인 캡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7월 29일 화이자 1차 접종을 한 뒤 3일 뒤 심정지로 사망한 수영선수 고(故) 이슬희(30)씨를 부검한 후 "화이자 백신의 경우 부작용 일부로 심근염이 보고되고 있는바, 백신 접종과 변사자 사망과의 연관성을 고려해 볼 여지는 있을 것"이라고 소견을 밝혔는데, 질병청은 인과성이 없다고 판정했다. 이러한 결론이 나기까지도 석 달이 걸렸다.

 

중증환자가 되면 병원비가 하루에도 수십만 원씩 드는데, 만에 하나 부작용이 생기면 가족들에게 폐를 끼칠 것이 걱정돼 접종을 피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 3월 4일 아스트라제네카 1차 백신을 맞고 3일 뒤 이상반응이 나타나 골수이식까지 받은 김근하(29)씨도 질병청으로부터 '백신과 인과성 없음' 통보를 받았다. 대학병원에서 '백신과의 인과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질병청에 이유를 알려달라고 여러차례 요청했지만 '이의신청을 하라'는 답변만 받았다"며 "기저질환도 전혀 없었던 내가 한순간에 중증환자가 되고 보상도 받지 못하니 우리 가족은 두려워 아무도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선미 기자 문혜원 인턴기자 fortuna@yna.co.kr/mhw01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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