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재무 유동성 양호하지만...당분간 보수적인 입장 견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국내 10대 건설사의 쌓아둔 실탄, 즉 현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이 전반적으로 늘어 총 15조229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0대 건설사의 재무 유동성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은 평균 153%으로, 재무 상태는 안정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건설업계 안팎에선 최근 주택사업 호조와 경기 개선 기대감이 맞물려 건설사들이 새로운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있는 한편, 코로나19 대유행의 장기화로 당분간은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할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 10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준공한 투르크멘바시 정유공장. 현대엔지니어링은 2000년대 말부터 중앙아시아 등 신흥 시장에 영업력을 집중하는 전략으로 해외 건설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10대 건설사의 1분기 사업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올해 1분기 10대 건설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총액은 15조2299억여원으로, 2019년 12월 말(13조4338억여원) 대비 13.3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대 건설사는▲삼성물산 ▲GS건설 ▲현대건설 ▲DL이앤씨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SK에코플랜트다.

 

현금성 자산이란 단기간에 현금으로 전환하기 쉬운 자산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현금성 자산이 늘어나면 그만큼 유동성이 개선되고 재무안정성이 커졌다는 의미로 풀이되나, 이는 반대로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19년 12월 말보다 현금성 자산이 증가한 곳은 GS건설,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SK에코플랜트 등 6곳이다. 10곳 중 3조원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곳은 현대건설(약 3조2억1700만원)이 유일했다. 이어 DL이앤씨(약 2조4717억5951만원, 삼성물산(약 2조4717억5951만원), GS건설(약 2조4626억1903만원) 등 3곳이 현금성자산 규모가 2조원대였다.

 

 

이 밖에 롯데건설((약1조2202억9283만원), 현대엔지니어링(약 8795억3801만원), SK에코플랜트(약 7168억3128만원), 대우건설(약 6992억6235만원), HDC현대산업개발(약 6987억3378만원), 포스코건설 (약 6089억5191만원) 순이었다.

 

대형 건설사들이 1년여 사이 쌓아둔 실탄이 더 많아진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건설 경기 악화 우려감에 건설사들이 선제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기도 했고, 국내 부동산 시장 호황에 힘입어 건설업종 전반의 이익이 증가한 영향도 있다.

 

이와 함께 해외사업 현장의 공정에 차질이 생긴 탓도 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이 부동산시장 호황 덕에 분양 장사를 잘하면서 현금성 자산이 늘어난 측면도 있고, 한편에는 해외 현장이 일을 하지 못한 영향도 있다”고 했다.

 

해외 현장은 공정 진행에 따라 매출과 비용이 발생한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해외 현장 공사가 멈춰서고 지연되면서 해외현장에 써야할 ‘실탄’을 쓰지 못하고 쟁여두는 상황이 됐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해외사업이 많은 건설사는 공사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 바람에 매출과 함께 현장에 투입해야 하는 비용도 줄면서 현금 유동성은 좋아진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했다.

 

올해 1분기 기준 10개사의 평균 유동비율은 153.1%로 집계됐다. 유동비율은 회사가 1년 안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유동자산’을 1년 안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로 나눈 값이다. 유동비율이 100%를 넘어갈수록 재무유동성이 좋고, 100%보다 낮으면 1년 안에 갚아야 할 부채가 조달 가능한 자금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2019년 12월 말 기준 10대 건설사의 평균 유동비율은 113.9%였던 것을 감안하면, 1년여 만에 유동비율은 39.2%포인트(p) 높아진 셈이다. 10대건설사에 속하는 DL이앤씨(옛 대림산업)의 경우 이 회사의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올해 새롭게 출범해, 2019년 12월 말 기준 DL의 유동비율을 감안했다.

 

유동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현대엔지니어링(218.7%)이었다. 이 회사의 2019년 12월 말 유동비율은 195.8%이었고 이후 2020년 12월 말 222.6%까지 늘었다. 현대건설(196.5%), HDC현대산업개발(188.7%), 포스코건설(159.6%), 롯데건설(151.8%)도 유동비율 150%를 웃돌았다. 이어 DL이앤씨(143.2%), 대우건설(128.6%), GS건설(123.6%), 삼성물산(123%), SK에코플랜트(100.3%·옛 SK건설) 순이다. 10대 건설사 중 올해 1분기 유동비율이 2019년 12월보다 낮아진 곳은 GS건설(126.3%→123.6%) 롯데건설(211.4%→151.8%) 등 2곳에 그친다.

 

건설업계와 증권가에서는 분양 시장 흐름이 양호해 건설사들의 향후 1~2년 간 활용 가능한 유동자산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 하에 다양한 사업영역으로 투자를 늘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온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건설사들이 돈이 너무 많이 갖고 있다”면서 “이 돈을 안 쓰고 들고 있기보다는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해 투자 자금으로 당연히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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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업계 내부에서는 여전히 코로나 팬데믹 변수 등 불확실성이 있어 투자를 크게 늘리기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집계 기준 국내 건설사들의 누적 해외수주 규모는 148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 줄었다.

 

 

10대 건설사에 속하는 A건설사 관계자는 “현금성 자산이 많이 늘긴 했으나 공정 지연에 따른 묶여있는 돈이 많은 것이기 때문에 투자 확대로 전환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면서 “해외 사업장이 많은 건설사들은 보수적인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해외 현장에 코로나 방역 시스템이 체계화하고 백신이 보급되면서 해외 사업장 공정도 회복하고 있다”면서 “해외 매출이 다시 늘어나면 공정에 따라 현금성 자산 흐름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상반기 해외 수주 실적이 작년보다는 다소 부진했고, 최근 유가 상승 흐름과 지연된 발주 정상화 등을 고려할 때 하반기에는 발주가 늘어날 것”이라면서 “다만 대형 건설사 간의 수주 실적 차별화도 심화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건설사들이 과거 해외 부문 손실과 코로나19에 따른 해외 수주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해외 수주에 대해서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면서 “국내 주택사업·해외 플랜트 수주 외에 사업 다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지윤 기자 현대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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