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모은 재산 모두 내 것 아냐...반은 상속세로
세무사 최용준
Q 윤씨는 요즘 지인들과 상속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삼성의 상속세 규모가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윤씨는 상속세에 대한 걱정을 별로 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윤씨도 고령이다 보니 점점 상속세가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다. 과연 윤씨의 걱정은 쓸데없는 기우일까? 아니면 윤씨도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상속세, 재벌만 해당한다고?
A 삼성의 상속세율이 50%라고 한다. 재산의 절반을 세금으로 낸다는 것인데 단순히 재벌들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하면 안 된다. 따지고 보면 일반인도 상속세 부담이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내가 평생 모은 자산 중 남은 가족에게 줄 수 있는 건 얼마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과세표준 10억 넘으면 상속세율 40% 적용
상속세율은 과세표준 1억원까지 10%, 5억원까지 20%, 10억원까지 30%, 10억원이 넘으면 40%, 30억원이 넘으면 50%의 세율이 적용된다. 가령 과세표준이 6억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1억원×10% + 4억원×20% + 1억원×30%’로 구간별 상속세율을 적용하면 총 1억2000만원으로 계산된다. 보다 간편하게 6억원에 30% 세율을 곱하고 누진공제액 6000만원을 빼면 더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상속세 세율표를 보면서도 상속세는 재벌만 내는 세금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최근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급격히 오른 만큼 생각보다 많은 사람에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KB국민은행 리브 부동산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소형 아파트(60㎡ 이하) 평균 매매가격은 7억7578만원, 중형(85∼102㎡)은 12억4844만원, 중대형(102∼135㎡)은 14억 6546만원, 135㎡ 초과 대형 아파트값은 22억 3281만원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서울에 중소형 아파트와 함께 다른 금융자산 등을 보유하고 있다면 상속세율 20~30%, 중대형 아파트 등을 보유하고 있다면 상속세율 30~40%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대부분 평소 상속세는 나보다 훨씬 더 재산이 많은 사람의 일이라 생각하고 별 관심을 가지지 않다가 막상 상속이 된 후에서야 상속세 부담이 생각보다 커 놀랐다고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올해 아파트 등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19.08% 올라 2007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을 상회한 곳은 서울 19.91%, 부산 19.67%, 대전 20.57%, 경기 23.96% 등이고, 세종시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무려 70.68%에 달했다. 올해 전국 평균 표준지공시지가도 무려 10.37%이나 상승했는데, 이 또한 2007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라고 한다.
이렇게 자산가치가 상승할 경우 문제는 향후 상속세 부담도 덩달아 커진다는 점이다. 윤씨가 가장 안타까운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윤씨는 10년 전에 용산의 조그마한 상가를 자녀들에게 증여하려다가 증여세 부담이 너무 크다고 생각해 그만둔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 증여하지 않은 것이 너무 후회스럽다. 10년 동안 공시지가가 무려 3배나 올랐기 때문이다.
10년 전 공시지가 8억원 하던 상가를 윤씨가 자녀 두 명에게 증여했다면 20%의 세율이 적용되어 증여세로 1억 1520만원 정도였겠지만 지금 공시지가 24억원에 증여하려면 40%의 세율이 적용되어 증여세로 약 5억 8200만원을 내야 한다. 10년 사이에 세 부담은 무려 5배나 더 커진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시가격이나 시가가 계속 오를 경우 장기적으로 보면 상속재산은 더 늘어나는 결과가 되고 상속세나 증여세 부담도 갈수록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당시 윤씨가 미리 증여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지금도 세 부담 때문에 증여를 망설인다면 나중에도 지금과 같은 후회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
평소 상속세를 대비해 철저히 준비했다는 삼성도 결국 세계 최대 규모의 상속세를 낸다고 한다. 철저히 준비해도 상속증여세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될까? 재벌이 아닌 일반인도 상속세 부담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에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된다. 미리 준비하면 최대한 줄일 수 있지만 자칫하면 내가 평생 모은 자산 중 가족에게 돌아가는 건 절반밖에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세무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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