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높은 文만의 윤리’

김태훈 논설위원

 

침팬지와 보노보는 먹을 것을 다른 놈에게 양보하는 이타적 행동을 한다. 그럴 때면 뇌에 인간처럼 행복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쏟아진다. 그럼에도 학자들은 영장류가 윤리적이지 않다고 한다. 윤리를 이루는 핵심 요소에는 선행과 선의 외에도 공정과 정의에 대한 개념이 포함되는데, 인간 이외 어떤 동물도 그런 개념이 없다는 게 이유다. 영장류 학자 마이클 토마셀로는 책 ‘도덕의 기원’에서 윤리를 “나와 남을 같은 잣대로 판단하고, 그 기준을 제3자에게까지 확대해 적용하는 도덕 관점”이라고 설명한다. 법률·종교 같은 인간의 문명·문화가 이런 의식을 제도화하면서 생겼다고 한다.

 

 

 

역사상 많은 비극이 “나는 윤리적이다”라는 자아도취에서 비롯됐다. 13세기 교황 인노첸시오 3세는 “나는 인간보다 고귀하다”는 말로 자신을 윤리적 심판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후 그를 이은 후대 교황들은 잔인해졌다. 평생 검소하게 산 16세기 교황 식스토 5세는 자신의 윤리 기준을 절대화하고 이에 미치지 못하는 이들을 거침없이 목매달았다. 아이들까지도 처형했다.

 

유럽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엊그제 오스트리아의 한 수도원에서 “가톨릭의 가치가 평생 내 삶의 바탕을 이루었고, 정치인이 된 이후에도 높은 윤리 의식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말 높은 윤리 의식을 지니고 살아온 사람들은 남들 앞에서 스스로 “높은 윤리 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 겸허함 자체가 윤리의 표지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윤리 의식은 특이하다.

 

문 대통령이 직간접으로 간여한 비윤리적 행태는 이루 헤아리기도 어렵다.

 

 

이 정권의 수많은 내로남불만큼 비윤리적인 것이 어디에 있겠나. 친구를 위해 경찰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한 혐의, 드루킹 개입 의혹, 유재수 비리 비호 의혹, 딸을 위한 이상직 비리 비호 의혹, 자신을 수사하는 검찰을 공중분해시킨 사실 등 열거하기도 힘들다. 청와대 내부 감찰을 하는 특별감찰관은 임명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자신은 “높은 윤리 의식을 지켜왔다”고 말한다.

 

문 대통령은 남에겐 윤리적으로 높은 곳에 서서 아랫사람 꾸짖는 태도를 보이곤 한다. 30대 청년을 모욕죄로 고소했다가 취하할 때도 “성찰의 계기로 삼으라” 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선 한 번도 제대로 반성하지 않으면서 남에게는 엄격하다. 마태오복음서에 실린 예수의 산상설교는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며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 있는 들보를 빼내어라”라고 했다.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교훈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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