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병원에서 보는 세상 [추천시글]

카테고리 없음|2021. 6. 30. 14:24

 

재활병원에서 보는 세상

2021.06.30

 

중학교 때의 성경 시간에 시청각 교재에서 이런 말을 들은 기억이 납니다. “병원에 병자가 많다 하여 세상이 병자투성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병이 나아가는가의 여부입니다.” 이 말은 교회 안에서 발생하는 사람 사이의 문제를 보고 어떻게 생각할 것이냐에 관한 것입니다. 요즘 이 말이 기억나는 것은 다른 이유에서입니다. 병원에 있는 많은 수의 환자를 보고 뜻밖이라고 여기며 ‘병자가 많다’는 어구가 생각난 것입니다.

 

입원한 병원은 파주시에 인접한 고양시의 재활병원입니다. 병동이 네 개 층인데, 한 층에 환자가 백여 명씩 있습니다. 주로 고양시나 파주시 지역 환자들입니다. 병원이 이곳에만 있는 것도 아니니 재활이 필요한 이가 많기도 하다고 여겨져 놀랍습니다.

 

 

병원 로비 층에는 수백 평의 치료실이 있고 각 층에도 소규모의 치료실이 있습니다. 치료는 시간표에 따르는데 30분이 한 단위입니다. 나의 경우 하루에 7단위의 치료를 받습니다. 자전거 타기를 제외한 시간은 때마다 치료사 1인이 전담하여 나 한 사람을 치료합니다. 그러니까 나는 6인의 치료사에게서 매일 집중적인 치료를 받습니다.

 

환자는 나이 많은 남자가 많은 편이지만, 여성도 많으며 드물지만 청년도 있습니다. 이들은 대체로 나처럼 뇌졸중이나 유사한 증상으로 마비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사고 등으로 마비를 당한 사람도 있습니다.

 

내가 있는 2층은 통합 병동이라 하여 간호사와는 별도로 병실 3개당(환자 12인) 2인의 요양 보호사가 돌보아 줍니다. 다른 층에는 환자 1인당 1명의 간병인이 있습니다. 전문 간병인만 있는 게 아니라 가족이 돌보는 이도 많습니다. 아내, 남편, 어머니, 아들, 딸 등 다양한 가족 간병인이 있습니다. 재활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코로나로 병원 외부 출입이 안 되는 점을 고려하면 가족 간병인들의 정성은 대단합니다.

 

하루 중 정규 재활 프로그램이 끝난 저녁 시간에는 치료실에 가서 혼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합니다. 로비 층의 치료실은 7시 반까지 개방되고 층별 치료실은 문이 따로 없이 9시까지 등이 켜집니다. 이 층별 치료실은 저녁이 되면 휴게실을 겸합니다. 남들과의 대화는 피해 왔습니다. 재활에 집중하기 위해 그럽니다. 자주 보는 이들에게도 눈인사만 합니다.

 

재활 프로그램 중 자전거를 제외한 6개 프로그램은 3개의 운동 치료, 3개의 작업 치료로 구성되는데, 운동 치료는 다리의 걸음을 위한 것이고 작업 치료는 손과 어깨의 재활을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작업 치료 중 1개 프로그램은 일상생활 작업 치료로서 그 내용의 선택을 내게 맡겼기에 걸음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택했습니다. 내게 해당 없지만 사람들의 증상에 따라 언어치료를 비롯한 다른 치료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물리치료사는 시간 내내 환자들과 같이 움직입니다. 어떤 때는 치료사가 환자들보다 더 땀을 흘리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그뿐 아니라 환자들에게 항상 긍정적인 언어, 희망적인 언어를 사용합니다.

 

낮 시간 중 비는 시간과 저녁 먹은 후 시간에는 앞서 말한 대로 혼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합니다. 나의 경우 책이나 음원은 일절 지니지 않고 있습니다. 재활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서입니다. 잠자고 밥 먹는 시간 외에는 재활에 집중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도 한 병실에 같이 있는 환자와는 대화하는 이가 있습니다. 그는 편마비와 함께 말하기 능력도 마비되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식도 능력도 마비의 영향을 받아 음식을 삼킬 수 없어 관으로 음식을 섭취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최선을 다해 재활 노력을 합니다.

 

 

재활 시간이 되면 그는 보호사가 말하기 전에 휠체어를 타고 준비합니다. 몸이 나보다 불편한 그는 침상에서 일어나기 위해 상당히 힘을 써야 하고 몸을 굽힐 수 없어 신도 직접 집을 수 없습니다. 자신이 만든 집게를 이용해서 신 한 짝씩을 허리 높이로 집어 올려 신고, 침상 옆에 세워 둔 휠체어에 느린 동작으로 올라탑니다. 혼자서 한쪽 팔과 다리로 휠체어를 운전하기도 합니다. 몸이 불편한 환자는 아침마다 보호사가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 주지만 그는 직접 세수하고 머리까지 감습니다. 개인 물품은 보호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 모두 자신이 관리합니다.

 

그는 웬만한 의사 표시는 손으로 하고 부족하면 필담으로 보충합니다. 손과 필담으로 농담까지 할 정도로 긍정의 삶을 삽니다. 지난달부터 점심 한 끼는 죽으로 먹게 되니 그 일로 한층 치료에 대한 기대를 높였습니다. 어느 날엔 양치질을 하고 나더니 자신의 목소리에 (그전엔 공기 통하는 소리만 났는데) 음성의 요소가 약간 섞이기 시작했다고 기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어떻게든 보호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신의 능력으로 일상생활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증세는 나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증이지만 재활 활동에 최선을 다합니다. 그의 모습을 보며 나의 재활 의지도 더 높아지는 듯합니다. 그도 나의 재활에 대한 몰입을 보며 나름대로 긍정적 마인드를 강화하는 것 같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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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홍승철

고려대 경영학과 졸. 엘지화학에서 경영기획 및 혁신, 적자사업 회생활동 등을 함. 1인기업 다온컨설팅을 창립, 회사원들 대상 강의와 중소기업 컨설팅을 하고 있음.

2006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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