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현금부자들이 돈 싸들고 가는 곳?

 

서울 이달 119.9%로 치솟아

'15억 이상' 대출규제에도

 

   주택 매수 심리가 꺾이며 매매 시장 온도가 급변하고 있지만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에서는 활황세가 지속되고 있다. 10월 서울 아파트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역대 최고치를 뚫어냈다. 매매 시장에서 거래가 급격히 위축되며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는 것과 상반된 행보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에 따라 금융권에서 전방위 대출 조이기가 이뤄지면서 평균 응찰자 수는 줄어들었지만 '똘똘한 한 채'를 찾겠다는 수요에 입찰가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고가주택에 수십명씩 응찰

수도권 2~3억원대 아파트

감정가 150% 이상 낙찰 속출

 

 

29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19.9%로 월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권의 대출 규제가 본격화된 지난 8월과 9월에 각각 116.3%, 115.0%를 나타낸 데 이어 10월에 최고치를 다시 썼다. 올해 초부터 10월까지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누계)은 111.8%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3.2%보다 높았다. 역대 경매 시장 '불장'으로 평가됐던 2018년의 연간 낙찰가율 102.7%도 웃도는 수치다.

 

지난 18일 서울 동부지법에서 열린 아파트 경매에서는 한 물건에 응찰자 28명이 몰렸다. 서울 송파구 오금동 현대아파트 전용면적 170.32㎡(5층)는 감정가가 14억5000만원으로 책정됐지만 23억1020만원을 써낸 응찰자에게 물건이 돌아갔다. 매매 시장에서 이 단지 동일 전용면적 물건의 현재 호가는 26억원이다. 낙찰자가 매매 시장 호가 대비 2억~3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물건을 취득한 셈이다.

 

지난 12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개포 현대 2단지(132㎡) 경매는 감정가가 25억5000만원으로 책정됐다. 3명이 응찰해 최고가(30억5100만원)를 써낸 사람이 낙찰받았다. 이 단지는 현재 매매 시장에서 매도 의사가 있는 같은 전용 물건이 없다. 올해 2월 27억원에 팔린 게 마지막이다. 응찰자 3명이 나선 서울 양천구 목동 부영그린타운3차도 감정가(14억3000만원) 대비 120% 높은 가격(17억2021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15억원 이상 아파트에는 주택담보대출이 한 푼도 나오지 않는다. 대출 없이 수십억 원을 조달할 수 있는 '현금 부자'들이 고가 아파트 경매 시장에 몰려들었다는 얘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 강남권의 초고가 아파트들이 경매 시장에서 잇달아 유찰된 것과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문턱이 낮은 수도권 주요 아파트 단지들도 경매 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경기 평택시 LG덕동아파트(32명)와 안성시 대우아파트(27명), 송정그린빌(27명)에는 응찰자가 수십 명 몰렸다. 감정가는 1억2000만~2억1300만원 선이다. 세 물건 모두 법원 경매에서 감정가 대비 150% 넘는 가격에 최종 낙찰이 이뤄졌다.

 

 

또 경매 시장은 부동산 규제로부터 자유롭다. 낙찰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경매 물건을 낙찰받더라도 별도로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물건의 감정가가 경매 일시보다 통상 3~6개월 전에 결정돼 시세 상승 국면에서는 더 각광받는다. 규제 지역에서는 모든 주택 거래 시 자금조달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지만 경매 시장 낙찰자는 해당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 시장에 참여하는 응찰자들은 매매 시장의 호가와 실거래가를 참고해 최저 수준으로 낙찰가를 써 낸다"며 "높은 낙찰가율로 경매가 이뤄지는 것은 매매 시장의 호가와 실거래 가격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지표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이 역대 최고치에 이르렀지만 평균 응찰자 수는 감소해 대조를 보였다. 이달 서울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 수는 5.05명으로, 7월 3.5명 이후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경매 시장 전문가들은 입찰자 수 감소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낙찰가율은 개별 물건의 감정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응찰자 수 감소는 집값이 조정받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지표라는 것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누적된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도 있고, 부동산 규제와 시장 유동성 축소 정책이 맞물리다 보니 경매 시장에서도 이제는 오를 만큼 오르지 않았느냐는 관망세가 짙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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