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집 값 폭등과 탈원전 이탈을...

 

 

2017년 여름, 정권 내부에선 “아파트 폭등할 것, 탈원전 변질”

소주성, 국민 상대 거대한 실험… 民生을 굽고 튀기고 삶다니

 

  2017년 여름 무렵이었다. 청와대 한 참모는 기자에게 “강남 아파트 가격이 곧 폭등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김수현(당시 사회수석)이 부동산 정책을 주무르는데, 노무현 대통령 때 정책을 다시 들고 나왔다”고 했다. 다들 강남을 선호하는데 강남에 아파트가 부족하다, 그런데 공급 계획은 없고 세금 규제만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수현은 노무현 청와대에서 종부세를 설계했고,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실패로 규정한 사람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 그를 중용했고 정책실장으로 영전시켰다. 강남 아파트 폭등을 우려했던 참모 말은 틀렸다. 강남 폭등이 아니라 수도권 모든 지역의 폭등이었다. 그 결과는 대통령 스스로 “죽비를 맞았다”고 했던 여당의 선거 참패와 ‘벼락거지’ 속출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19일 부산 기장군 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열린‘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행사장에 원전, 청와대 관계자들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신규 원전 건설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연합뉴스

 

이젠 탈원전 이야기다. 문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만인 2017년 6월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했다. ‘탈원전’ 선언 직후 정권 고위 인사는 기자에게 “원래 탈원전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 정책이었는데 갑자기 환경 단체 출신들이 ‘탈원전’으로 변질시켰다”고 했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단계적으로 조정하자는 ‘산업 정책’이 ‘탈원전’이라는 이념으로 바뀌면서 궤도를 이탈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뒤늦게 ‘에너지 전환 정책’이라고 수습에 나섰지만, 이념화된 탈원전은 원전 고사(枯死) 작전으로 전개됐다. 한 관료는 “과거 원전 정책을 만들다 지금은 탈원전 하자니 내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으로 수사받고 있다. 2017년 여름 이 정부 사람들은 부동산이나 탈원전이 크게 잘못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입 밖으로 꺼내질 않았을 뿐이다. 언론과 전문가들이 아무리 경고등을 켜도 “촛불 혁명에 대한 저항”이라며 듣질 않았다. 그중 일부는 서둘러 부동산 막차에 탑승했을지도 모른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중반을 넘기며 이상(理想)과 현실이 충돌하자, ‘우리 편’이 아닌 전문가와 관료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를 두고 진영 내부에서는 “대통령이 포획됐다”고 했지만, 국가는 어느 정도 균형을 잡아갔다. 김 대통령의 정보 과학(IT) 정책, 노 대통령의 한미 FTA가 대표 사례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달랐다. 여권의 한 정책 전문가는 “운동권이 정치뿐 아니라 정책까지 관료 손 안 빌리고 마음대로 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분석했다. 과거엔 무섭거나 실력이 없어 관료 머리를 빌렸지만, 이번에는 자기들이 구상했던 모든 걸 다해봤다는 것이다. 그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의 탄생을 이렇게 설명했다. 처음에는 민주노총이 “설렁탕 한 그릇” 가격이라며 1만원을 꺼냈고 이를 정의당이 받았다. “그럼 우리도 못 할 게 없다”며 민주당 대선 공약이 됐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중소 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비명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2019년 7월에야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고 물러났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국민 삶이 소득 주도 성장, 부동산, 탈원전 실험실에서 4년 동안 이리 튀겨지고 저리 구워졌다. 안 되니까 삶아 보고 쪄도 봤지만 계속 안 됐다. 그들 중 일부는 무모한 실험임을 알았지만, 국민만 실험실 쥐처럼 아무것도 몰랐다. 여권 대선 주자들은 조리 도구를 바꿔보겠다지만 레시피가 그대로인데 제대로 된 요리가 나올 리 없다. 망한 음식은 버리면 되지만 민생(民生)은 그런 게 아니다. 또 튀겨질 것인가, 불판을 갈 것인가 다시 선택의 시간이다.

정우상 정치부장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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