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꾸는 몸의 변화 [추천시글]

 


삶을 바꾸는 몸의 변화
2021.05.31

작성하고 있던 원고의 마지막 부분을 마무리 지으려고 꽤 오래된 참고 문헌을 찾아 놓고 자판을 만졌습니다. 그런데 오른손 넷째와 다섯째 손가락이 자꾸 오타를 냈습니다. 다른 신체상 이상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결국 지난 2월 20일 병원 응급실을 거쳐 입원했습니다. 뇌경색 진단을 받았습니다. 몸 오른편, 그러니까 오른팔과 오른다리가 마비되었고 안면도 약간 영향을 받았습니다. 일반 병원을 거쳐 지금은 재활 전문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처음 엿새간 뇌졸중 집중 치료실 신세를 졌는데 초기 3, 4일간은 비관적인 생각에 휩싸였습니다. 신체 상태를 모니터하는 등의 이유가 있긴 했지만 24시간 몸에 부착한 여러 가닥의 계기선과 링거 관 같은 것도 심리를 위축시켰습니다. 몇 가지 부정적인 요인이 더 있었지만 생각을 안정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 상황을 극복하자고 마음먹기 시작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서 극복하려는 생각을 한 건 퍽 다행이긴 하나, 달리 생각하면 그 대안밖에 없었다고 여깁니다. 어떻게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해 나가는가가 과제였습니다. 일단 곧 시작할 재활 치료에 열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사실 손가락이며 다리가 꼼짝 못하게 된 처지에 그 이외의 것들을 염두에 둘 수 없었으니까요.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재활 운동에 노력을 기울이기로 마음먹은 지 얼마 뒤 가족들의 말이나 행동도 또 다른 힘이 되었습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평범하지만 형편을 헤아려 주고 권해 주는 언행이 재활의 의지를 더 높여 주었고 미래에 대해 밝은 전망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재활 의지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의 연결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SNS에 『나의 극복기』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왼손으로 어렵사리 스마트폰을 이용해 쓴 첫 글에 그 의도도 나타나 있습니다. /“이제 기록해 나가기로 했다. 기록한다는 것은 나에 관한 기록이며 극복을 위한 과정이다. 한편 나와 같이 재난을 당할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하 생략).”

 


병원 생활이 시작인데 극복기라는 제목을 붙인 건 의지를 강조한 것입니다. 3월 초에 시작한 글이 20회를 넘겼습니다. 글은 병의 경과를 중심으로 어떻게 나아지고 있는지가 내용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몸의 상태며 며칠 사이 나타난 변화의 내용들을 담았습니다. 재활 교육의 내용과 함께 개인도 어떻게 노력하는지 썼습니다. 손가락, 발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던 몸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쓰노라니, 왼손으로 누워서 쓰는 그 행위만으로도 자신에게 기운을 돋우는 효과가 있었습니다(지금은 탁자 위에서 씁니다). 친구들과 친인척, 가족, 선후배들이 댓글로 달아준 응원의 글도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희망과 용기를 이어가는 데는 과거의 경험도 유용했습니다. 기업에서 일할 때 큰 프로젝트여도 ‘작게 시작하고, 작은 성공 체험을 매일 쌓아 나가자’는 교훈을 받아들였습니다. 신체 마비 상태에서 극복하려 하니 이 말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여깁니다.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애쓰니 하루 사이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고, 2, 3일 지나니 미세하게 움직였습니다. 미세한 움직임을 작은 성공으로 여겼습니다. 그리고 얼만지도 모를 날이 흐른 뒤 손이 펴지고 주먹을 쥘 수 있었습니다. 처음의 마비 상태와 비교하면 너무도 다른 모습입니다. 물론 아직도 온전치는 않습니다. 시간이 더 걸리겠지요.

 



재활 교육 시간에 다루지 않은 내용 중 스스로 시도하는 일도 있습니다. 초기 식사 시간에 왼손으로 숟가락과 포크를 썼습니다. 그러다가 오른손으로 숟가락을 잡았습니다. 어설펐지만 반복하니 얼마간 그럴싸하게 잡게 되었습니다. 얼마 뒤엔 젓가락에 도전했습니다. 아직 미숙하지만 모두 퇴원 시기를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리와 발의 근육은 더 커서 그런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약해진 근육의 힘은 키워야 합니다. 아예 작동하지 않는 듯한 근육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무수히 반복 연습하여 약간의 움직임을 확인합니다. 이 모든 것에서 ‘작은 성공’들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작은 성공에 기뻐하고 힘을 얻습니다. 작은 성공을 꾸준히 모으다 보면 기적 같은 결과도 얻을 수 있는 법입니다. 앞서 말한 손의 예는 작은 기적이지요. 설령 시간이 오래 걸릴지라도 긍정의 기운을 유지할 것입니다.

재활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일상생활에 다가가기 시작하면 생활의 모습이 이전과는 달라질 것입니다. 뇌경색을 겪으면서 생각한 점이 있습니다. 남은 생에 대한 의식이 바뀌었습니다. 생의 우선순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삶의 모습이 상당히 변할 것만은 분명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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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홍승철
고려대 경영학과 졸. 엘지화학에서 경영기획 및 혁신, 적자사업 회생활동 등을 함. 1인기업 다온컨설팅을 창립, 회사원들 대상 강의와 중소기업 컨설팅을 하고 있음.

2006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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