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연 선진국 맞나? [추천시글]

카테고리 없음|2021. 7. 30. 08:11

 

한국 과연 선진국 맞나?

2021.07.30

 

한국이 이달 들어 선진국(developed country)으로 격상되었습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운크타드)는 지난 2일 한국을 개발도상국(developing country)에서 선진국으로 지위 변경하는 안건을 195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의결했습니다. 운크타드 설립 후 개도국에서 선진국이 된 나라는 한국이 57년 만에 처음입니다.

이번 결정은 한국이 자진해 지위 변경을 신청한 결과물로,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 그룹은 32개국이 됐습니다.

 

선진국이란 ‘다른 나라보다 문물의 발전이 앞선 나라’(국어사전), 또는 ‘고도의 산업·경제발전을 이룬 국가로 문화 수준이나 삶의 질이 높은 국가’(위키백과)를 일컫습니다.

 

 

한국은 세계 10위권 무역·경제 대국, 다섯 손가락 안팎의 전자·자동차·조선 강국, 가요·스포츠·영화 등 K-컬처를 토대로 2019년 세계무역기구(WHO)에서 공식적으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나라의 영광’이랄 수 있는 선진국 지정이 왜 뜬금없고 찜찜하게 느껴질까요? 아마도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의 자화자찬이 어처구니가 없어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한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선진국 취급을 받아왔지만 역대 정부는 개도국 지위를 고수하려고 안간힘을 써 왔습니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고 선진국 대열에 들면 개도국들에 대한 지원과 국제기구 부담금이 늘어날 뿐, 100여 가지 개도국 혜택이 없어집니다.

 

우리는 선진국에 대한 아련한 동경과 추억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6·25 참화로 남북이 초토화되어 개구리를 잡아먹고 흙도 파먹던 보릿고개, “똥도 미제가 좋다”며 C레이션에 침 흘리고 강냉이 빵과 꿀꿀이죽에 코를 처박았던 가난. 그 와중에 세비로(Savile Row) 양복, 바바리(Burberry) 코트, 제니스(Zenith) 시계, 파카(Parker)·몽블랑(Mont Blanc) 만년필, 라이방(Ray Ban) 안경, 샤넬(Chanel) 향수, 카멜(Camel) 담배는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그 처참한 가난과 굶주림을 극복하고 강소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쾌거를 대통령과 정부는 소 닭 보듯 하고 있는 것도 미심쩍습니다. 옛날 같으면 관공서나 대기업 건물에 주렁주렁 현수막을 걸고, 요란한 이벤트도 벌였을 텐데. 주요 언론매체들도 꿀 먹은 벙어리이고.

주택정책 실패로 죽비를 얻어맞은 뒤의 대오각성(大悟覺醒)인지, 아니면 남이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얹기만 했다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인지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태극기 집회 참가자는 ‘살인자’로 몰아붙이면서 민노총 집회는 방기한 K-방역 ▶북한에 원자력 발전소 지어 줄 여력은 있어도 한여름 초입부터 예비 전력률이 떨어져 조마조마해야 하는 탈 원전의 민낯 ▶“우리는 죄인이 아니다”며 촛불시위 하겠다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는데도 “고용회복”만 외친 자화자찬 ▶매매·전세·월세가 미친 듯 오른 서울 집값에도 속수무책인 부동산정책들에 면목이 없어서일까요?

 

문제는 모든 국정홍보의 초점을 대통령에 맞추려는 후진적 사고에 있습니다. 5,000만 원을 들여 급조한 서민 아파트를 방문한 대통령이 “4인 가족도 살 만하다”며 너스레를 떨거나, 평창올림픽 직전 서울 효자동 주변 500m 이내 이동통신을 차단하고 경호 인력 500 명을 동원한 채 고작 도시락 7개를 나른 배달 쇼는 선진국이 아닌 후진 독재국에서나 있을 일입니다.

소쿠리 비행기를 탄다고 존경심이나 존엄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슴은 뿔 때문에 죽는다고 합니다. 공정·정의롭지 않게 얻은 웅담·녹용은 고드름에 초장 친 맛 밖에 나지 않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김홍묵

경북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종사.  ㈜청구상무,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화진 전무 역임.

 

2006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