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효과’를 기대한다 [추천시글]
'윤희숙 효과’를 기대한다
2021.07.14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2022년 3월 9일 실시됩니다. 이제 8개월도 남지 않았습니다. 여당은 정권 재창출, 야당은 정권 탈환을 목표로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12일에는 중앙선관위 예비후보 등록도 시작됐습니다. 실제로는 몇 명이 등록할지 모르지만, 이미 대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앞으로 선언할 것으로 거명되는 인사들이 여야를 망라해 30명도 넘는 것 같습니다.
이들 중 정말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사람이 몇 명인지, 정치판에서 몸값을 올리려는 사람이 누구누구인지 대충 알겠지만 대통령감이 참 많기도 합니다. 여든 야든 아니면 비정당원이든 ‘문재인처럼 할 거면 난들 대통령을 못하랴’ 하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 정도라면 나도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선판은 처음부터 바람직스럽지 않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도 지사에 대해 벌어지는 시비와 논란이 가관입니다. ‘쥴리’가 누구냐는 논란, 바지를 벗네 마네 하는 시비는 금세 마무리될 것 같지 않습니다.
대통령 선거라면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어떤 나라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할지 따위가 이슈여야 마땅합니다.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은 어떤 리더십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미래와 시대정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하야로 치러진 4년 전 대선에서는 정책 대결이 거의 없었습니다. 당시는 특수한 상황이었다고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이라면 나라의 발전을 기약할 수 없습니다. 특히 야당이 이 정부의 실정(失政) 공격에만 집중하고, 집권할 경우 문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적폐청산’에만 매달리면 발전은커녕 오히려 퇴보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서초 갑)을 주목하게 됩니다. 지난 2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 의원이 다른 정치인들과 다른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는 점입니다. 1987년 6·29 민주화 선언 이후 34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법치와 민주주의만 이야기하는 게 답답해서 출마를 결심했다는데, 그 이후 대중적 인지도와 정치적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재명 경지도 지사의 설익고 무모한 정책을 비판해 입을 다물게 만드는 실력이 인상적입니다.
“대선은 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가를 놓고 5년마다 서로 다투는 일종의 잔치이자 생각의 싸움이고, 다음 5년의 자산이 돼야 한다.”는 윤 의원의 말(중앙일보 인터뷰)에 동의합니다. 개인이든 나라든 어떤 조직이든 과거의 유산이나 전통에서 동떨어진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일과 생각을 더하고 얹어서 과거를 개선하는 좋은 방향을 잡아 나선형으로 발전해가야 합니다. 대선도 생각의 싸움이 쌓이고 익어 서로 어울려 발전하면서 고급화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품격의 정치를 해야 하고, 고급화 전문화한 행정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리더가 분명한 비전과 철학의 바탕 위에 전문적인 식견과 전략을 갖춰야 합니다. 본인이 전문적 식견과 전략을 갖추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전문가를 기용해 일을 맡길 줄 알아야 합니다. 사람 보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사실은 리더가 꼭 전문가이거나 모든 걸 다 알아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윤 의원은 노동·소득·복지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지난해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국회 연설 이후 여러 현안에 대해 분명한 논리와 구체적 팩트에 바탕을 둔 발언으로 지명도를 높여왔습니다. 같은 경제 전문가라도 유식을 자랑하며 교과서적이고 범범한 담론을 펼치는 관료나 교수들과 달리 국민생활과 밀접한 문제에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게 인상적입니다.
100% 단언할 수 없지만, 윤 의원이 이번에 대통령이 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대선에 출마하면서 일으키는 파장은 우리나라 발전과 정치 개선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도 이제 듣기 좋은 말에 치중하는 문재인식 이미지정치, 감성팔이 정치에서 벗어나 수준 높은 정치, 품격을 갖춘 정치를 만나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적으로 큰 나라입니다. 세계라는 광범한 틀 속에서 좌표를 잡고, 전문적이고 치밀·정교한 국가경영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합니다. 나라를 그런 방향으로 일신하도록 더 많은 윤희숙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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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임철순(任喆淳)
한국일보 편집국장 주필, 이투데이 이사 겸 주필 역임. 현재 미디어SR 주필,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한국기자상 삼성언론상 등 수상. 저서 ‘한국의 맹자 언론가 이율곡’, ‘손들지 않는 기자들’, ‘노래도 늙는구나’, ‘내가 지키는 글쓰기 원칙’(공저) 등.
2006 자유칼럼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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