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열 받았다...왜...보 개방으로 전기세 10배 폭등
"전기료 연간 2~3만원서 20~30만원으로"
충남 공주시 공주보(洑)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주민들이 “공주보 개방 이후 전기료가 10배 정도 올랐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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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농민들에 따르면 보 개방으로 금강 수위가 낮아지자 그동안 사용하던 농사용 관정(管井)이 말랐다. 이후 정부는 대형 관정을 새로 팠다. 하지만 대형 관정에서도 지하수가 생각만큼 나오지 않아 지하수를 퍼 올리기 위한 전기 사용시간이 종전보다 훨씬 길어졌다.
이 과정에서 지하수 사용에 따른 전기료가 연간 2만원에서 약 20만원으로 뛰었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정부의 4대강 보 해체 추진이 가져온 또 다른 부작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1월 13일 공주보와 세종보 등 금강·영산강·낙동강의 7개 보를 일부 열었다. 이어 2018년 3월 공주보를 전면 개방하자 이 일대 농민들은 농사용 물 부족 문제를 호소했다. 주민 이국현씨는 “공주보 개방으로 금강 수위가 인근 농경지보다 내려가 관정에서 지하수가 나오지 않았다”며 “이 일대 축산 농가도 가축에게 먹일 물이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관정 부족으로 펌프 오래 가동…전기 사용량 증가"
주민들은 정부에 보 개방에 따른 농업용수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기존 농민들이 사용하던 관정(깊이 10m)보다 훨씬 땅속 깊은 곳까지 파서 지하수를 확보했다. 새로 만든 농사용 관정은 27개 정도다. 관정 1곳당 정부 예산 2000만원~3000만원이 들었다. 양수능력은 하루 최대 150t으로, 기존 관정보다 3배 정도 크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그런데 새로 만든 관정에서도 물은 시원하게 나오지 않았다. 농민들은 “과거 하루 정도 펌프를 가동해 확보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4~5일이 걸려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때가 있다”며 “이 바람에 펌프 가동시간이 훨씬 길어져 전기료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관정은 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관정을 사용하는 농민들이 부담하는 전기료는 연간 2~3만원에서 10~30만원으로, 최고 10배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김윤호 쌍신통장은 “관정 사용에 따른 전기료를 해마다 2만원 정도 내다가 지난해 20만원 넘게 낸 거 같다”라며 “공주시와 정부에 전기세 지원 대책을 건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김두환 씨는 “전기료가 이렇게 많이 나올 줄은 몰랐다”며 “당초 정부가 관정을 팔 때 유지비를 농가에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건의했지만, 묵살됐다”고 말했다.
공주보를 개방하기 전까지 쌍신동 일대 80여 농가는 관정 50여개에서 물을 뽑아다 농사를 지었다. 벼농사와 함께 밭에는 파·부추 등 작물을 길렀다.
윤응진 공주보해체반대투쟁위원회 사무국장은 “쌍신동 지역뿐 아니라 공주보 주변 농민들이 정부가 파준 지하수 관정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최근 금강수계 민관협의체 회의에서 정부에 대책 마련을 건의했지만, 답이 없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공주보에 다시 물을 담아야 피해가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 "농민들이 물을 많이 쓰는 듯"
이에 대해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사업단 관계자는 “농민들이 물을 사용하는 양이 많아 전기료가 더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작물에 따라 물 사용량이 달라질 수도 있으며 전기요금은 주민이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지난 1월 18일 금강 세종보·영산강 죽산보는 전면 해체, 공주보는 상부 교량인 공도교를 유지하는 선에서 부분 해체하기로 했다. 또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기로 했다. 2019년 7월 공주시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시민 74.8%가 ‘공주보를 지금처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당시 공주시의회도 보 해체 반대 의견을 결의했다.
공주=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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