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부산으로 내려간 까닭

 

    건설사들이 부산 정비사업장에서 혈투를 벌이고 있다. 주택 가격이 수년째 강세를 보이면서 부산에서도 정비사업을 진행하려는 곳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의 정비사업이 일종의 포화상태에 진입하자 대형 건설사들이 앞다퉈 부산으로 몰려가면서 경쟁은 심화하고 있다.

 

부산 우동3구역 조감도 뉴스프리존 edited by kcontents

 

여기에 기존에 시공사를 선정한 조합들이 아파트 고급화와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건설사를 찾아 나서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부산 정비사업 시장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공사 교체가 이뤄지면 사업이 지연되는 등 부작용도 있는 만큼 조합원에게 마냥 좋은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우동3구역은 대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컨소시엄으로 수주했던 곳이지만, 조합 내 문제가 커지면서 계약이 해지됐다. 부산에서 적극적인 수주전을 펼치는 DL이앤씨 등이 군침을 흘리는 정비사업장이다. 우동 3구역 한 조합원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서울에서도 혀를 내두를 만큼 고급 아파트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면서 “다른 구역도 고급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아파트도 뒤질 순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부산의 서금사5구역, 괴정5구역, 우암2구역, 범천4구역도 기존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시공사의 조건을 받아보고 있다. 분양가 문제로 갈등이 컸던 괴정5구역의 경우 지난 3월에 시공사 해지 총회를 열었다. 조합은 후분양을 비롯해 사업비 조달 금리 수준 등에 대해 각 건설사가 제시한 조건을 비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괴정5구역의 시공사였던 롯데·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일단 시공사 해지 총회는 열렸지만, 여전히 논의는 계속하고 있다”면서 “조합이 조건을 두루 받아보면서 실리를 챙기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 밖에도 감만 1구역, 반여3-1구역, 촉진2-1구역 등도 조합임원 해임총회를 준비하고 있다. 조합임원이 해임되면 시공사 교체가 뒤따라 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산에서만 약 6곳의 시공사 교체 움직임이 있는 셈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울이나 인근 수도권 정비사업에만 주로 나섰던 건설사들도 최근 부산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삼성물산은 부산 명륜동 702-47번지 일대 주택재건축사업의 시공사 현장설명회에 두 차례 단독으로 참여했다. 이 사업은 소형 아파트 4곳과 일대 단독주택 등을 합쳐 2만4763㎡ 부지에 공동주택 7개동, 지하 2층~지상 28층 550가구 가량을 새로 짓는 프로젝트다. 조합은 삼성물산이 2차 입찰에 나오면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시공사 선정에 나설 계획이다.

 

남천 삼익비치 투시도 나무위키 (재건축이 진행 중인 부산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 삼익비치 일부 조합원들은 고급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시공사를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선DB) edited by kcontents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서울 핵심지에서나 시공사 교체가 많았는데, 지방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서울이나 수도권의 정비사업장은 각종 규제에 밀려 진척되지 못하고 있어 건설사들의 지방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각 건설사들이 주택사업본부를 중심으로 수익을 내는 데 집중하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이후로 건설사들이 해외 공사 수주에 공격적으로 나서기 어렵다 보니 국내 주택사업에서 더 큰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 해외 공사는 수익을 확정 짓기까지 환율, 공사지연, 지체배상금 등 변수가 많다. 반면 최근 주택시장은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미분양 확률이 아주 낮아 수익을 내기 쉬운 환경이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건설사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에 따라 시공사 교체가 이뤄지는 것이 조합원에게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공사 교체가 이뤄지면 공사 기간이 더 길어지면서 사업비 지출이 커질 수 있고 이전 시공사가 계약 해지를 이유로 소송 대응을 할 경우 소송비용 등의 지출이 사업비에 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간 경쟁이 격해진 상황이라면 조합원 입장에선 유리한 고지에서 합의에 나서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시공사 교체가 조합원에게 무조건 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조합장이나 임원들의 말만 믿지 말고 정확하게 따져보고 실리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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