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부킹 대란...유랑생활하는 골퍼들..."내 더러워서 지방간다" ㅣ 갓성비 골프장 명소...어디?

 

“수도권 골프장, 그린피 대폭 올리고 코스 관리 부실하다” 

지적 쏟아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골프장이 초호황을 맞으면서 수도권 골프장 부킹이 어려워지자 지방 골프장을 찾는 골퍼들이 늘고 있다.

 

수도권 골프장의 그린피 인상과 열악한 코스 관리로 지방 골프장으로 원정을 떠나는 골퍼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전남 해남에 위치한 파인비치CC 전경. /파인비치CC 제공

 

 

2일 골프 부킹서비스 XGOLF에 따르면 지난달 지방 골프장 예약률이 급증했다.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제주 지역으로 전년 대비 예약률이 140% 올랐다. 전라 지역도 전년 대비 49.3% 오르고, 충청 지역 골프장의 예약률은 21.9% 늘었다.

 

반면 수도권 골프장은 용인권(-53%), 경기서북부(-45.8%), 안성권(-28.8%) 등 예약률이 줄었다. 수도권 골프장들이 그린피를 대폭 올리자, 지방으로 골프 원정을 떠나는 골퍼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XGOLF 관계자는 설명했다.

 

일부 골프장은 그린피를 올렸으나 골프장 코스 관리는 오히려 더 나빠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XGOLF 후기 게시판엔 ‘한강 공원 잔디밭이 관리가 더 잘 돼있다' ‘시장에 와서 볼을 치는 줄 알았다' ‘비싼 그린피 받으면서 관리를 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와 같은 골프장의 코스 관리를 비판하는 글이 최근 부쩍 늘었다.

 

박상미 XGOLF 사업본부 총괄실장은 “최근 회원들이 비싼 그린피를 내고 라운드를 다녀온 후 당사에 민원을 제기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면서 “라운드를 가기 전 골프장 컨디션에 대한 후기를 확인해 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윤희훈 기자 조선일보

 

 

 

   6월 1일 개장한 인천 영종도의 '영종도 오렌지듄스영종 골프클럽'. 앞서 홈페이지가 오픈된 첫날부터 치열한 부킹 전쟁이 펼쳐졌다. 한때 홈페이지가 다운될 정도로 골퍼들이 몰렸다. 

 

이유는 단 하나. 인천국제공항 제1국제업무지역 내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바로 옆에 위치해 서울에서 가까운 데다 가격도 착하기 때문이다. 

 

 

 

이 골프장의 그린피는 평일 13만원, 주말 16만9000원으로 수도권에서 이보다 더 저렴한 골프장을 찾을 수 없다. 카트피와 캐디피는 각각 10만원과 14만원으로 다른 골프장과 같은 수준이다. 18홀을 치기 위해서는 주중 1인당 19만원씩 내면 된다. 주말에도 22만9000원으로 웬만한 수도권 골프장의 주중 그린피에 불과하다. 게다가 양잔디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치솟은 한국 골프장 상황과 비교하면 천국이다. 골퍼들이 몰리지 않을 수 없다. 회원권이 없는 골퍼들은 주로 대중제 골프장을 찾는다. 하지만 최근 대중제 골프장 그린피를 보면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충청권까지 주중에는 10만원 후반대에서 20만원 초반까지 비용을 내야 한다. 주말에는 30만원까지 치솟는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대중제 골프장 입장료가 5월 기준 지난 1년간 주중 19.0%, 토요일 15.0% 올라 각각 7.4%, 6.8% 상승하는 데 그친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입장료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회원제와 대중제 골프장 간 차이도 거의 사라졌다. 입장료 차액은 2011년 주중 5만1700원에서 2021년 2만7800원, 같은 기간 토요일은 4만9300원에서 3만원으로 좁혀지고 있다.

 

 

할 수 없이 골퍼들은 '유랑 생활'을 시작했다. 싼 골프장을 찾기 위해서다. 최근 가장 저렴하게 라운드를 할 수 있는 골프장 10곳은 어디일까.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레저백서 2021'에 따르면 한국에서 골프를 가장 싸게 칠 수 있는 골프장은 전남 영암에 있는 사우스링스영암CC로 나타났다. 사우스링스영암CC 1인당 이용료(입장료+카트피+캐디피 합계)는 지난 5월 기준으로 주중 11만9000원, 토요일 14만5000원으로 국내 골프장 중 가장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성비 높은 골프장 10곳 중 호남권은 7곳, 영남권은 3곳이었다. 가성비가 높은 골프장으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사우스링스영암CC(대중 45홀)는 전 홀 노캐디제로 운영되고 해외 골프장처럼 2인승 승용카트를 운영하는데 1인당 카트피가 1만원에 불과하다. 이 골프장 이용료는 수도권 대중제 골프장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수도권 대중제 골프장 평균 이용료는 주중 23만9000원, 토요일 30만원에 달한다. 즉 수도권 대중제 골프장에서 한 번 칠 돈으로 사우스링스영암CC에서는 두 번 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골프장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가 수시로 개최될 만큼 코스 레이아웃이 훌륭하고 잔디 상태도 좋다. 이 골프장의 사업주는 비용 거품을 걷어내 골퍼들이 값싸게 칠 수 있도록 해야 골프 대중화가 확산되고 골프장 산업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두 번째로 이용료가 싼 골프장은 전남 무안에 있는 무안CC(대중 54홀)로 주중 이용료가 13만3000원, 토요일 이용료가 16만8000원에 불과하다. 1일 개장한 오렌지듄스영종과 거의 비슷하다. 아쉽게도 무안CC는 팀당 카트피를 4만원에서 8만원으로 인상하면서 토요일 이용료가 1년 전보다 1만3000원 상승했다.

 

 

세 번째는 골프존카운티 구미CC(대중 18홀)로 가장 비싼 토요일 이용료가 17만원이다. 이 골프장은 골프존카운티 운영 골프장 중에서 노캐디제를 도입하고 있는 유일한 골프장이다. 네 번째는 전남 무안에 있는 무안클린밸리CC(대중 18홀)다. 군산CC(대중 81홀)는 일곱 번째로 저렴하지만 노캐디제로 운영하는 김제·정읍코스를 기준으로 할 때 이용료는 15만원으로 내려간다. '저렴한 골프장 2위' 수준이다. 국내에서 가장 큰 81홀을 운영하고 있는 군산CC는 18홀 이상 골프장 중 카트피를 받지 않는 유일한 골프장으로, 페어웨이 잔디를 중지로 바꾸면서 코스 상태가 좋아졌다.

 

서 소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골프장 이용료가 급등하면서 골프 비용이 저렴하고 코스가 좋은 골프장이 선호된다"며 "야간에 운영하면서 경제적 부담이 작은 노캐디, 마샬캐디 골프장도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골퍼라면 영호남의 가성비 좋은 골프장에 쉽게 방문하기 어렵다. 1박2일로 가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이 때문에 최근 '주중 골퍼'가 급등하고 있다. 주중 골퍼가 늘어나는 이유는 그린피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엑스골프는 전년 대비 그린피가 대부분 20~30% 상승해 주말 그린피가 20만원대 후반에서 30만원대까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주말 골퍼들의 비용 부담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엑스골프가 제공한 최근 3개월 예약률 현황에 따르면 3월은 수요일이 전체 예약률의 14.5%로 주말 13%를 추월했다. 4월은 금요일이 19.2%, 5월은 수요일이 17.8%로 평일 예약률이 주말 예약률을 웃도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연차를 적극 이용한 '2030 골린이'들의 주중 라운드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더 이상 비싼 주말만 고집하지 않겠다는 일반 골퍼들의 라운드 스타일까지 가세하는 분위기다.

 

엑스골프 관계자는 "통상 주말 그린피가 20만원대 후반인데 주중은 10만원대 중후반으로, 주말과 많게는 1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그러다 보니 연차나 반차를 내고 라운드를 가기 위해 문의하는 회원이 많아졌다. 그중에서도 부담 없이 연차를 낼 수 있는 수요일이 문의 전화가 가장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조효성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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