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에서 나오는 자외선(Ultraviolet, UV) 그리고 살균 작용
자외선의 두 얼굴
고재현 한림대 나노융합스쿨 교수
팬데믹 사태가 지속되면서 개인 위생용품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자외선의 살균 기능을 이용한 개인용 살균 제품들이 인기다. 그런데 최근 한국소비자연맹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칫솔 살균기를 조사해 보니 살균력이 광고에 비해 떨어지는 제품이 많았다. 소비자 입장에선 다양한 개인용 살균기의 성능을 정확히 파악하고 제품을 제대로 선택하기가 쉽지는 않다.
UVA→UVB→UVC의 순서로 빛알의 에너지 커져
지구는 대기라는 훌륭한 보호막이 있어서
태양에서 오는 UVC 완벽히 차단
UVB도 성층권의 오존층에서 대부분 걸러진다.
1 Solar ultraviolet (UV) radiation. UV radiation can be divided, according to its wavelengths, into three categories: UV-A (320-400 nm), UV-B (280-320 nm), and UV-C (100-280 nm). While UV-C rays are absorbed by the ozone layer, UV-A and UV-B rays reach Earth's sur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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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기파의 일종으로, 인간의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보다 에너지가 세다. 자외선은 어떤 원리로 살균 작용을 할까? 그리고 자외선이면 모두 문제없이 살균력을 발휘할까? 이 글에서는 자외선이 무엇인지, 어떤 물리학적 원리를 이용해 자외선 램프를 만드는지, 그리고 적합한 살균 제품의 기준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자외선도 자외선 나름
빛과 자외선을 포함하는 전자기파는 파동의 일종으로 1초에 무려 30만㎞를 내달리며 에너지를 전달하는 파동 현상이다. 물결파에서는 물이, 음파에서는 공기가 진동하듯이 전자기파에서는 전기장과 자기장이라는 속성이 진동하며 나아간다. 전자기파는 전기장이 한 번 진동하며 진행하는 거리인 파장으로 분류한다. 파장이 긴 전파로부터 출발해 라디오파, 마이크로파,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엑스선, 감마선의 순으로 파장이 짧아진다.
전자기파가 에너지를 나를 때는 빛알(광자)이라는 덩어리 단위로 나른다. 빛알의 에너지는 파장이 짧을수록 커진다. 따라서 적외선보다는 가시광선, 가시광선보다는 자외선 빛알의 에너지가 더 크다. 그러나 자외선이라고 다 같지는 않다. 가시광선 중 파장이 제일 짧은 보라색 바깥에서 시작하는 자외선은 파장에 따라 UVA(315~400㎚), UVB(280~315㎚), UVC(100~280㎚)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1㎚는 10억분의 1m). 따라서 UVA→UVB→UVC의 순서로 빛알의 에너지가 커진다. 가령 블루 라이트로 불리는 450㎚ 파장의 청색 빛알에 비해 수은 살균등이 내는 254㎚ 자외선 빛알의 에너지는 약 1.77배 더 크다.
빛알의 에너지가 특히 큰 UVB나 UVC는 세포 속 DNA에 직접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자외선 빛알이 입사되면 DNA의 이중 나선 구조 사이에 형성된 분자 결합이 끊어지며 DNA가 변형되고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세포 분열과 증식에 문제가 생긴다. 이런 손상이 누적되면 일부가 복구된다 하더라도 세포가 죽거나 돌연변이, 암이 발생할 확률이 올라간다.
다행히 지구는 대기라는 훌륭한 보호막이 있어서 태양에서 오는 UVC가 완벽히 차단되고 UVB도 성층권의 오존층에서 대부분 걸러진다. 그러나 지상에 도달하는 약간의 UVB를 오래 쬐거나 이를 흡수하는 오존층이 얇아져 UVB의 양이 늘어나면 백내장이나 피부암 등 자외선이 일으키는 질병의 발병 확률이 올라간다. 그런데 이렇듯 생체조직에 위협이 되는 단파장 자외선들이 역으로 병균을 죽이는 살균 효과를 가지고 있음이 19세기 말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20세기에 다양한 자외선 살균 램프가 등장하면서 병원, 정수장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자외선 살균 램프의 정체
살균 램프 중 가장 범용으로 사용되는 것은 수은 램프다. 원자번호가 80번인 수은은 상온에서 액체 상태인 유일한 금속이다. 수은 램프의 모양은 흔히 조명용 직관형 형광등과 거의 같다. 내부에 아르곤, 네온 등 비활성 기체와 수은이 봉입된 후 양쪽에 설치된 전극으로 전기에너지가 공급되면 내부에 아크 방전이 생기고 수은 원자에 의해 약 254㎚ 파장이 주 성분인 자외선이 방출된다.
수은 램프는 그 자체로는 자외선 램프지만, 유리관 내벽에 형광체란 물질을 발라 자외선을 가시광선으로 변환하면 우리에게 친숙한 조명용 백색 형광등이 된다. 구입한 살균기의 설명서에 자외선 파장이 253.7 혹은 254㎚로 적혀 있다면 그 장비에 수은 램프가 들어 있다는 뜻이다. 수은은 유해물질이기 때문에 살균기의 수명이 끝나면 형광등의 폐기 절차에 따라 폐기해야 한다.
최근 유행하는 중소형 살균 램프로는 자외선 발광다이오드(LED)가 있다. LED는 빛을 내는 반도체로서 반도체의 종류나 조성에 따라 다양한 파장의 전자기파를 방출한다. 조명용으로는 가시광선의 여러 색상을 내는 LED가 있고 UVA, UVB, UVC에 대응되는 자외선 LED도 개발돼 여러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살균용으로는 UVC에 대응되는 LED가 적합하다. LED는 크기가 매우 작고 다양한 방식으로 배치할 수 있기 때문에 칫솔 살균기를 포함한 소형 살균기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대장균을 포함한 다양한 세균에 대한 자외선 조사 실험은 자외선의 살균 효과가 UVC의 약 260~270㎚ 파장 영역에서 최대가 됨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파장을 낼 수 있는 UVC LED나 발광 파장이 254㎚인 수은 램프가 살균용으로 적합할 것이다. 만약 자외선의 파장이 이보다 길어지면 살균 효과가 줄어들다가, 315㎚ 파장보다 커져 UVA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살균 효과가 매우 떨어진다.
그렇다면 왜 칫솔 살균기는 제품별로 성능 차이가 큰 것일까? 필자가 칫솔 살균기를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해 보면 제품의 정확한 성능이 제시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가령 가장 중요한 부품인 자외선 램프의 정확한 스펙이 명기된 곳이 드물었다. 막연히 UVC라거나 자외선만을 의미하는 UV라고만 표기된 경우가 많았다.
자외선 LED의 파장은 살균 효과와 직접적 관련이 있고 270㎚ 정도까지 내려가야 살균 효과가 최대가 된다. 그러나 자외선 LED의 파장이 짧을수록 만들기도 힘들고 가격도 올라간다. 제조사에서 사용한 자외선 LED의 파장이 최적의 살균 효과를 보이는 파장 대역에서 떨어져 있다면 살균 효과에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하다. 게다가 칫솔처럼 칫솔모 사이의 좁은 공간을 자외선이 뚫고 내려가야 하는 구조물에 대해선 효과적인 살균이 어렵고 따라서 더욱 치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입 전 살균기의 살균 파장이 우수한 살균 효과를 보이는 파장 대역에 놓여 있는지, 공인 시험성적서 등의 데이터가 있는지, 아울러 적절한 안정장치가 갖춰져 있는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살균 램프의 진화와 팬데믹
살균기에 주로 사용되는 UVC 자외선을 피부에 직접 쬐거나 눈으로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에너지가 센 자외선은 피부암이나 백내장 등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UVC 램프를 이용해 실내 소독을 할 때는 사람이 없는 실내의 위쪽을 소독하거나 사람이 없는 시간대에 진행한다. 가정에서도 살균기가 영유아나 어린이의 손에 닿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미국의 한 연구팀은 기존의 살균기에 사용되던 UVC보다 파장이 더 짧은 207-222㎚ 대역을 활용할 경우 인체에 위해 없이 공기에 전파되는 세균과 박테리아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파장 대역의 자외선은 인체의 표피(죽은 피부)나 눈 외각의 눈물막에 대한 침투력이 거의 없어서 세포의 DNA에 손상을 입히거나 눈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에 크기가 마이크로미터 혹은 나노미터 정도에 불과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는 쉽게 침투해 죽일 수 있다. 이 연구팀은 추가 연구를 통해 공기 중 떠다니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222㎚ 파장의 자외선으로 비활성화될 수 있다는 논문을 지난해 발표했다.
최근 공기를 통한 바이러스 전파가 감염의 한 원인으로 떠오른 만큼, 인체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없다면 이 파장대의 자외선 활용도 검토해 볼 만하다. 그러나 인체에 대한 영향력은 매우 엄격한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해 4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살균제를 몸속에 넣거나 자외선을 신체에 쬐어 코로나 바이러스를 죽이는 방법을 검토해 보라는 황당한 제안을 해 전 세계 조롱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바이러스와 팬데믹 상황은 엄밀한 과학을 기반으로 접근해 공략할 대상이지 주관적 희망과 영웅심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급속히 보급되는 살균기에 대해서도 정부 내 관련 부서 차원의 과학적 검증과 적절한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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