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는 딱 수수료만큼만 [추천시글]

 

수수료는 딱 수수료만큼만

2021.07.02

 

한달 전 쯤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친한 후배들과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대화의 주제가 카카오 택시의 과도한 수수료에 대한 성토로 이어졌습니다. “아버님이 아직도 개인택시를 운전하시는데 얘네들(카카오)이 처음엔 입안의 혀처럼 굴며 돈도 받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고 하길래, 써봤더니 괜찮더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얘네들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게 되니까 수수료를 슬금슬금 올리기 시작하는데 그 금액이 무시할 수 없는 지경으로 올라가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일하시는데, 과거처럼 수입이 안 오르신다는 거예요. 그래서 요즘은 적게 다니시고 적게 버시는데 속상하신 것 같아요.”

 

필자는, “걔들(카카오를 비롯한 IT기반 서비스 업체들) 방식이 원래 그래. 돈 놓고 돈 먹기지. 돈이 되겠다 싶은 아이템이 보이면 일단 투자를 해서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놓는 데 성공하면 그 자체로 과점 또는 독점적 지위를 얻게 되는데 그때부터는 돈 방석에 앉게 되는 거야.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시작된 IT 기업들의 성공 공식이 대부분 그랬어. 참으로 재미있는 것은 내가 보기엔 이들 기업들이 그냥 돈을 쫓는 기업일 뿐이고, 그중 일부는 거만하고 추악하기까지 한 면이 있는데 사람들은 ‘혁신’이라는 말에 마비가 돼서 IT기업의 좋은 면만을 확대해서 보는 경향이 있다는 거야. 사람들은 걔들이 웬만큼 나쁜 짓을 해도 쉽게 용서해 주는 것 같아. 애플이 하는 짓을 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했더니 배터리 빨리 닮게 해서 새 휴대폰을 사도록 유도하잖아, 이런 게 걔들의 사업 방식이야.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아이폰에 열광하고 있지." 이렇게 얘기하자. 함께 있던 또 다른 후배가, "그러네요 애플 입장에선 “우리가 나쁜 짓을 해도 너희들이 우리 제품을 사줘? 그래 너희들은 욕하면서도 우리 제품을 쓸 수 밖에 없어. 아이폰은 마약이야. 끊을 수가 없지 흐흐.”이러고 있을 것 같네요."라고 말을 거듭니다.

 

며칠 전에 개인택시 운전자들이 카카오의 수수료를 제재해 달라면서 세종시에 있는 국토교통부를 찾았다고 합니다. 플랫폼 업체들의 과도한 수수료 인상을 제재할 규정을 만들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하기 위해서인데, 현행법은 플랫폼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하면서도 수수료 인상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제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손님과 기사 모두에게 무료였던 카카오 호출 서비스가 전 국민 절반 이상을 가입자로 확보하는 등 과점에 성공하자 유료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문제는 욕심이 지나치고 방법 또한 악랄하다는 것입니다. 수수료를 더 많이 내는 서비스에 가입한 택시 기사에게 장거리 손님을 더 많이 배정해 주는 등의 편법을 쓰고 있어서 택시 기사들에게 더 비싼 서비스로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택시 기사들은 주장합니다.

 

배달 앱도 그랬고, 이번 카카오 택시 서비스도 그랬듯이 기업이 자본을 퍼부어 서비스 앱을 깔게 만들어 가입자를 확보한 후, 시장에서 과점 또는 독점 체계를 구축하면 갑자기 돌변해서 폭리를 취하는 ‘혁신의 탈을 쓴 IT 기업들의 탐욕스러운 사업 패턴’이 반복하고 있습니다. 알면서 계속 반복하게 놔두는 것은 행정기관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일을 하지 않는 원인이 나태함이나 눈치 보기 또는 로비 때문이든지간에 이는 ‘특권과 반칙에 기반한 강자의 욕망’을 절제시키지 않거나 못 한다는 뜻이고 결과적으로는 대다수 서민의 안녕과 이익은 외면한다는 뜻이 됩니다.

 

오늘도 휴대폰에 공짜의 유혹이 손짓합니다. ‘첫 주문이면 배달료 1만원 할인으로 치킨이 단돈 6,000원’이라며 자꾸 유혹합니다. 이미 어떤 앱은 필자도 깔아서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 몇 달 동안 지불한 배달료만 벌써 어마어마합니다. 배달앱은 플랫폼만 만들어 이용자를 확보한 후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서 수수료를 받습니다. 상생을 위해서 적당히 이익을 챙기면 참 좋겠는데 배달앱 업체는 치킨 한 마리도 튀기지도 않으면서 치킨 한 마리당 수천 원씩 이익을 챙깁니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습니다. ‘물 들어 올 때 노 젓는다’고 ‘해 먹을 수 있을 때 끝장을 보는 식으로 왕창 해 먹겠다’는 심보 같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서로서로 알아서 적당히 해 드시면 참 좋을 텐데,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처럼 서로서로 더 해쳐드시려다 보니 결국은 힘있는 사람만 더 해쳐드시게 되면서 사회에 불만이 쌓이고 불안해 지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거 잘 정리하라고 4년, 5년마다 투표하는데 아직까지 별로 신통한 효험을 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카카오 수수료를 제재해 달라는 택시 기사들의 요구에 “규정에 없어서….”, “금액까지 세세하게 간섭하는 것은 시장경제에 반하는 거라서….” 등등의 얘기와 “우리는 법에 따라 일을 하는 곳이라 입법부에 요청을 하심이…”라고 말하며 시간을 질질 끌 것이 벌써 눈에 선합니다만 그 가운데에도 일 잘하는 분이 초인처럼 나타나 홍해를 가르듯 쾌도난마하며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 후배의 아버님께서 웃으며 택시를 몰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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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박상도

SBS 선임 아나운서. 보성고ㆍ 연세대 사회학과 졸. 미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BECA 석사

현재 SBS아나운서

2006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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