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엄마가 준 2억원...쓴 기억도 없는데 증여세가 무려...
4,400만원
가족 간 대출이자 4.6%
50대 회사원 김모씨는 요즘 상속 재산 문제로 머리가 아프다. 그는 모친이 돌아가신 뒤 서울 인근의 다세대주택 한 채를 물려받았다. 문제는 수년간 노모를 대신해 전세보증금을 관리하다 보니 어머니와 돈거래가 복잡하게 얽히면서다.
김씨는 본인과 어머니의 지난 10년간 금융거래 내역을 뽑아서 일일이 맞춰보고 있다. 그가 보증금만 관리했을 뿐 현금을 증여받은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퍼즐은 맞췄지만 아무리 따져봐도 2억원의 행방이 묘연하다. 모친이 10년 전 이체한 내역은 있는데 그가 다시 갚거나 쓴 내역을 찾을 수 없었다.
김 씨는 “주택 보수를 하면서 공사비로 쓴 것 같은데 오래돼서 기억이 나질 않는다"며 “세무사가 증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신고불성실가산세가 더해져 4400만원가량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데 큰일”이라고 토로했다
가까운 가족이라도 금전 거래를 할 때는 ‘명확한 꼬리표’를 남겨둬야 예상치 못한 세금을 피할 수 있다. 세법은 가족이나 친족 등에게 재산이 무상으로 이전되면 상속이나 증여로 보고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에게 갚는 조건으로 돈을 빌렸더라도 증여가 아니라는 객관적 증빙 자료가 없다면 증여로 추정한다.
다만 가족 간에는 10년 단위로 증여세를 일정 부분 면제해준다. 부부 간 증여는 6억원, 성인 자녀는 5000만원(미성년자는 2000만원)까지 증여세 납부대상에서 제외한다. 형제나 친족은 1000만원까지 증여세가 없다.
가족 간 대출이자는 4.6%
가족끼리 돈을 빌려주고 빌릴 때 남겨야 할 꼬리표는 ‘이자’다. 세법에서 정하는 이자율은 연 4.6%다. 지난달 신용대출 평균 금리(연 4.15%)보다 높지만 금리를 낮춰 지급하면 덜 낸 이자가 증여액에 포함된다. 덜 낸 이자가 연간 1000만원을 넘지 않는다면 증여세를 매기진 않는다.
부모의 주택 등을 담보로 해 대출을 받는 경우에도 이자가 중요하다. 가족 간 무상으로 담보를 제공하는 경우에도 세법에서 정한 이자(연 4.6%)액과 실제 대출자가 부담한 이자의 차액에 증여세를 과세(대출금액*(연 4.6%-실제 대출이자율))한다. 이때도 차액이 1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증여로 보지 않는다.
”차용증 약속한 대로 지켜야“
세무사들은 돈거래를 할 때 금전소비대차계약서, 이른바 차용증을 남기는 방법을 추천한다. 원종훈 국민은행 WM투자자문부장은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자금 출저를 남길 수 있도록 가족 간에 차용증을 작성해두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자를 지급할 때도 현금보다 계좌 이체로 기록을 남겨둬야 과세를 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경섭 온세그룹 세무사는 “차용증에는 빌린 금액과 만기는 물론, 이자율과 이자 지급일까지 정확하게 표시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차용증대로 실제로 원금을 갚고 이자를 지급해야만 객관적 자료로 쓰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무사들은 가족에게 돈 빌릴 때도 이자를 지급하고, 차용증을 쓰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중앙포토.
자녀 용돈 모아서 투자하면 증여
또 세뱃돈 등 자녀의 용돈을 관리할 때도 증여세 과세대상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만일 자녀가 할아버지나 친척에게 받은 용돈을 부모가 모아서 투자했다면 증여로 추정할 수 있어서다. 용돈뿐 아니라 부모가 자녀에게 준 생활비, 학비 등을 본래 목적과 달리 주식 투자나 부동산 구입 등에 사용하면 증여로 간주하고 증여세(미성년자 2000만원까지 증여 공제)를 부과할 수 있다.
원 세무사는 “과세를 피하려면 자녀의 세뱃돈이나 용돈 등은 바로바로 자녀 계좌로 입금해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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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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