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면 죽는 줄만 알았던 에이즈...이젠 만성질환으로..."약 한 알씩만 먹으면 괜찮아요!"

 

후천성면역결핍증

 

첫 환자 공식 보고 올해로 40년

한국 에이즈 첫 환자 1985년 보고

초창기 환자 80%이상 목숨 잃어

 

세계보건기구(WHO), 2019년 12월까지 

전 세계 감염자는 7600만명, 사망자 3300만명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걸렸다고 죽는다는 걱정은 사라졌습니다. 잠들기 전에 약만 1알씩 먹으면 됩니다.”

 

에이즈를 앓고 있는 한 환자가 밝힌 투병기다. 환자는 2010년 감염을 확인하고 11년째 에이즈와 싸우고 있다. 에이즈는 지금도 일단 걸리면 죽는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 환자는 "그간 여러 종류의 에이즈 치료제가 개발된 덕분에 일상 생활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아직 바이러스 질병 완치제 없어

백신 개발은 인류의 염원

 

'20세기 흑사병'으로 불리는 에이즈가 첫 환자가 공식 보고된지 올해로 40년을 맞았다.  에이즈는 퀸의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를 비롯해 숱한 유명인과 일반인의 생명을 앗아가면서 한때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과학계와 의료계, 따가운 시선에 맞선 환자들의 오랜 노력으로 이 죽음의 질병은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기원은 여전히 미스터리

에이즈는 1981년 6월 5일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주간보고에서 처음 등장했다. 폐렴 증상을 보인 남성 5명이 면역세포에 손상을 입은 특이 사례가 발견됐으며 이 중 2명은 이미 숨졌다는 내용이다. 미 CDC는 그뒤 남성 동성애자 사이에 비슷한 사례가 더 있는 것을 확인했다.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에서 곧이어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보고됐다.

 

1980년대 에이즈는 사형선고와도 같은 병이었다. 초창기 환자의 80%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에이즈를 유발하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이즈바이러스)는 성관계, 수혈로 몸속에 들어와 면역세포를 파괴시키는 바이러스다. HIV에 감염되더라도 증세를 느끼지 못하고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가다 감염 등 합병증과 함께 갑자기 발병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첫 환자 보고 이후 마지막 공식통계가 나온 2019년 12월까지 전 세계 감염자는 7600만명, 사망자는 3300만명에 이른다.  

 

 

한국에서 에이즈 첫 환자는 1985년 보고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후 2019년까지 1만 3857명이 HIV에 감염된 것으로 집계된다. 2013년 이후에는 해마다 1000명 안팎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 주요 감염경로를 보면 성 접촉 감염이 가장 많은 95% 이상을 차지했다. 한때 문제가 되던 혈액제제에 의한 감염은1995년 이후, 수혈을 받다 감염되는 경우는 2006년 이후 보고된 사례가 없다. 

 

과학계는 치명적인 질병의 등장에 처음에는 허둥거렸다. 이 정체불명 질병의 원인 바이러스를 발견하는데만 2년이 걸렸다. 1983년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팀이 HIV가 에이즈를 유발한다는 최초로 보고했다. 1984년에는 미국립보건원(NIH)이 같은 내용의 연구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연달아 발표했다. 하지만 HIV의 기원은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원숭이에서 발견되는 원숭이면역결핍바이러스(SIV)에서 1930년대에 분리됐을 것이란 추정 정도가 현재까지 결과다. 

 

47개 치료제가 환자 생명 연장

첫 에이즈 치료제는 한국에서 첫 환자가 보고된 뒤 2년 후인 1987년 공개됐다. HIV 증식을 억제해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가 있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인 ‘지도부딘’이다.

 

 

HIV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와 같은 리보핵산(RNA) 바이러스의 한 유형인 레트로바이러스다. 숙주세포인 면역세포에 들어간 바이러스가 RNA의 유전정보를 DNA로 전달하는 역전사 과정을 거쳐 숙주의 DNA에 들어가 증식한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돌연변이로 면역기능을 상실한다. 지도부딘은 바이러스의 RNA가 DNA로 역전사하는 과정을 억제해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다.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로 꼽혔던 칼레트라도 원래는 에이즈 치료를 위해 만든 항레트로바이러스제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여러 치료제를 함께 섞어 쓰는 칵테일요법이 적용되며 에이즈는 난치성 질환보다는 만성 감염성 질환으로 바뀌게 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현재까지 공식 승인을 받은 에이즈 치료제는 47종에 이른다. 치료제가 발전을 거듭하면서 메스꺼움과 설사, 두통 같은 부작용도 줄었다. 환자들은 이제 거의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한때 80% 치명률을 자랑하던 에이즈가 이제는 치료제만 있으면 6개월 안에 통제할 수 있는 질병이 됐다고 설명한다. 에이즈 전문가인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 사무총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몇몇 국가의 노력으로 수십억 달러가 에이즈 치료제 개발에 투입됐다"며 "치료제는 절망에 빠진 환자에게 일상 생활을 선물했고, 전파를 통제하는데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30년간 국내 에이즈 환자 62명을 추적해온 조영걸 서울아산병원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치료제가 개발된 덕분에 당뇨 환자보다 오히려 에이즈 환자들이 더 건강을 관리하기 용이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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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치 위한 궁극의 치료제, 가장 효과적인 백신 개발 시급

에이즈 치료제는 아직 한계가 있다. 현재까지 나온 치료제들은 에이즈 환자의 완치에 이르게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미국의 면역치료 전문기관인 라곤 연구소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치료제를 통해 에이즈로부터 완치된 사람이 3명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환자들이 평생 치료제를 복용하며 감염된 상태로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김 사무총장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항체가 생기면 재감염될 가능성이 없지만 HIV는 너무 빨리 변이해 면역체계가 항상 바이러스보다 한 단계 뒤쳐진다"고 말했다. 

 

과학계는 지금도 에이즈를 극복할 궁극의 치료제 개발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워싱턴 의대 연구팀은 지난 2월 숙주세포에 숨어있는 HIV를 잡아내는 방법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덴마크 오르후스병원 연구팀도 2019년 HIV를 숙주세포 바깥으로 끌어내 파괴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보고했다. 연구가 더 진행된다면 에이즈 완치도 바라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에선 에이즈를 예방할 백신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에이즈 백신을 만들기 위해 여러 임상시험을 진행했지만 그 중 완료된 경우는 6건에 머문다. 현재까지 ‘RV144’로 알려진 1개 백신 후보만이 약 31.2%의 감염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 교수는 “연구자들 사이에서 HIV는 '움직이는 목표’로 불린다”며 “코로나 바이러스보다도 변이가 많다보니 개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백신은 평생 치료가 필요한 질병에 대한 가장 효율이 높은 대안"이라며 "현재 개발된 코로나 백신 가운데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이 HIV 백신 개발과정에서도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에이즈 전문가들은 치료제가 고소득 국가에서만 주로 사용되고 환자에 대한 편견이 지금도 많다는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환자는 “이제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사라졌지만 에이즈 환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더 큰 정신적 상처를 받는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에이즈 퇴치 노력이 줄고 있다"며 "에이즈 퇴치를 위한 인류의 노력과 투자가 상당기간 계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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