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도시' 만든 국토부·세종시·행복청
투기 드러난 세종시 공무원 3명
전 행복청장·행복청 간부 2명 이어
국토부까지... '삼각축' 모두 가세
"신설도로 인접·산단 인구 유입 예상
형제 사들인 땅 3~4배 올랐을 것"
부동산 정책 총괄부서인 국토교통부 공무원의 세종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를 만들어온 ‘삼각축’인 국토부-행복청-세종시청 공무원 모두가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으로 수사를 받게 됐다.
부동산 투기 혐의가 드러난 세종시청 공무원 3명은 이미 지난 3월부터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세종시 건설을 총괄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전임 청장에 대해서도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전임 행복청장이 사들인 농지 인근의 땅을 매입한 행복청 간부 2명도 직위해제돼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여기에 국토부 직원까지 행복청에서 근무하는 친형과 함께 '세종시 땅 매입 공직자 리스트'에 추가됐다.
행복청장과 행복청 간부, 행복청-국토부 직원 형제가 사들인 세종시의 6개 필지는 스마트국가산업단지 예정지 인근일 뿐 아니라, 세종시-조치원 연결도로 확장 사업에 따른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노선이나 순환도로 건설을 계획한 곳이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이들이 2017년과 2018년 집중 매입한 이들 토지에 대해 "확장 또는 신설할 도로와 인접했고 스마트산단 인구가 유입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금싸라기 땅"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세종시 연기면 연기리 143번지 일대는 2019년부터 BRT 도로를 4차선에서 8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곳은 행복청 간부 2명이 2017년 배우자 명의로 공동 매입한 농지와 불과 800m 떨어져 있다.
개발 호재가 쏟아지면서 연기리엔 구매할 수 있는 땅이 거의 없다. 땅값 추가 상승을 내다본 소유주들이 매물을 거둬들인 탓이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6개월 전 매물로 나왔던 대지 990㎡ 호가가 10억 원에 달했지만, 그나마도 시장에 나오자마자 팔렸다”고 전했다. 세종시가 이 지역을 2018년 12월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투기성 땅 거래를 감시 중이지만, 물밑에서 계속되는 투기성 거래를 막기엔 역부족인 셈이다.
국토부-행복청 직원 형제가 공동 매입한 농지가 자리한 연기면 보통리 일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곳 역시 연기리와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지만 투기 조짐은 곳곳에서 엿보인다. 외곽순환도로 건설 등 각종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땅값도 ‘금값’이 됐다. 현지 토지거래업자들은 ‘공무원 형제’가 2017년 3.3㎡ 148만 원에 사들인 토지가 지금은 서너 배는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리에서 만난 공인중개사는 “이곳은 BRT도로 확장과 스마트산단 입지뿐 아니라,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상가 건설도 사실상 확정된 곳”이라며 “땅 주인 대부분이 매도 가격으로 3.3㎡에 1,000만 원을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전 행복청장이 2017년 매입한 눌왕리 농지도 개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내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곳은) 스마트산단 인근인데다 세종시 6생활권 입주예정지와도 가깝다. 상당한 지가 상승이 예상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한 투기 의혹에 세종시민들의 분노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투기를 잡아야 할 공직자들이 세종시 전체를 사실상 ‘투기판’으로 만드는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투기 없는 건강한 행정수도 완성’을 목표로 시민단체와 현지 공인중개사들이 지난달 19일 발족한 세종시부동산정책 시민연대 측은 “땅값 급등을 예상하고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면 불공정 거래행위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세종= 윤현종 기자 belly@hankookilbo.com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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